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운용 M&A] 자회사 매각 두고 주주 이견…협상 테이블 '흔들' [넘버스]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자회사까지 묶어 정리할지를 두고 기존 주주 간에 의견이 엇갈리며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미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본입찰까지 마친 상황에서 뒤늦게 매각 대상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불거진 셈으로, 인수후보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해배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의 최대주주인 손화자 씨는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과 이지스운용 지분 매각 위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지스엑스자산운용 △이지스투자파트너스 △이지스아시아 등 3개 자회사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건에 동의했다.
조 전 단장은 이지스의 명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본사 매각 이후 이들 자회사를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단장 측은 가족회사인 지에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이지스운용 지분 약 11.89%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단일 대주주가 없는 구조로, 손 씨는 여러 주주의 지분을 모아 경영권을 함께 매각하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조 전 단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씨 측은 3개 자회사를 제외하더라도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가 1조원 수준으로 평가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11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약 1조원 규모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입찰 당시에는 이지스의 전체 계열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탓에 자회사 3곳이 빠진다는 사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 전 단장이 자회사 경영을 이어갈 경우 핵심 운용인력들이 그를 따라 이동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되면 인수자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만 넘겨받게 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손해배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인수자에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 것이 사실이라면 손해배상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아직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실사비용 등 일부 손해배상 청구 외에 더 큰 소송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조율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체의 이지스운용 매각 의지가 확실하다면 주주 간 의견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며 "조 전 단장이 자회사를 별도로 경영할 경우 경업금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인수 측에서 이 부분을 철저히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도인 측 관계자는 "조 대표 등 주요 결정은 최대주주 측에 위임한 상태"라며 "본 입찰전 해당 계열사 관련 자료도 모두 전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