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NAV 할인율 30%' 승부수...벨류업 눈높이 대폭 상향
SK스퀘어가 지난해 처음으로 내놓았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게 달성될 조짐을 보이면서 1년 만에 목표치를 대폭 높여 잡았다. 핵심은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글로벌 투자회사 수준인 30%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지난달 김정규 신임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직후 나온 계획이라는 점에서 향후 강력한 포트폴리오 재편과 군살 빼기가 뒤따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스퀘어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NAV 할인율을 2028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확정공시했다. NAV 할인율은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얼마나 낮게 평가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SK스퀘어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NAV 할인율을 52.9%까지 낮췄다. 이는 지난해 말(65.7%)과 비교해 10%p 넘게 개선된 수치로 당초 2027년까지 목표로 했던 '50% 이하' 달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기존 목표 달성이 유력해지자 회사는 곧바로 기준을 높였다. 새로운 목표인 '할인율 30% 이하'는 국내 지주사들에 통상 50~60%대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저평가 해소를 넘어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한층 정교해졌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이미 3분기 기준 1.1배를 기록하며 기존 목표치(1배)를 초과 달성했다. 회사는 이를 구조적 성과로 굳혀 2028년까지 'PBR 1배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2026~2028년 자기자본비용(COE)을 초과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실현도 약속했다.
SK스퀘어는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이달 중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45만주는 조만간 소각해 주당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지난해 계획에 SK하이닉스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면, 이번 계획은 SK하이닉스의 실적 폭발과 비반도체 포트폴리오 체질개선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만년 적자 꼬리표가 붙었던 주요 관계사들은 적자 폭을 대폭 줄이는 성과를 냈다. 11번가는 SK플래닛에, 인크로스는 SK네트웍스에 넘기는 등의 자회사 구조조정도 활로를 찾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최근 외부 매각이 확정됐다.
시장의 시선은 지난달 말 선임된 김 사장에게 쏠린다. 김 사장은 SK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룹 내 재무통이자 전략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에 퍼진 '리밸런싱' 기조를 SK스퀘어에 이식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SK스퀘어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왔다"며 "투자 수익성을 고려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신규 투자와 주주환원에 최적의 자본배분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