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인적분할] 김경아 사장, 'R&D 인사'로 '개발 중심' 구조 재편 시동

2025-11-26     김나영 기자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초대 대표이사 /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사장)가 삼성에피스홀딩스 초대 수장직을 겸하면서 삼성그룹의 바이오 부문의 선봉에 섰다. 그가 시장에 보여줘야 할 성과는 명확하다. 바이오시밀러로 다져온 실적을 지키면서 '삼성표 신약'이라는 새로운 성장 축을 설득력 있게 꺼내놓을 수 있느냐다. 

특히 홀딩스 상장 첫날 기대에 못 미친 시가총액은 시장이 여전히 신약·플랫폼 부문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5일 단행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R&D) 중심 인사단이 이 같은 시장의 요구에 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 '키 플레이어' 부상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바이오 부문은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CDMO)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 △에피스넥스랩(신약·플랫폼 개발)이라는 3각 체계로 재편했다. 이 가운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을 품은 바이오 투자지주사로 설계됐다. 기존 시밀러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신약·플랫폼 개발에 어떻게 안배할지 결정하는 '자본 배분의 허브' 역할을 맡는다. 김경아 사장은 이 지주사의 초대 대표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수장을 겸직하며 사실상 바이오 3각축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자리에 섰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창립 초기부터 회사의 개발본부를 이끌어온 R&D 전문가다. 서울대 약학 학·석사 졸업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 독성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2012년 개발본부장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엔브렐·휴미라를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11종을 유럽·미국에 잇따라 진출시키며 회사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2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경아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실적 방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사장 취임 직후 이스라엘 테바, 일본 니프로, 미국 해로우와 잇달아 마케팅 협력 계약을 맺으며 해외 파트너 네트워크를 빠르게 넓혔다.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 출시로 시장 진입 폭을 키웠다.

실적 흐름도 안정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3분기 누적 매출 1조24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R&D 마일스톤 수익이 2700억원에서 409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음에도 바이오시밀러 판매 증가가 이를 상쇄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신설 지주사 초대 대표로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상장 첫날인 24일 시가총액이 10조원대 초반에 머물며 분할 전 예상치였던 30조원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시장이 바이오시밀러 사업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에피스넥스랩을 기반으로 한 신약·플랫폼 부문의 가치는 아직 할인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약은 바이오시밀러보다 임상 기간이 길고 자금 투입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 수익 구조의 균형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이에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신약개발 투자의 속도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김 사장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체질 전환 가속하는 김경아식 인사 'R&D 중심 라인업'

신동훈(왼쪽), 신지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 / 사진 =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25일 발표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원 승진 인사는 김 사장이 체질 전환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보여준다. 

이번 승진 명단에는 신동훈·신지은 부사장과 손성훈·안소신·이남훈·정의한 상무 등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임상 △공정개발 △기술이전 △규제대응(RA) △IP·법무 △사업전략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핵심 포지션을 골고루 배치했다.

눈에 띄는 건 인허가(RA), 개발본부 등 R&D 부문에 승진 인력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1974년생 임상의학 전문가인 신동훈 부사장은 바이오시밀러 임상 설계를 총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에피스의 초기 임상 전략을 전면에서 이끌 핵심 인물이다. 공정개발·기술이전에 강점을 가진 신지은 부사장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병목이 발생하기 쉬운 생산공정 최적화와 공정 안정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글로벌 인허가를 주도해온 정의한 상무가 RA 라인을 강화하면서 임상 단계부터 허가까지의 연결성을 높였다.

임상부터 허가까지 주요 기능을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인적분할 이후 에피스가 개발 역량 중심의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도록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