HD현대일렉트릭, 등급전망 '긍정적' 상향…슈퍼사이클 본격 반영

2025-11-22     최지원 기자
HD현대일렉트릭 미국 앨라배마법인 전경 /사진 제공=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정점에 올라서며 신용도 개선 흐름을 뚜렷하게 굳혀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일렉트릭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단기 실적 반등이 아니라 수주·수익성·현금흐름·재무안정성을 모두 구조적으로 개선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24일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연결 매출은 2021년 1조8060억원에서 2024년 3조322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5%에서 20.1%로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23.1%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 배경은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자 우위에 있다.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 동시에 노후 전력망 교체를 진행하며 변압기·배전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기화 추세가 겹치며 중대형 변압기 생산능력 증대가 긴급 현안으로 떠올랐다. 수요가 넘치는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고부가 제품 위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듬었고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상향 안정화됐다.

실제 수주잔고도 급증했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9조6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북미·유럽·중동 지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면서 변압기·배전기기 발주가 이어졌다.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의 순차입금은 2023년 말 5419억원에서 올 9월 말 –6174억원으로 전환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확대와 선수금 유입이 맞물려 2024년 이후 사실상 순현금 체제가 고착된 것이다.

다만 향후 투자 부담은 변수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변압기 생산능력 확충에 약 4600억원, 배전 신공장에 약 78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신평은 설비투자(CAPEX)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현금창출력과 담보능력, 그룹 차원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신평은 HD현대일렉트릭의 핵심 모니터링 지표(KMI)도 조정했다. 상향 요인에는 '수출지역 다변화 및 포트폴리오 확장에 따른 사업 안정성 제고', '현 수준의 영업실적·재무안정성 유지'를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