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지난 2000년 MS는 '악의 제국'로 묘사되는 등 기업 이미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MS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대로 떨어져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MS XML 팀 프로그램 매니저 조슈아 알렌은 "내가 MS 직원이니 나와 이야기하자"는 생각을 갖고 '소프트웨어로 더 나은 삶'을 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시작했다. MS 최초의 블로거였다.
그는 자신이 블로깅을 시작하면 동료 직원들도 그를 따라할 것이며 MS직원들이 로봇이나 기계가 아닌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모가지를 짤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e메일이 사내에 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알렌의 생각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됐다.
2005년 3월 현재 MS에서 활발하게 블로깅을 하는 사람들은 1천500명에 이르고 있다. 초반에는 반신반의하던 경영진들의 기류도 직원들의 블로그 활동 지지쪽으로 흐르고 있다. 블로그 덕분에 기업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다. 블로그는 '악의축'이라 난도질당하던 MS의 기업 이미지에 보다 인간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MS의 중간급 직원들은 블로그가 최근까지만 해도 로봇에 비유되었던 자사를 인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시켰다고 확신하고 있다. 블로깅은 MS가 정말 어떤 기업인지를 사람들이 알도록 해주었고 사람들이 MS 직원들의 눈을 통해 MS를 알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킨 MS 사례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블로그세상을바꾸다>(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지음.홍성준, 나준희 옮김.체온365.1만2천800원)는 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는 기업들이라면 이제는 블로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저자인 스코블과 이스라엘은 서문에서 아래와 같은 말로 자신들이 '블로그 옹호론자'임을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있다.
"공정하게 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이 책은 객관적 고찰은 아니다. 우리는 블로깅 옹호자들이다. 우리는 블로깅이 고객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기업들에게 현명한 선택일 뿐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문구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들의 기본 메시지로 "블로그를 안하면 망할것"이라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는 마음까지 엿보인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제 기업들에게 블로그는 필수"라는 저자들의 주장은 다양한 사례와 결합돼 꽤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저자들은 조나단 슈워츠 썬마이크로시스템즈 CEO, GM의 밥 러츠 부사장, 파이어폭스, 구글 등이 블로그를 통해 어떤 효과를 누렸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과 개인들이 블로그를 통해 그전에는 감히 넘볼 수 없던 장벽을 뛰어넘은 사례들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블로그를 옹호하는 것은 입소문 마케팅에 있어 그만한 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드라마틱하게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 바로 블로깅과 대화 마케팅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블로그를 활용해 과거의 통제 중심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대화 마케팅 시대 이른바 '오픈소스마케팅'의 세계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규모나 업종과는 무관하다.
물론 블로그와 떨어져 있어도 되는 기업들이 있다. 타이코, 월드컴, 엔론 같은 기업들이 우선 그렇다. 이들은 부패한 기업이었다.
저질 제품을 갖고 고객들을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기업들도 블로그를 할 필요가 없다. 폭력 조직도 열외다. 저자들이 말하는 '블로그를 안해도 되는 기업과 사람들'이다.
지금 이순간, 블로그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마케터 또는 기업 경영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내부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했다가 괜히 욕만 먹지 않을까", 바빠죽겠는데 그런데다 시간쓸 여유가 어디있어!"라며 블로그를 끌어안는데 주저하고 있을지 모른다.
<블로그세상을바꾸다>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블로그 마케팅을 이미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들이나 하고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기업보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주는 책이란 평가를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