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탁매매 재편]③ 삼성증권, 향후 승부처로 '플랫폼' 꼽은 이유

2025-11-25     조윤호 기자
/사진 제공=삼성증권

위탁매매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디지털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거래패턴 변화로 시장의 중심축이 가격에서 플랫폼·계좌·서비스품질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다. 삼성증권은 기존 자산관리(WM) 기반을 유지하되 플랫폼 경쟁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탁매매 시장은 수수료 경쟁이 사실상 종료되며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수수료율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그 대신 해외주식 거래 비중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연금 등 장기계좌 성장,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투자 확산 등이 겹치며 고객의 선택 기준이 '얼마나 싸냐'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관리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외주식 거래 급증과 변동성 확대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안정성·정보접근성·속도를 핵심 경쟁요소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매매 시장은 가입자 수보다 잔액 유지, 재방문, 투자 순환구조가 더 중요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의 완성도가 사실상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변화의 와중에 WM의 강점을 토대로 장기계좌 영역에서 확실한 존재감을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는 ISA 중개형 계좌 수에서 업계 1위이며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제혜택과 장기투자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가운데 장기계좌 기반이 굳건하다는 것은 위탁매매 경쟁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디지털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시장 환경에서 플랫폼 경쟁력은 필수 조건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MTS를 전면 개편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했다. 홈 화면에 해외주식 탭을 신설해 해외지수, 환율, 국가별 상위 종목을 한번에 볼 수 있게 했고 해외주식 잔액, 손익 화면에는 파이차트 기반의 시각화를 적용해 환차손익과 종목 비중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의 올 3분기 실적 /자료=삼성증권

국내주식 호가주문 화면도 단일 화면에서 매수·매도·정정·취소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실제 투자 동선을 고려해 거래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초보 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정보 기능 강화도 주요한 변화 중 하나다. 삼성증권은 ETF 관련 정보를 통합한 전용화면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글로벌 공시, 뉴스 번역 및 요약 서비스도 도입했다. 종목발굴 화면에는 상승 종목을 모아 보여주는 '타이밍포착', 장기보유 비중이 높은 ETF·배당주 등을 제시하는 '스테디셀러' 메뉴를 추가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준비와 내부통제 체계 보완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부통제 보완의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삼성증권은 최고소비자책임자(CCO) 제도를 운영하며 소비자보호광장, 소비자평가단, 자체 미스터리 쇼핑 등 다양한 절차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등을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있으며, 발행어음 운용에 필요한 스트레스테스트 및 리스크 관리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장기계좌 경쟁력과 WM 기반이 확고한 만큼 위탁매매 시장 변화에 맞춰 디지털채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성장 영역이라는 평가가 많다. ETF 거래 증가와 관련해 연금저축계좌 내 ETF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등 고객편의를 높이는 조치도 확대하고 있다. 실시간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처럼 외부 콘텐츠 활용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매매 시장이 가격에서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았다"며 "삼성증권은 장기계좌 기반과 WM 경쟁력이라는 뚜렷한 강점을 가졌지만 플랫폼 고도화 속도에 향후 점유율 확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