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 빗장에 새벽 6시 '대출런'…인터넷뱅크도 "열리자마자 마감"
시중은행의 연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는 이른바 셧다운에 따라 돈을 빌리려는 차주 행렬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주담대 접수를 시작하는 오전 6시, 대출 오픈런(대출런)이 몰리면서 신청이 열리자마자 마감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은행이 하루에 푸는 대출 한도가 제한적이라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고신용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30%) 목표를 관리해야 하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 영향에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달 20일까지 실행한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조8953억원 늘었다. 올해 목표 증가액(5조9493억원)에 견줘볼 때 33% 초과한 것으로, 은행들은 속속 대출 창구를 닫았다.
아울러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아 대출수요가 더욱 쏠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1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각각 연 3.79%, 3.83% 수준이지만, 시중은행은 가산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4.02~4.30%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대 0.5%p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뱅크의 대출런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인터넷은행의 금리가 시중은행 대비 낮기 때문이다"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최상위 고신용자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에 집중되면서 이들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규 주담대 취급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케이뱅크는 972점, 카카오뱅크는 970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약 950점)을 20점 이상 웃도는 수치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저신용자가 아니라,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동한 '알짜 고객'들이 인터넷은행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연체율이 0.56%로 3분기 연속 하락했고, 카카오뱅크 연체율도 0.51%로 전분기 대비 0.01%p 내렸다.
한편 토스뱅크는 2026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월세보증금대출과 신용대출에 집중하며 중저신용자 비중 34.3%를 달성, 규제 준수 측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가 조건에 따라 전체 신용대출 중 일정 비율(약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신용자 위주로 주담대가 늘면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감소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수신이 증가하는 만큼 여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도 "포용금융 의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