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담합 의혹'에 식품 리더십 공백...스페셜티 성장동력 ‘빨간불’

2025-11-24     이유리 기자
삼양사가 최낙현 대표의 사임으로 강호성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고 공시했다. 강 대표가 화학 부문을 맡아와 식품 부문의 리더십이 공백을 보이는 가운데 핵심 스페셜티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제공=삼양사 

삼양사의 캐시카우인 식품 부문이 리더십 공백과 법적 리스크라는 이중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최낙현 전 대표이사 체제에서 알룰로스를 중심으로 스페셜티(기능성 소재) 전략이 본격화됐지만, 담합 혐의로 그가 구속되면서 추진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매출의 과반을 책임지는 식품 부문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리며 중장기 사업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사는 최 대표의 사임으로 기존의 강호성·최낙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강호성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19일 최 전 대표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설탕 가격 담합)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국내 설탕 시장 점유율 94%를 차지한 제당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가 국제 가격 하락에도 수년간 설탕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온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삼양사의 사업 중심축에 균열이 생겼다. 삼양사는 식품과 화학으로 사업 부문이 나뉜 가운데 최 전 대표의 이탈 이후 현재 강 대표와 이달 초 내정된 이운익 신임 대표 모두 화학 및 해외사업 전문가다. 이 내정자는 삼양사의 화학1그룹장 겸 삼양이노켐 대표이사를 겸할 예정이라 경영의 무게추가 화학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공백이 생긴 식품 부문이 삼양사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자 그룹 차원의 차세대 성장엔진이라는 점이다. 삼양사는 1955년 설탕을 생산하며 식품사업을 시작한 뒤 밀가루·식용유 등으로 확장했지만 제당산업의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대표 전략품목이 알룰로스다. 당류저감화 트렌드에 따라 음료·소스·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활용도가 급증하자 삼양사는 프리미엄 당 브랜드 ‘트루스위트(Trusweet)’, 기업간거래(B2B) 전용 브랜드 ‘넥스위트(Nexweet)’ 등으로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비 70% 수준의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가 0인 대체감미료다. 

최낙현 전 삼양사 대표 /사진 제공=삼양홀딩스 

특히 최낙현 체제에서 삼양사의 식품전략은 '질적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2016년 삼양그룹이 자체 효소 기술로 액상 알룰로스 대량 생산에 성공했을 당시부터 식품사업 전반에 깊이 관여해왔다. 2018~2021년 식품BU장과 식품그룹장을 거쳐 2022년 대표에 올랐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지난해 완공된 울산 스페셜티 전용공장이다. 삼양사는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을 구축했고, 알룰로스 생산량은 기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연 1만3000t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와 제품전환은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했다. 삼양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6728억원, 영업이익은 132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0.8%, 17.2%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최 전 대표의 부재가 사업 추진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B2B 기반의 스페셜티 시장에서 리더십 공백과 담합 이슈가 겹칠 경우 삼양사는 가격·공급 조건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합과 관련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스페셜티 사업에 투입돼야 할 재무여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알룰로스 사업을 확장하는 국면에서 리더십 공백과 담합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면 신규 투자 결정은 물론 해외 고객사와의 신뢰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공급처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점유율과 향후 투자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식품 부문 리더십을 이날 새로 선임된 정지석 신임 식품BU장이 맡았다고 밝혔다. 1971년생인 정 BU장은 2018년 삼양홀딩스 HRC장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식자재유통BU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식품사업을 꾸준히 이끌어온 인물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현 BU장 책임 하에 경영을 진행 중이며 신규 대표이사 선임 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