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악성 프로그램에 화났다

2006-09-14     Onkihong in China

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악성 프로그램'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네티즌들이 인터넷회사를 상대로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법적 수단을 이용한 강경 대응에 나서기는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충칭, 우한, 톈진, 창샤 등 7개 대도시에서는 네티즌들이 악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민간 네티즌 단체인 '중국 반불량소프트웨어연맹(中反流氓盟)'은 야후차이나를 악성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을 강제 배포했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베이징 하이뎬구 법원에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연맹은 야후차이나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동의없이 '야후 어시스턴트(Yahoo! Assistant)' 소프트웨어 설치를 강제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 권리가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야후 어시스턴트'는 웹브라우저 도움 기능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의 동의없이 컴퓨터에 뜨고 삭제하기도 어려우며 사용자가 원치 않는 정보들을 제공한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연맹의 발기인이자 대표인 동하이핑은 "야후차이나에 공개 사과와 함께 해당 SW 제거 방법을 제공하고 컴퓨터를 원래 상태로 고쳐 놓도록 요구했다"며 "또 상징성 차원에서 야후차이나측에 94 위안(1위안은 120원 정도)의 배상 요구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대응은 시민법과 소비자인터넷보호법 상에 있는 재산권에 근거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소송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후차이나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도 함께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은 중국 베이징 하이덴취에 있는 한 PC방 모습. 제공:seyonba)



앞서 연맹은 지난 9월 4일 중국의 '중국검색엔진(中搜索, Zhongsou.com)'이 악성 SW를 배포했다며 베이징시 하이뎬취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다. 연맹은 '중국검색엔진'측에 대해 악의적 행위를 중지하고 연맹에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상징적인 차원에서 94 위안의 배상도 제기했다.



이어 연맹은 애드웨어, 스파이웨어, 트랙웨어, 포르노 관련 악성 광고 등과 같은 '훌리건 SW' 130개 가량을 적발한 가운데, 이 같은 SW를 만들어 배포한 인터넷회사들을 상대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하이핑 대표는 "앞으로 법적 공방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20개 정도의 인터넷회사들을 상대로 증거를 충분히 갖추는 대로 법적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맹이 추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대상에는 미국계 인터넷경매회사인 이베이(Ebay.com)와 중국 최대 인터넷검색회사인 바이두(Baidu.com), 치앤샹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연맹은 현재 전국 8개 도시에 있는 30명의 법률가로 구성된 변호인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변호인단은 소송 과정에 전적으로 참여하면서 각 도시에서 증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소송 근거를 민법 통칙과 중국소비자권익보호법 상의 '재산손해배상'에 두고 있다.



연맹의 매체담당 리지아헝은 "이른바 '훌리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컴퓨터에 강제로 설치돼 삭제도 어려운데다 광고를 띄우면서 상업적 이익을 얻고 있다"며 "특히 인터넷상에서 사용자의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을 몰래 수집하는 등 사용자의 재산을 침범할 위험도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동하핑의 발기로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설립된 '중국 반불량소프트웨어연맹'에는 일반 개인을 비롯해 변호사, 웹사이트 관리자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야후차이나, "연맹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 없어"= 연맹을 비롯한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과 관련, 야후차이나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야후차이나의 공멍 대변인은 "아직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통지를 받은 게 없지만, 회사 법무팀이 소송에 대비해 증거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기술적인 장치를 통해 '야후 어시스턴트' 설치에 앞서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SW가 '훌리건' 소프트웨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야후차이나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타오란 홍보책임자도 "최근 법원으로부터 어떤 통지도 받지 않았다"며 "연맹 측의 견해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야후 검색과 인터넷실명 모두 즉시 설치와 함께 내려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여기에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야후는 지난해 6월까지 '야후 어시스턴트(Yahoo! Assistant)'를 통해 2억 위안(2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중국내 전문가 "악성 SW 관련 법률 규정 필요"= 중국 내 전문가들은 악성 SW를 막기 위한 법률 규정이 없어서 이번 소송과 같은 사례에 대처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맹에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는 황진션 변호사는 "중국은 스파이웨어처럼 문제가 되는 소프트웨어 관련 법률을 강화해서 네티즌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랴오닝에 있는 진위앤 법률사무소의 런바이치 변호사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쓸모 없는 '쓰레기' 소프트웨어가 같이 따라 와 설치되는 게 흔해 졌고, 각종 광고가 컴퓨터를 뒤덮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유명 인터넷 보안회사인 루이싱의 관계자는 "바이러스, 해커, 악성 소프트웨어는 긴밀이 결합해 뚜렷한 이익 목적을 갖고서 '산업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네티즌들은 연맹의 법적 대응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베이징대학에 재학중인 왕숑쥔은 "이른바 불량 소프트웨어들은 네티즌들을 심하게 헤치고 있는데, 사용자가 인터넷에 로그인하자 마자 컴퓨터 창에 뜨고 개인 정보를 사용자 몰래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크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맹의 동하핑 대표는 이번 소송이 야후차이나·중서우의 경쟁사의 지시를 받고 제기했다는 항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연맹은 IT기업들과 어떠한 상업적인 관계가 없는 자발적인 민간 비영리단체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