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툴즈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한국산 GPL

2007-01-09     황치규

한국은 오픈소스 SW 활동이 부진한 편이다. 공개SW 육성 정책이 펼쳐지는 나라인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커뮤니티 활동 부문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오픈소스SW 커뮤니티 활동에 소극적이다. 때문에 GNU/리눅스 등 각종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목소리를 내는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참여를 전제로 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은 국내 상황을 반영시키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의 부족은 오픈소스 SW의 혜택을 보다 많이 누리기 위해 우리나라가 반드시 극복해야할 장애물이다.



그런데 이변으로 비춰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들갑을 조금 떨자면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적으로 오픈소스 SW 프로젝트가 출범해 파워유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태터앤컴퍼니의 블로그툴 '태터툴즈'. 



태터툴즈는 GPL 기반 오픈소스 SW로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그러나 블로고스피어밖을 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말 오픈소스 SW업체의 대명사인 레드햇코리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에도 GPL로 성공한 오픈소스SW가 있다"고 했더니 "그래요?"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만도 한 것이 지금까지 국내 상황이었다. GPL(General Public License)은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에서 만든 라이선스로 GNU/리눅스, 마이SQL 등 다수 오픈소스SW에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블로그 플랫폼이 아니라 오픈소스SW 관점에서 태터툴즈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어진다. 



태터툴즈가 GPL 기반 오픈소스SW로 바뀐 것은 대략 1년전쯤이다.  그전에도 소스코드는 공개돼 있었지만 태터앤컴퍼니가 라이선스를 소유하는 바람에 사용자 참여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감안 태터앤컴퍼니는 라이선스를 GPL로 바꿨고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다음은 태터앤컴퍼니 노정석 공동대표의 말이다.



"같이 만들면서 다양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취지아래 GPL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득이 많았다. 참여가 증가했고 소스코드와 유지보수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여도 늘어났다. 지적재산권과 바꿀만한 수확을 얻어냈다. GPL로의 전환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노정석
대표의 말대로 태터앤컴퍼니는 태터툴즈를 GPL로 전환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개발 과정의 80~90%가 커뮤니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태터앤컴퍼니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대형 포털을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용자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도 테터툴즈는 성공적인 한국산 오픈소스SW 개발 프로젝트로 불리울만한 자격이 있다.



이 대목에서 태터툴즈 개발자 커뮤니티 태터앤프렌즈를 소개한다. 매우 역동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란 느낌이 물씬 풍긴다.  asadal이 이미 글로 다뤘기에 그 일부를 발췌한다."태터툴즈로 콘텐츠 독립 꿈꾼다"



태터앤프렌즈가 정식으로 닻을 올린 건 2006년 2월말로,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편이다. 신정규 리더는 "흩어져 있던 개발자들이 태터앤프렌즈로 모여 원석이 됐고, 다시 TNC를 만나 보석으로 거듭났다"고 결성 당시를 회고했다. 사연인즉 이렇다.


"올해 초부터 '민재아빠'란 분이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모임을 만들자'는 식의 비밀덧글을 달았어요. 태터툴즈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TNC의 기술지원이나 고객서비스를 맡을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죠. 그렇게 한 스무명 정도 모였는데요. 일단 모이긴 했는데, 뭘 해야 할 지도 몰랐고 개발사인 TNC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TNC의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어요. '원석을 모아놓고 구경만 하면 보석이 되냐'는, 뭐 그런 얘기였는데요. 그걸 보고 노정석 TNC 사장이 장문의 답글을 달았고, 그 사건이 계기가 돼 태터앤프렌즈가 공식 출범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20여명으로 시작한 자발적 '지원부대'는 9개월여 뒤인 지난해 11월 현재 770여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선인 70여명이다.



양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태터앤컴퍼니로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수익성이다. 태터툴즈는 그 특성상 리눅스처럼 유료 서비스 모델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노정석 대표의 입장은 기다린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면 지원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규모가 적고 얼리어답터 위주로 사용자층이 형성돼 있다. 지금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산 오픈소스 SW프로젝트 '태터툴즈'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태터툴즈는 공개SW육성을 부르짖는 정부의 도움없이 자발적으로 탄생한 프로젝트다. 한국 개발자들은 참여가 떨어진다는 고정 관념을 깬 것은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성화와 수익 모델을 고민중인 관련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태터툴즈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