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리뷰] 농협금융 영구채 인기 식더니 미매각 '마지노선' [넘버스]

2025-11-24     부광우 기자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본관 전경 /사진=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가 내놓은 영구채가 공모 시장에서 간신히 목표를 채우며, 5000억원까지 열어놨던 증액 발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비(非)은행지주와 2금융권까지 포함해도 올해 하반기 들어 등장한 공모 영구채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여유 있는 투자 수요를 확인하며 원활한 발행이 이뤄졌지만, 점차 인기가 식으며 미매각의 마지노선까지 몰린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번 달 3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 없이 5년 후 콜옵션 조건이었고, 신용등급은 AA-였다. SK증권과 메리츠증권, 교보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만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당초와 동일 조건으로 상환을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채권이다. 이처럼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채권이란 특성을 담아 통상 영구채로 불린다.

발행을 위해 진행한 공모 수요예측에서 주문은 최초 모집액인 3400억원을 200억원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경쟁률은 1.06대1에 머물렀다. 결국 최대 5000억원까지 열어 뒀던 증액 발행 한도를 채우지 못했다.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행 금리는 희망 범위 최상단에서 정해졌다. 밴드를 3.00~3.60%로 제시했는데, 발행 금리는 3.60%로 정해졌다.

농협금융의 이번 영구채 경쟁률은 올해 하반기 공모 시장에 나온 사례 중 최저치였다. 더욱이 농협금융과 같은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아닌, 증권사 지주나 보험·캐피탈사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이 기간 공모로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던 곳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하나캐피탈 1.43대1 △메리츠금융지주 2.02대1 △한국금융지주 2.08대1 △iM금융지주 2.16대1 △DB손해보험 2.39대1 △하나금융지주 2.67대1 △BNK금융지주 2.86대1 △신한금융지주 2.89대1 △우리금융지주 2.89대1을 나타냈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봐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농협금융이 지난 6월 말 최초 모집액 2100억원으로 시장을 노크했던 신종자본증권의 수요예측에는 535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경쟁률은 2.55대1로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에 발행 한도인 3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워 증액 발행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에 내놨던 영구채부터 투자 심리에 변화가 감지됐다.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모집에 수요예측이 2760억원에 그치면서, 경쟁률은 1.38대1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농협금융 영구채가 미매각을 겨우 면한 수준까지 나빠지게 된 배경에는 계열사 지원에 따른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여신 리스크가 여전한 와중, 자회사에 대규모 출자를 단행한 게 투심에 악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농협금융은 올해 들어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 각각 4000억원과 6500억원을 출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농협금융의 영구채 발행을 앞두고 내놓은 보고서에서 "농협은행을 비롯한 핵심 자회사들의 우수한 시장 지위와 영업 실적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은행의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부채 관련 비은행 계열사의 잠재 부실 위험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