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검색포털 자부심 잇겠다”
1996년 9월, 서울 역삼동.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세 친구가 모였다. 모두들 젊었지만 자신의 회사를 갖고 싶었다. 주머니를 털어 2천만원씩 추렴해 사무실을 구하고 집기를 사들였다. 약간의 직원도 뽑았다.
자본금 6천만원에 직원 7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지금 255명의 직원에 연매출 4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엠파스 얘기다.
엠파스가 오는 9월 21일로 창립 10돌을 맞는다. 그저 ‘10년’이라 하기엔 시간의 파고가 깊고도 높다. 창립 2년만에 한국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IMF 구제금융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았고, 이듬해부터는 닷컴 열풍의 꼭짓점까지 올라갔다 수직하강하는 롤러코스터도 경험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였다.
이 시절을 온몸으로 통과한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기업이자 벤처 맏형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어느 산업보다 변화가 심한 IT업계에서 ‘10살 벤처’는 아무나 달 수 있는 꼬리표가 아니었다. 지난해 안철수연구소가 이 과정을 거쳐 10돌을 맞았고, 국내 포털 가운데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가장 먼저 10살맞이 팡파레를 터뜨렸다. 그리고 올해 엠파스가 두자릿수 나이 대열에 동참했다.
엠파스는 누가 뭐래도 검색 기업이다. 돌이켜보면 국내 검색서비스를 한 단계 높인 건 8할이 엠파스 덕분일 지도 모른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기능으로 받아들여지는 ‘문장검색’을 처음 선보인 곳이 바로 엠파스다.
닷컴 광고조차 생소하던 1999년 11월, 노란 배경화면에 장님 토끼와 안경 쓴 토끼가 나란히 앉아 있는 낯선 광고 하나가 지하철 벽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yahoo에서도 못 찾으면…empas’란 도발적 광고와 함께 선보인 ‘자연어 문장검색’은 누리꾼들에겐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국내 검색서비스는 각각의 단어를 입력하면 이 단어가 포함된 웹페이지를 찾아주는 단어검색 방식이었다. 이 때 엠파스는 ‘한글을 발명한 사람은?’이라고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한글’, ‘발명’, ‘사람’이란 단어가 각각 들어간 웹페이지를 무작위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세종대왕’이란 답이 포함된 검색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쳤다. 엠파스란 이름이 누리꾼의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듬해 8월 네이버가 자체 검색엔진 ‘넥서치’를 내놓으며 문장검색을 본격 도입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검색업계에 문장 기반의 지능형 검색서비스를 보급한 불씨가 됐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열린검색’도 엠파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각 포털사이트 자체 데이터베이스 검색결과만 보여주던 기존 검색방식을 벗어나, 열린검색은 경쟁업체의 DB속 정보까지 속속 긁어와 이용자에게 뿌려줬다. 이 때문에 이용자의 권리와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뒤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는 그것이 어디에 있든 공평하게 찾아서 보여준다”는 ‘열린’ 컨셉트의 검색은 엠파스의 대표 상품이 됐다.
성장의 중심에는 늘 박석봉(43) 사장이 있었다. 1996년 9월 (주)지식발전소를 설립한 이래 10년동안 대표이사로 엠파스의 방향타를 놓지 않았다. 1999년 11월 선보인 ‘자연어 검색’과 2005년의 ‘열린검색’으로 박 사장은 검색업계의 상식을 깬 이단아이자 화젯거리로 자리잡았다.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을 먹고 사는 사람’, ‘쉽사리 상대에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일단 친해지고 나면 간이라도 빼줄 사람’이라는 주변 평가에서 인터넷산업 10년지기의 내공과 승부근성, 친화력과 인간적 매력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 창립 10주년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떠신지.
우선 아시다시피, 어떤 업종이든 시작해서 10년을 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자랑하자면, 10년안에 상장한 회사도 많지 않으니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것 같다.
인터넷산업은 변화가 심한 동네다. 이 바닥에서 보낸 10년이 굴뚝기업 기준으로는 30~40년은 지난 느낌이다. 그런 것 보면 10년동안 안 망하고 이만큼 성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 10년을 버틴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하면, 좀 겸손한 얘기 아닌가.
