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Music 비즈니스 모델
2001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던 이비커뮤니케이션의 출판 사업부서인 북비라는 곳에서 북펀드 공모를 했었죠. 북펀드 1호는 '만지면 커지는 인터넷'이라는 인터넷 활용 서적이었고, 불과 이틀만에 목표였던 3000만원이 모여 성황리에 마감을 했었습니다. 이때 북펀드는 유행처럼 번졌었고 이전, 이후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이와 같은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때 북펀드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1. RISK가 큰 출판 투자에 직접 독자들이 참여하도록 하여 사전에 잘 팔릴만한 괜찮은 책을 발굴해내자.
2. 투자를 한 소액 투자자들을 활용해 Viral 마케팅으로 책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자.
3. 책 출간에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충당하여 출간하기 어려운 책들이 출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실질적인 이유는 결국 잘 팔릴만한 책을 독자들의 선택에 의해 찾아서 투자자들의 힘을 빌려 구전 마케팅 덕으로 책 판매에 도움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2001년 경만 해도 벤처 열풍과 함께 국내에는 IT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던 시기였던 만큼 북펀드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북펀드마다 투자자들이 넘쳐 났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출간된 책들이 대박이 나서 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벌었느냐? 그건 아닙니다. 국내 출판 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은데다가 수 만권 이상 팔릴만한 대작은 굳이 이렇게 출판사가 나서서 북펀드를 조성할 이유가 없기에(어차피 잘 팔릴 책은 투자자들과 그 수익을 나누기 보다 출판사가 모두 차지하는 것이 나을 테니까) 북펀드로 조성되어 출간된 책들은 그다지 판매가 많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재미있고 읽을만한 책은 굳이 투자자들이 소문을 내주지 않아도 알아서 언론에 조명되고 독자들의 구전효과를 톡톡히 얻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구전 마케팅 효과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2001년에 북펀드 붐이 2002년 들어서면서부터 시들해졌고 2003년부터는 전혀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05년부터 다시 북펀드에 대한 시도가 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일본으로부터 일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은 출판 시장이 큰 만큼 북펀드가 오래 전부터 조성되어왔고 수십억 이상의 규모로 커진 북펀드 조성 업체들이 많습니다. 이들 일본 펀드가 한류 열풍을 믿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또한, 국내 모 업체에서도 2006년 말부터 북펀드를 조성해서 펀드 바람을 몰고 올 분위기입니다.
2001년대의 북펀드와 이들의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점과 특정 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서 다양한 책을 출간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2001년에는 주로 특정한 책을 대상으로 한 수 천만원 규모의 북펀드가 시도되었지만, 지금은 수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서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적이니 방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어쨌든 북펀드의 기본 취지를 잘 살린 웹2.0 비즈니스가 SonicLiving(http://sonicliving.com/hello), SellaBand(http://www.sellaband.com), tourfilter(http://www.tourfilter.com)입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재화로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습니다. SonicLiving와 tourfilter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사와 콘서트를 RSS, iCal 등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온라인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특히, SellaBand는 주목 받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무료로 올리고, 사용자들이 이 음악에 돈을 투자해 일정 금액 이상이 모이면 이 돈으로 CD 앨범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콘서트를 열도록 해줍니다. 수익은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버는 것이고, 온라인은 대중의 어텐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인 것이죠.
즉, 자본을 가진 특권층의 선택이 있어야만 음반을 발매하고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전통적인 음악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대중의 어텐션을 받아 이를 기반으로 음반 발매와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프로세스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디지털(온라인과 MP3) 경험은 오프라인의 수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툴로서 활용되면서 천덕꾸러기였던 온라인 음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웹2.0 시대의 MUSIC 2.0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