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사태 재연되나…LTV 담합 제재에 은행권 "행정소송"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정보 공유를 '부당 공동행위(담합)'로 규정한 경쟁당국이 제재 절차를 밟는 데 대해 은행권이 "본질(은행업)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에 맞대응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 전해지면서 당국과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5년 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정보교환 담합' 조항이 적용되는 첫 사례인 데다 관련 매출 산정 방식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제2의 'CD금리 담합'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은행에 조 단위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은행이 7500개의 LTV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대출한도를 담합했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이 경쟁사의 LTV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유사한 수준으로 LTV를 설정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은 즉각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보공유는 담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업무절차였다"며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적정 담보가치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타행의 평가 기준을 참고하는 것은 부실대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공정위가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오해했다고 주장한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등 기준금리에 차주의 신용도, 은행의 마진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얹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즉 자금의 용도와 상환여력을 먼저 검토한 뒤 마지막에 안전장치로 담보를 평가하는 구조라 LTV 정보를 공유했다고 해서 가산금리를 담합하거나 최종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이 우수한 기업이라도 담보 평가가 어려운 물건을 가져오면 감정평가 비용 등이 반영돼 금리가 높아질 수 있는 등 담보가치와 금리 사이에는 기계적인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LTV를 낮추는 담합은 대출 규모를 줄여 이자수익을 감소시키는 만큼 담합으로 이익을 늘리려는 행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되면 은행의 자본비율이 떨어져 대출여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주주환원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LTV 과징금 사태가 2012년에 불거졌던 CD금리 담합 의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공정위는 은행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면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지만 4년여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무혐의(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담합 여부를 넘어 금융당국과의 시각차이, 정보교환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공방전이 될 것"이라며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은행의 신뢰도 하락, 주주가치 훼손과 직결돼 대법원까지 가는 장기 소송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