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탁매매 재편]② 키움증권, 브로커리지 1위 이어갈까…'발행어음·플랫폼' 시험대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위탁매매 부문이 재편되는 가운데, 키움증권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최강자로서 거래 대금 확대의 직접 수혜를 보고 있지만 새 경쟁 구도에서는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주식 거래 흐름 변화는 키움증권에 명암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미국 기술·인공지능(AI) 대형주 강세와 국내 거래대금 회복으로 3분기 주식수수료 수익은 185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했다.
온라인 중심 채널과 개인투자자 기반이라는 기존 강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된 셈이다. 반면 수수료율이 국내 4bp, 해외 8bp 안팎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경쟁의 무게중심이 개인종합자산관리(ISA)·연금 등 장기계좌와 플랫폼 완성도, 기업금융(IB)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키움증권에 숙제를 던진다.
키움증권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다. 올해 9월 말 기준 별도 영업순수익은 1조5109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288억원, 84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313%를 웃돌며 우수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자기자본 5조7862억원,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212.2% 등 건전성 지표를 감안하면 발행어음 인가로 레버리지 여력이 커지는 만큼 자금 운용의 방향이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기업금융·모험자본 쪽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동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신뢰 회복도 선결 과제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로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를 받았고, 10월 이후에도 야간 해외시장 거래 시간대 장애가 반복되며 투자자 불만이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IT 명가'를 자처해온 키움증권이지만 최근에는 바로 이 지점이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비즈니스 특성상 장애 한 번이 고객 이탈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위탁매매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플랫폼 안정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발행어음 인가는 이러한 구조 변화를 키움증권에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키움증권은 19일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며 다섯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조달이 가능해 운용 자산을 빠르게 키울 수 있지만, 모험자본 25% 의무 편입, 부동산 운용 한도, 기업금융 의무비율 등 규제가 수반되는 구조다. 그동안 온라인 위탁매매에 집중해온 키움증권 입장에선 '브로커리지 강자에서 종합 투자금융사로 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키움증권 본점을 방문해 발행어음 업무 준비 상황과 모험자본 공급 계획, IT 안정성 강화 방안 등을 점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키움증권은 향후 3년간 정보기술(IT) 설비 투자 규모를 1250억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 영업 개시와 동시에 시스템 장애 논란을 불식시키고 모험자본 공급 과정에서의 전산·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외(특히 미국)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젊은층·적극투자형 고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앱 '영웅문S#'을 중심으로 국내·해외·연금 자산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초보 투자자를 위한 간편 모드와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보조 기능을 강화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사회초년생 전용 ELB, ISA 전용 상품 등 장기계좌 기반 금융상품을 늘려 계좌 잔고를 꾸준히 쌓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브로커리지 1위' 타이틀에 안주하기보다, 발행어음과 기업금융, 장기계좌, 플랫폼 신뢰를 한 번에 끌어올려야 하는 복합 과제에 직면했다고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어나는 구간에서는 키움증권의 위탁매매 경쟁력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위탁매매 재편 이후 판을 가르는 건 수수료가 아니라 플랫폼과 장기계좌, 모험자본 운용 역량이 될 것"이라며 "발행어음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키워내느냐가 키움증권의 두 번째 성장 곡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