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산업개발 밀어주기]➀ 장남 회사서 올해만 4000억…든든한 '급전 창구' [넘버스]

2025-11-24     이채연 기자

 

/사진=대방건설·대방산업개발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 제작=이채연 기자

대방산업개발이 대방건설로부터 빌린 돈이 올해 들어서만 4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방산업개발이 단기로 끌어 쓰는 채무의 사실상 대부분을 이 같은 대방건설 자금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대방건설은 창업주 구교운 회장의 첫째 아들인 구찬우 사장이, 대방산업개발은 그의 여동생과 아내가 주인이라는 점에서 결국 집안의 장남이 이끄는 회사가 다른 가족 기업의 급전 창구가 돼주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대방산업개발이 계열사인 대방건설로부터 빌린 차입액은 총 3931억원이다. 이 기간 전체 차입금액에서 대방산업개발이 상환한 액수를 뺀 값이다.

대방산업개발이 대방건설에서 단기차입을 끌어온 건 올해만 벌써 10차례가 넘는다. 대부분 만기 1년 짜리 단기차입으로, 이자율은 연 4.6%였다. 이에 대해 대방산업개발은 운영자금 용도라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대방산업개발이 활용하는 단기 부채의 절반 이상은 대방건설로부터 나왔다. 지난해 말 대방산업건설의 단기차입금 3447억원 중 58.5%인 2018억원이 대방건설의 몫이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전체 유동부채 4334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79.5%가 단기차입금임을 고려하면, 그만큼 해당 자금 조달 영역에서 대방건설에 대한 의존이 크다는 뜻이다.

2024년 말 기준 대방산업개발 유동부채 세부 항목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이채연 기자

더구나 단기차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유동부채 항목들은 실질적인 채무가 아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전 자금 성격이 강하다. 즉각적인 현금 조달은 거의 대방건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매입채무(229억원)나 미지금금(50억원), 미지급비용(44억원)은 공사·용역 대금 결제 시점에 따라 변동되는 통상적 채무다. 예수금(8억원)과 선수수익(1억원) 역시 고객·계약자로부터 먼저 받은 금액을 향후 비용 처리하는 성격으로, 금융성 부채로 보긴 어렵다.

이 외에 당기법인세부채(84억원)도 세금 납부 일정에 따른 단기 항목일 뿐, 자금 조달 차원의 리스크 요인은 아니다. 유동성장기부채(482억원)는 원래 장기부채로 분류되던 항목 중 만기가 임박해 유동부채로 재분류된 금액이다.

더 나아가 대방산업개발의 단기 자금 조달 구조는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우선 자금줄 역할을 한 대방건설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장남 구 사장으로,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대방산업개발은 구 사장의 여동생인 구수진 씨와 배우자인 김보희 씨가 각각 지분 50%씩을 나눠 가진, 오너 일가 100% 지배 회사다.

경영 라인도 가족 중심으로 얽혀 있다.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는 구수진 씨의 남편이다. 김보희 씨는 대방건설 구 사장의 배우자다.

다만 대방산업개발은 계열사 간 자금 거래가 통상적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방개발산업 관계자는 "계열사 간 자금 대여는 운영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일반적인 금융 거래로,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정상 이자율을 적용해 진행하고 있다"며 "그룹 내부 조달이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제공해 사업 추진에 있어 신속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