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인적분할] '신약 개발 지주사' 홀딩스, 메자닌 봉인 푸나…조달 구조 셈법은

2025-11-22     김나영 기자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새롭게 출범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출발선에서 쥔 현금은 1000억원이다. 매년 연구개발(R&D)에 수천억원대 자금을 쓰는 두 자회사를 품은 만큼 현 수준의 자본으로는 성장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에피스홀딩스가 메자닌부터 펀드 등 어떤 조달 카드를 꺼낼지에 따라 성장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약 개발사' 에피스홀딩스, 조달 구조 재설계 필요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의 투자 지주사를 맡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상업화를, 에피스넥스랩은 바이오 기술 플랫폼을 각각 개발하는 회사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번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완전 자회사로 품에 안고 에피스넥스랩을 새로 세웠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험과 역량을 중심축으로 삼는 동시에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펩타이드 등 차세대 신약 기술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CI /사진 제작 = 김나영 기자

시장의 눈길이 쏠리는 건 자금 조달 방식이다. 두 회사 모두 매년 R&D·사업개발(BD)에 비용을 집중하는 구조인 만큼 에피스홀딩스가 현 수준의 자본만으로는 성장 전략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깔려 있어서다.

이에 분할 직후 실질적 자금원 역할은 그룹 내 유일하게 돈을 벌고 있는 바이오에피스의 몫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1조5377억원, 영업이익 4354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은 에피스홀딩스가 바이오에피스로부터 받아가는 배당 여력이 곧 R&D 재투자 여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에피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6995억원이다.

문제는 바이오에피스 자체만으로도 R&D 투자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오에피스의 최근 3년간 경상연구비는 2022년 521억원에서 2023년 631억원, 지난해 1106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적응증 확대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에피스넥스랩과의 공동 개발 과제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도 연구·임상비 지출은 우상향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바이오에피스는 향후 5년간 기업공개(IPO)가 불가능하다. 자체 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선택지도 당분간은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회사의 현금자산은 작년 말 기준 850억원에 그치는 반면 유동부채는 1조원 이상이다. 이중 단기차입금 2070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1200억원, 장기차입금 950억원 등 부채가 4220억원가량 쌓여 있다. 에피스홀딩스와 신규 R&D까지 동시에 떠받치기엔 재무 여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라는 평가다.

에피스홀딩스의 초기 현금 자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넘겨받은 1000억원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회사는 ADC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시험 진입을 위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추진 중이다. 인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내년 임상 1상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자회사의 임상 및 BD가 확대될 수록 투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에피스홀딩스는 중장기 관점의 자금 조달 구조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메자닌·펀드 활용 가능성 거론도

이 같은 상황에서 거론되는 카드는 메자닌이다.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 등을 활용하면 초기에는 이자비용만 부담하면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주가·밸류에이션에 맞춰 전환 시점을 조정할 여지도 생긴다. 메자닌은 전환권 행사 시 지분 희석과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이어져 지배구조 변동 리스크를 수반하는 만큼 그간 메자닌 발행을 사실상 봉인해온 삼성 특유의 보수적 조달 철학과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 특성상 장기 투자와 선제적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외부 자본을 유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조달 수단은 아니지만 R&D 투자 부담을 외부와 나누는 펀드도 조달 리스크를 낮추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신사업 관련된 벤처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해 7월 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과 함께 총 2420억원의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결성하고 2022년부터 국내외 10여개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이 강하지만 에피스홀딩스와 에피스넥스랩 입장에서 해당 펀드로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텍과의 공동개발 및 지분투자, 옵션 딜을 엮을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채널로 확장시킬 수 있다. 특히 에피스넥스랩의 기술 플랫폼을 펀드 투자 기업들과 연계해 기술 제휴를 추진할 경우 에피스홀딩스가 직접 메자닌에 나서지 않고도 일부 R&D 비용을 외부 파트너와 분담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관계자는 "향후 자금 조달 전략은 사업 확대 과정에서 최적화된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특정한 계획을 구체화 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유망 바이오 신 기술 발굴을 위한 벤처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자금 조달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