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 MS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MS를 닮자."
오늘(3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비스타를 출시합니다. 윈도비스타 출시에 앞서 '액티브X' 때문에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닮자니 '제정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실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틈틈이 생각해왔던 내용을 좀 풀어볼 까 합니다. 오늘 윈도 비스타도 출시됐고 하니, 때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럼 얘기를 좀 해볼까요.
많은 분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보시고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의 압력 혹은 정부의 규제, 시장의 빠른 변화속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그런 변화의 관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닮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유닉스 진영 혹은 엄청난 기술을 가진 이들의 '오만' 혹은 '오판'입니다. 국내 공공 시장의 유닉스 서버 점유율은 70%가 넘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닉스의 점유율이 35%~40% 정도인 것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수치입니다.
인정을 하든 안하든 간에 윈도 운영체제는 사용 편의성에서 만큼은 유닉스 진영을 뛰어넘습니다. 특히 윈도95의 등장은 개인 사용자들에겐 엄청난 혜택을 줬습니다.
애플이 가장 먼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환경을 구현했지만 자사 시스템에 대해 개방을 안해서 그 좋은 기술은 소수에게만 혜택을 줬습니다. 유닉스 진영은 대단히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그 시스템을 개인 사용자들에게 맞도록 눈을 낮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로 그런 틈새를 제대로 보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은 정작 자신들이 더 좋은 기술을 더 저렴하게,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다록 지원하지 않았다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합니다. 우려스러운 시각이라고 봅니다.
마우스로 클릭 몇번만 하면 되는 것을 여전히 유닉스 진영에서는 커맨드 명령어 창을 띄워놓고 처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바 개발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고 개발자에 대한 지원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열악하다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닷넷 개발자보다 많은 보상을 받지만 닷넷 개발자 환경을 부러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익스플로러 7.0의 경우는 또 어떻습니까? 파이어폭스라는 걸출한 도전자가 생겨나고 웹 표준을 준수하는 세력이 힘을 얻어가면서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도전자가 없었을 때도 미리 좀 알아서 표준을 준수하면 좋았을테지만 말입니다.
액티브X에 대해서 국내 언론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성토합니다. 그럼 그들은 언론에 이렇게 말합니다. "액티브X는 비표준이라고 지적하시지 않았습니까? 표준을 따르라고 해서 이제 표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할 말이 없어지죠.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브X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만큼 웹 표준을 따르도록 파트너들을 독려하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설명을 할 책임은 별개로 말입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또 어떻습니까? 국내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윈도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으로 아는데, 해외에서는 윈도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도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에 대해 제대로 알자고 하면서 얼마전까지 리눅스의 영향력 확대를 전면적으로 부정해 왔고, 리눅스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확산을 되도록이면 막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선회하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 사용자들은 유닉스 시스템은 물론 리눅스 시스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윈도 서버에서 유닉스 서버를 관리하는 기능만을 제공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고객들의 환경을 무시하지 않고 고객들의 리눅스 시스템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이는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요구했던 바입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처럼 전면적으로 소스를 개방하지는 않지만 대고객이나 대정부에게는 소스도 공개합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고객들이 소스를 수정하도록 하고 있고, 고객이 새롭게 개발한 내용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변화에 애써 눈을 감고 '독점' 기업이라고 맹성토를 하고 있지만 그들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그 혜택이 기업 혹은 개인들에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진영을 끌어안으려 몸부림치는데 오픈소스 진영은 어떻습니까? 저 같이 엔지니어가 아닌 사용자가 리눅스 데스크톱을 설치하고 부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사용자들에게 공부하라고 하기 이전에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제공하는 사용자 편의성은 최소한 제공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레이 오지라는 인물을 기억하시나요? 전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 5대 인물에 든다는 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에서도 상당히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그루브'라는 P2P(Peer to Peer) 기반의 가상 오피스 솔루션을 만들었고, 이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레이 오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인물이 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이 놀랄 정돕니다.
구글의 등장은 또 어떻습니까? 구글의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윈도라이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구글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과연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했겠느냐. 그러니까 나쁜 놈들이야"라고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구글과 같은 이들이 등장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인 인프라가 부럽습니다. 독점적 기업은 스스로의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변화가 더딥니다. 오히려 구글의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하게 됐고,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옵니다.
IBM도 거대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20여년간 독점 소송을 겪으면서 잠시 주춤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그런 위기 속에서 지금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안정적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런 모델을 IT 기업은 물론 전혀 다른 산업의 업체들도 따라 배우려고 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생존했기에 IBM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을 흐리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하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뿐아니라 독점 기업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의 대상을 '독점'이라는 틀 안에 고착화시켜놓고 있을 때 그들의 변화는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미세한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런 노력 자체들이 사용자는 물론 전 산업계에 어떤 파장을 던지고 있는지 간과하기 쉽습니다. 윈도 비스타의 출시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조금은 여유롭게 지켜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적응하려는 저 거대기업의 태도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