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업체가 이통사 모델 흉내낸다고?
여기 두 회사가 있습니다.
한 회사는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 회사입니다. 또 한 회사는 일반 국산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회사의 주식을 선호하시고 매입하시나요? 당연히 이동통신사이라고 하시겠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거냐고 물으실 겁니다. 바로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 싸움입니다. 누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우위가 가려집니다. 가입자를 확보하면 할수록 기본 매출이 보장됩니다. 이런 기본을 깔고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기만 하면 또 다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혀 다른 산업 영역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가입자를 더 끌어들 수 있을지, 한 가입자당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편들입니다.
새해가 시작된다고 해도 기본료를 내는 고객들이 있기에 경쟁사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으면 기본 매출은 보장됩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올해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새해가 되면 다시 매출 제로에서 시작합니다.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해 피튀기는 경쟁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런 일은 매번 반복되고 있고, 이것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수익성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이동통신사와 같은 가입자 기반 모델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시키면 됩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변신해야 합니다. 가입자 기반 모델의 이점은 무엇을까요? 보안 서비스 회사인 코코넛을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보안이라는 특화된 분야를 전담할 인력을 뽑고, 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보안 관련한 모든 것들을 고객에게 서비스합니다. 기업 내 보안 전문가가 없으니 보안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관리하지 말고 모두 위탁하라는 말이죠.
초기에는 시설과 인적 자원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외형을 일단 갖춰야 되는 것이죠. 그렇게 하고 영업에 나섭니다. 이렇게 영업을 통해 고객사를 하나둘 확보하면 고객사들은 월정액으로 보안 서비스료를 지불합니다. 10개 회사가 매달 100만원을 낸다고 가정해봤을 때 한달 매출이 1000만원이고, 1년에는 1억 2000만원이 되는 것이죠. 서비스료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올라갑니다.
새해가 시작된다고 해도 기본 예상 매출은 1억 2000만원입니다. 새로운 가입자가 늘면 기본 매출은 또 늘게 돼 있는 구조입니다. 코코넛 사장을 지냈다가 현재는 데이타크래프트코리아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석일 지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 사장은 "처음 서비스를 안착시키고 고객을 확보하는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를 얻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새해가 되더라도 기본 매출이 보장돼 있으니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신규 고객도 발굴하고, 또 기존 고객사들에게 또 다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이 또 증가합니다. 서비스 회사의 매력입니다"라고 전합니다.
오라클(Oracle)이나 SA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사적자원관리와 고객관계관리,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 업체들이 기존 가입자 기반의 라이선스 모델을 채택하고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외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신규 라이선스 구입 고객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기존에 구축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유지보수료가 신규 라이선스 매출을 앞선 것이죠.
오라클은 개방형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이 고객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유지보수요율을 7%~8%에서 20% 정도로 인상을 단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런 조치에 반발한 고객 20%가 타 경쟁사 제품을 도입하더라도 80%는 불만이 있지만 유지보수료를 올려줍니다. 엄청 남는 장사 아니겠습니까? 경쟁사들은 이 같은 호재를 놓치지 않지만 실은 자사들도 언젠가는 오라클처럼 유지보수료를 올릴 계획입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할 때 비용이 2억원이고 서버를 교체하는데 3000만원이 든다면 고객들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고객이 늘면 하드웨어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늘여야 하는 모델이 아니라 자사의 서버를 잘 활용하면서 고객의 데이터들을 단일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죠.
하드웨어 기술의 급변과 지속적인 서버 가격의 하락이라는 외풍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변화시켜야 되는 문제 속에서 국내외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들이 고객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조정하면서 가입자 기반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모두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