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한 나라가 됐다?!

2007-01-29     도안구

'한국 지사에 근무를 하지만 내가 보고해야 될 직속 상관이 싱가포르에 있다면? 국내 기업의 혁신 사례에 만족한 중국 고객이 한국의 기술진들이 직접 중국에 와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주길 바란다면? '


자기의 몸만 해당 국가의 지사에 매여있을 뿐 자기가 보고해야 될 상관들은 아시아 각 국가에 흩어져 있다. 수시로 열리는 컨퍼런스콜 때문에 점심도 자기가 생각하는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자기의 상사 시간에 모든 국가별 조직원들이 맞춰야 한다. 



기업 고객들은 올해도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의 내용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혁신이다.  IT 벤더들도 고객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의 조직, 인력 운영 방안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글로벌 멀티 내셔널 컴퍼니에서 글로벌 원 컴퍼니'로 변화하는 것이다. 각 나라별 지사 중심의 운영에서 아시아 본부를 지사로 보고 해당 국가의 인력과 조직을 서로 엮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IT 벤더들은 각 나라마다 지사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각 나라에 존재하는 기업들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별 지사 설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변하고 있다.


각 나라의 고객들도 사업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 더 이상 한 나라, 한 지역에서만 국한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도입하길 희망한다. 최고의 혁신 사례에 참여했던 IT벤더들의 인원들이 자사도 지원해주길 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장 우수한 혁신 사례에 참여했던 인원들이 해당 국가에서만 기술 지원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고객이 진출하는 곳까지 따라다녀야 한다. 당연히 이런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조직을 개편한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오라클과 IBM의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다. 



이경조 한국IBM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 대표 겸 부사장은 "고객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이런 고객의 변화를 지원하려면 해당 국가간에 최고의 사례들을 공유하고, 그 사례를 만들어낸 인력들이 직접 고객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개편 의미를 밝힌다. 





오라클은 2004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오라클의 아시아 국가별 조직을 아시아 본사 중심의 회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산업으로 나누고 이 조직들을 관장하도록 지오그라피라는 조직을 둬 총괄하고 지원한다. 지사장이 있지만 지사장은 더 이상 보고라인에서 사라진다.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도 있다. 지사장의 역할이 공중에 붕 뜨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조직 개편의 성과도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 ERP 프로젝트에는 호주 콴타스항공 ERP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호주오라클 인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오라클 직원들도 지원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사례를 설명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인력들이 이미 경험한 내용들을 공유한다. 당연히 고객들은 신뢰를 보낸다. 고객은 그만큼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고, 선진 경험도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실제로 얻을 수 있다. 



IBM도 변하고 있다. 최근 IBM 글로벌 서비스 조직은 한국, 중국, 동남아세안, 인도를 묶어서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었다. 물론 오라클처럼 모든 권한이나 보고 체계를 지사장에게서 해당 파트장들에게 넘기지는 않았지만 조직을 변화시킨 이유는 동일하다. 이번 개편으로 IBM 글로벌 서비스 조직의 인원들은 1300명에서 5만명으로 늘었다. 아시아를 한 나라로 보고 서로의 혁신을 공유한다.


글로벌 경영과 지속 가능한 혁신은 조직과 인력에 대한 고정화된 운영과 시각까지도 가차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국가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있던 조직들이 아시아라는 하나의 나라를 상대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