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의 보고였던 하이텔의 서비스 종료

2007-01-28     oojoo

1월25일에 하이텔 VT 서비스 공지사항에는 2007년 2월28일자로 VT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1990년대 초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PC통신은 2000년 초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각각 1~3백만 명 정도의 유료 사용자(월 5천원~1만원)를 확보했습니다. 1997년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무료로 사용 가능한 WWW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까지 PC통신 사용자수가 증가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90년대 초의 PC통신에서는 지금 우리가 WWW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제공되어왔습니다. 카페는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제공되었습니다. 당시 하이텔의 OSC 동호회는 컴퓨터 붐과 함께 컴퓨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곳이었습니다. OSC 동호회에서 공동구매를 하면 수백 개의 제품이 한 번에 판매되는 것은 물론 제품 홍보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장터란에서는 사용자들이 물물교환을 하거나 제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었습니다. 옥션처럼 경매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는 못했지만 이미 온라인 경매의 초기 형태가 PC통신에서 구현되었습니다. 물론 메일 서비스도 제공되었고 메신저처럼 다른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방과 쪽지 서비스도 제공되었습니다. 하이텔 플라자라는 곳에서는 미디어다음의 아고라나 디씨인사이드의 게시판, 마이클럽 게시판과 같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PC통신은 UCC의 보고였던 셈이죠. PC통신에서 IP(Information Provider) 사업자를 통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용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WWW이 보급되던 2000년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PC통신에 월 사용료를 지불하고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던 것은 PC통신이라는 플랫폼에 쌓인 과거의 수많은 콘텐츠 때문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생산한 UCC는 WWW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하이텔은 2004년 말에 하이텔에서 기록했던 개인의 글들을 파란닷컴 블로그에 옮겨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이미 사용자들은 WWW에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라는 둥지를 만들어 최신의 UCC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이미 과거에 묻힌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이 서비스가 2000년 이전에 있었더라면 추락하던 PC통신이 새롭게 진화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이텔의 서비스 종료를 보면서 지난 10년의 PC통신이 보여준 화려한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자기잠식을 두려워해 혁신을 꾀하지 못하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