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비스타, 본격적인 64비트 시대 연다.

2007-02-02     이정환

CPU(중앙처리장치, 프로세서)가 컴퓨터의 두뇌라면 운영체제는 이 두뇌를 활용해 컴퓨터를 구동시키고 응용 프로그램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컴퓨터의 중추 신경계라고 할 수 있다. 64비트 프로세서는 일찌감치 2001년에 출시됐지만 이를 응용한 운영체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윈도우 비스타도 그 중의 하나다.


한때 386이니 486이니 하는 이름으로 컴퓨터의 세대 구분을 하곤 했는데 이는 인텔의 프로세서 이름을 따른 것이다. 4비트 프로세서가 출시된 때가 1971년, 그 이듬해인 1972년에는 8비트 프로세서가 출시됐고 1979년에는 16비트 프로세서가 출시됐다. 그 보급형인 80286이 출시된 것은 1982년이었는데 이 프로세서가 들어간 PC를 286 PC라고 불렀다.


그 뒤 1985년 32비트 프로세서인 80386과 386 PC가 나왔고 1989년에는 80486 프로세서와 486 PC가 나왔다. 인텔은 80586 프로세서부터 이런 숫자 구분을 버리고 펜티엄이라는 상표를 쓰기 시작했고 펜티엄 프로와 펜티엄 2, 3을 거쳐 64비트를 지원하는 펜티엄 4까지 출시됐다. 지난해에는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코어2듀오 프로세서가 잇따라 출시됐다.


 데이터 처리 용량, 42억9496만배나 늘어난다.


펜티엄 2, 3, 4가 클럭 속도를 높여 처리 속도를 높였다면 듀얼코어나 코어2듀오는 오히려 클럭 속도를 줄이는 대신 코어를 두 개 써서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인 경우다. 프로세서 하나에 두 개의 엔진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다. 듀얼코어가 이 두 개의 엔진이 캐시 메모리를 따로 쓰는 것과 달리 코어2듀오는 캐시 메모리를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효율이 더 높다.


돌아보면 1985년 32비트 프로세서가 나온 이래 2001년 64비트 프로세서가 나오기까지는 꼬박 16년이 걸렸다. 32비트나 64비트는 프로세서가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 이른바 레지스터의 길이를 의미한다. 64비트는 32비트의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2의 32승에서 2의 64승으로, 42억9496만7296배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인 셈이다.


운영체제의 진화는 프로세서의 진화와 맞물린다. 과거 MS-DOS(도스)나 윈도우 95, 98이 16비트 운영체제였다면 윈도우 2000과 XP는 32비트 운영체제였다. 마이크로포스트가 MS-DOS 1.0을 처음 내놓았던 때가 1981년 9월, 윈도우 2000을 내놓았던 때는 2000년 2월이다. 그리고 올해 2월 64비트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가 출시됐다.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오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는데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오기까지는 7년 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윈도우 비스타 출시를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윈도우 비스타의 출시는 32비트 시대가 끝나고 바야흐로 64비트 시대가 시작됐다는 걸 의미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 널리 쓰였던 윈도우 3.0이 DOS에서 돌아가는 응용 프로그램 수준이었다면 윈도우 95는 본격적인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개막을 의미했다. 복잡한 영문 명령어를 몰라도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게 됐으니 사용자들이 열광한 것도 당연했다.


영문으로 8자까지만 가능했던 파일 이름을 255자까지 늘릴 수 있게 됐고 하드웨어를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식하는 플러그앤플레이 기능도 획기적인 변화였다. 윈도우 95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다중 작업, 이른바 멀티 태스킹이었다. 이를테면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를 작성하고 동시에 인터넷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일도 이때부터 가능하게 됐다.


그 뒤 윈도우 98이나 윈도우 ME(밀레니엄 에디션)은 윈도우 95를 계승한데 그쳤지만 2000년 2월에 출시된 윈도우 2000은 윈도우 NT의 뒤를 잇는 본격적인 32비트 운영체제였다. 윈도우 98이나 윈도우 ME까지 DOS의 흔적이 남아있었다면 윈도우 2000은 완전히 그래픽 환경으로 옮겨갔다는 것도 큰 차이다. 네트워크 기능도 크게 강화됐다.


2001년 10월에 출시된 윈도우 XP는 윈도우 2000의 계보를 잇는 제품이었다.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그래픽이 훨씬 더 화려해졌지만 기본 골격은 윈도우 200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뒤 올해 2월 윈도우 비스타를 출시하기까지 윈도우 서버 2003이나 윈도우 미디어 센터 등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고 사용자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윈도우 비스타는 일단 3차원 그래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윈도우와 다르다. 작업 창을 3차원으로 배치하고 전환할 때마다 창의 크기가 달라지는 에어로 글래스는 당장이라도 비스타로 옮겨 타야겠다고 생각하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에어로 글래스는 윈도우 키와 탭 키를 동시에 누르면 실행된다.


 3차원 지원하는 똑똑한 운영체제.


 아직은 에어로 글래스 정도가 고작이지만 윈도우 비스타의 보급이 늘어나면 3차원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작업 환경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내년에 다이렉트X 10이 출시되면 윈도우 비스타 기반의 3차원 게임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윈도우 비스타는 또 윈도우 미디어 센터의 기능을 대부분 흡수, 멀티미디어 기능도 강화됐다. 늘어난 사양과 용량에 걸맞게 파일 검색과 관리 기능도 크게 개선됐다.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바뀐 것만큼이나 큰 변화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지만 그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


비스타는 전망 또는 경치라는 의미다. 윈도우(창문)의 본뜻에 걸맞게 투명 창을 선보인 윈도우 비스타의 이름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비스타라는 이름을 처음 공개하기 전까지 윈도우 비스타의 암호명은 롱혼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이탈리아의 롱혼살룬이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할 때마다 암호명을 붙여왔다. 윈도우 XP는 경험(eXPerience)이라는 뜻인데 역시 정식 이름이 공개되기 전에는 블랙콤 또는 휘슬러로만 알려져 왔다. 윈도우 95는 시카고로 불렸고 윈도우 98은 내쉬빌, 윈도우 2000은 카이로로 불렸다. 윈도우 비스타의 후속 모델은 비엔나로 불리고 있다. 모두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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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의 역사.


1971년 4비트 프로세서 출시. 

1972년 8비트 프로세서 출시. 

1979년 16비트 프로세서 출시. 

1981년 MS-DOS 1.0 출시. 

1982년 286 PC 출시. 

1985년 386 PC 출시. 

1989년 486 PC 출시. 

1990년 윈도우 3.0 출시. 

1993년 펜티엄 PC 출시. 

1995년 펜티엄 프로 PC 출시. 

1995년 윈도우 95 출시. 

1997년 펜티엄 2 PC 출시. 

1998년 윈도우 98 출시. 

1999년 펜티엄 3 PC 출시. 

2000년 펜티엄 4 PC 출시. 

2000년 윈도우 2000 출시. 

2001년 윈도우 XP 출시. 

2006년 듀얼코어, 코어2듀오 PC 출시. 

2007년 윈도우 비스타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