내적 성장 없이 단순히 질기게 목숨을 연장했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뭔가를 시작할 때, 이걸로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간의 기간을 정해두고 최선을 다한 뒤 결과가 안 좋으면 미련없이 접는 스타일이다. 지식발전소도 ‘처음 5년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2001년 9월에 5주년 기념식을 처음 가졌는데, 당시 직원이 60명 정도였다. 그래서 회사가 아직 문 닫을 정도는 아니니 5년만 더 해보자고 해서 계속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 처음 창업할 당시의 얘기를 해 달라.
당시는 아직 인터넷이 국내에 깔려 있을 때도 아니고, 겨우 개념 정도가 간간이 소개될 때였다. 우리도 처음부터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인터넷이란 게 나중에 뭔가 단단히 할 것 같으니 발이라도 미리 담그자 해서 창업 초기 기획한 게 도시생활문화 정보 서비스인 ‘시티스케이프’였다. 슬쩍 발만 담그자고 한 게 결과적으로 본업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오게 된 셈이다.
▲ 그럼 지식발전소를 세울 당시의 주요 사업 아이템은 무엇이었나.
창업 당시엔 사실 중소규모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려 했다. 그런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그게 수요가 없더라. 그 때 시작했으면 아마 벌써 망했을 거다. (웃음)
▲ 창립기념일을 맞아 준비중인 행사나 발표가 있나.
엠파스의 신조나 비전은 1~2년전부터 계속 다듬었다. 기본적인 사항은 이미 공개돼 있다. 어쨌든 향후 5년이면 5년, 이 기간동안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발표는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창립기념식때 직원들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대외적인 행사는 가지지 않을 생각이다. 해마다 봄·가을로 본부별 또는 전직원이 야외행사를 가졌다. 이를테면 회사 전통 같은 건데, 올해는 이를 좀 크게 가질 생각이다. 이용자분들을 위해서는 9월 1달동안 웹사이트를 통한 이벤트를 가질 것이다.
▲ 10년동안 안 바뀐 것과 가장 많이 바뀐 것을 하나씩 꼽는다면.
글쎄… 안 바뀐 건 뭐, 대표이사가 아닐까. (웃음) 나머지는 안 바뀐 거 거의 없을 듯하다. 직원도 그렇고 산업 지형도도 많이 바뀌었다. 그 사이 상장도 했고, 실제 상장 이후로 2년 정도 외부적으로는 적자가 나면서 안 좋게 비쳤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그 기간동안 내부적으로 조직구조나 운영방식이 상당히 바뀌었다.
이 대목에서 박석봉 사장은 “흔한 표현 같지만 ‘회사가 이제 정말 10살 정도 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무수한 성장통을 겪으면서 두자릿수 역사에 맞는 경륜과 내공을 갖췄다는 점을 내심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 현재로선 누가 뭐래도 열린검색이 주력 서비스다. 지난 6월 1일로 1주년을 맞았는데. 지난 1년을 평가하신다면.
내부적으로 보자면 열린검색을 통해 검색이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열린검색은 데이터베이스를 우리 서버에 가둬놓고 이를 검색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DB로 가둬놓지 않은 중소 사이트나 신규사이트도 공평하게 검색결과에서 보여주고, 그 내용을 보려면 해당 사이트로 직접 이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검색결과를 늘리고, 해당 사이트는 트래픽을 늘리는 ‘윈윈’하는 구조다. 또한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검색의 질이 향상됐다는 점도 열린검색의 성과라 하겠다.
▲ 1년이 지난 지금, 새로 발견한 숙제는 없나.
사실 처음에 열린검색을 시작할 당시엔 인터넷 생태계가 문제가 많았다. 모든 정보와 서비스가 포털로 집중되면서 작은 기업들이 살아갈 여지가 줄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업체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문제의 핵심이 검색이었다. 새로운 서비스나 업체를 찾아가는 매개체가 검색인데, 대부분의 포털업체는 자기네 서버에 있는 데이터만 검색결과로 집어넣다보니 외부에 있는 좋은 데이터나 새로 생성된 데이터가 사용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다.
열린검색의 핵심은 이전까지 검색이 안 되던 데이터가 검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다 보니 다른 업체들도 이 방식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동영상검색인데, 대부분의 포털이 자체 DB를 만드는 대신 외부 콘텐츠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초창기 열린검색은 엠파스의 검색품질을 높이고 사용자 정보량을 늘리겠다고 출발한 것인데, 그게 인터넷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그게 처음 생각 못했던 제일 중요한 발견이었다.
