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2007-01-22     황치규

글이라는게 쓰면 쓸수록 어려운가 봅니다. 저같은 경우 기존 언론 보도 양식에서 벗어나  블로거 공간에 맞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과거와 결별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 글로 내공을 좀 끌어올리고 싶은데, 그게 만만치가 않군요.

저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블로그를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하고는 싶은데 글쓰는게 두려워 못한다고 하더군요.

안써본 입장에서 글쓰는게 힘들어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소위 글써서 먹고 산다는 저도 아직 글쓰는게 어렵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글쓰기가 재능이 있는 이들만 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닙니다. 쉬운 단어를 사용해 남들에게 말하듯이 풀어간다면 독자분들도 호소력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블로그를 하고 싶은데, 글쓰기가 힘드신분 또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글솜씨를 갖고 싶은 블로거들에게 이외수씨가 쓴 <글쓰기의 공중부양> (9천원. 동방미디어)을 추천해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외수씨의 열성팬입니다. 그의 글은 잘난체 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구어체가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촌철살인의 표현이 수시로 등장, 읽는이로 하여금 글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외수씨가 블로고스피어에 데뷔한다면 단숨에 강호를 평정할 것이란 생각까지 해보곤 합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에서 이외수씨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뻔한 얘기입니다.

"글의 기본 재료는 단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글을 쓰고자 한다면 우선 단어를 채집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한다. 지금부터 단어채집 노트를 만들어보라.  사어보다는 생어를 주목하자. 생어는 오감을 각성시킨다. 생어를 많이 쓰라."


적절한 단어를 쓰라는 것입니다. 이외수씨 말대로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글쓰기에 대한 그의 주문은 계속됩니다.

"효과적으로 글을 쓸려면 겉으로 판단되는 속성은 물론이고 보다 내면적인 속성을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속성이라. 언뜻 이해가 안되는 면도 있습니다.  딱딱한 설명보다는 사례가 좋을 듯 하여 책속에 담긴 몇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대머리
머리카락이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서식처 일부를 태양에게 양보한 상태. 또는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인격체. 나아가 최소한 서너살은 더 들어보이게 만드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따금 대머리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가짜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두부를 업그레이드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열등감을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다. 특히 외면을 중시하는 인격체일수도록 열등감의 농도는 짙어지고 내면을 중시하는 인격체일수록 열등감의 농도는 옅어진다. 그러나 성인의 경지에 이른자는 타인의 소유건 자신의 소유건 머리카락의 증감이나 유무 따위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충 이해가 되시나요? 책속에는 여러가지 사물에 대한 이외수식 속성 파악법이 들어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왜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우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저를 가장 웃게 만든 이외수식 속성파악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연필과 볼펜의 대화(칭찬하기)
연필이 볼펜에게: 너는 한평생 칼질 당할 일이 없으니 마음 하나는 편하겠다. 죽을때가지 같은 굵기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니 대단해. 땅바닥에 아무리 세차게 내동댕이처도 심이 부러지지 않는 내공.


볼펜이 연필에게: 저놈은 깎을때마다 향기가 난단 말야. 실수를 했더라도 지울 수가 있으니 무슨 걱정이냐.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침을 흘리지 않는 비결이 뭐지?


사물의 속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요? 얼핏보면 쉽게 보이는 그의 글이 읽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까닭은 그밑에 깔려있는 세상에 대한 성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외수씨가 자신의 책에서 강조한 글쓰기의 덕목에는 '의문은
발상을 전환시키는 도화선이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라', '처음부터 문장을 꾸미지 마라',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가식은 병폐다. 가식은 척하는 병이 만들어낸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온갖 척하는 병들이 난무한다. 글쓰기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거느리고 있는 풍토병도 그놈의 척하는 병이다. 감염되면 민간 요법 정도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란 말도 있습니다.

뻔한 얘기처럼 들리시나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글쓰는자가 가져야할 마음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것을 지키느냐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말입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이외수씨가 전달하는 '글쓰기 입문서'입니다. 그런만큼 '한번 읽고 끝'이라기 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할때마다 활용하고 책 내용을 따라 꾸준히 연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외수씨 말을 꾸준히 따른다면 자신도 모르게 블로고스피어에서 필력을 드날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