▲ 얼마전 새로운 웹 검색 ‘랭크5’를 내놓았다. 왜 지금 새삼스레 웹 검색인가.
한 마디로 ‘백 투 베이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랭크5’를 내놓고 나서 요즘 트렌드가 아니라느니, 이미 다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가끔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검색에 충실하고 싶었다. 이런 마인드는 지난해 내놓았던 열린검색의 마인드와도 일맥상통한다.
▲ 기존 검색서비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랭크5’는 가공한 정보나 보유하고 있었던 웹 문서만 보여주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검색 결과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웹 문서검색은 열린검색의 완성판이다. 국내 검색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 네이버가 최근 뉴스서비스를 개편하는 등 언론사와 포털간 마찰이 가시화되고 있다. 엠파스쪽 입장은.
포털이 신문사를 죽인다고 단순히 말하기는 어렵다. 복합적인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포털에 너무 많은 기사 소스가 몰려 있다. 미국 야후만 봐도 AP나 AFP 등 통신사 자료만 올라온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기사가 포털에 몰려, 이용자도 더 이상 신문사닷컴에 가려 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주요 일간지가 뉴스를 빼겠다고 해서 이용자가 포털에 안 가겠느냐. 그건 아닐 것이다. 이미 언론권력의 힘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독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외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참여정부 들어서 권위가 많이 파괴되고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줄었다. 예전의 일간지는 의제를 설정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힘이 있었는데 이젠 일반인의 관심도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포털이 신문사를 죽인다고 단순한 명제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지난 6월 중순 구글과 CPC 검색광고 계약 연장차 만났다. 그 때 이후 구글과의 합병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NHN이 첫눈을 인수했으니, 구글로서도 현지화를 하려면 결국 엠파스밖에 없다고들 말한다.
사실 엠파스에 대한 인수합병 얘기는 업계 단골손님이다. 이 문제에 관해선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우선 엠파스는 어디에 붙여도 소위 그림이 된다. NHN이나 다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인수할 수 있고, 지분구조도 단순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수합병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다만 그게 회사의 시너지를 낼 때에 한해서다. 비즈니스를 키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식이라면 구글 뿐 아니라 어떤 회사와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구글에 관해서는 이 한 마디만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아직까지 인수합병과 관련해 구글쪽에서 어떤 얘기도 우리쪽에 한 적이 없다.
▲ 창립 10년만에 분기 매출 1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5년 뒤 엠파스의 모습을 그린다면.
2010년께면 검색광고 시장이 1조원대로 클 것이라고들 예상한다. 지금 엠파스의 시장점유율이 5% 정도인데 2010년께엔 30%까지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단순계산으로 그 때가 되면 검색광고 매출만 3천억원대인 회사가 되지 않겠나.
▲ 최근 유행하는 웹2.0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처음 웹2.0 얘기가 나왔을 때 궁금해서 오레일리가 쓴 원본을 봤는데, 귤이 위수를 건너 탱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오레일리가 말한 웹2.0의 핵심은 인터넷이 산업으로 정착하면서 거기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요소를 뽑아낸 거다. 앞으로 인터넷 사업을 잘 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이런 걸 잘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리하면서 붙인 게 이른바 웹2.0이다.
국내에 들어오면서 웹2.0이 성공요소가 아니라 기술 자체로 바뀌었다. API를 공개해야 웹2.0이고 AJAX를 써야 웹2.0이고, UCC를 도입해야 웹2.0이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럼 네이버 지식iN은 UCC가 아니고 뭐란 말야, 이렇게 되물으니 또 헷갈리게 된 거다. 우리나라는 이미 웹2.0을 도입하고 있었다. 특별히 웹2.0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
▲ 검색이나 포털의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면.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주도권을 잡긴 힘든 상황인 듯하다. 분명히 새로운 서비스는 나올 테지만, 인터넷 초창기처럼 폭발적인 위력을 보이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결국 기존 서비스가 더욱 강화되거나, 요즘 말대로 ‘컨버전스’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증된 수익모델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기존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보면 거의 3년 주기로 포털이 검색에 집중한다느니, 검색대전이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그 이유도 결국 검색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이미 검증된, 그리고 돈이 되는 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엠파스는 앞으로도 국내 최고라 자부할 만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검색전문 포털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