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2.0'을 화두로 던지면서...
몇해전 '자바의 아버지'로 유명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제임스 고슬링씨가 한국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기자회견이 열렸고 때마침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란 테마로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한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개발자들의 열정이 중요하다'
고슬링씨의 답변은 굵고도 짧았다. 좀더 풀어쓰면 개발자들이 소위 '장이'로서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발자들의 열정없이 '공개SW 육성'이나 '대중소기업의 상생'같은 얘기는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으리라.
IT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개발자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마케터들로부터 수시로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우울한 얘기들이다. 한마디로 개발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슬링씨의 표현을 빌리면 SW산업 발전의 한축이라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개발자들은 현업이 바빠 미래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아요. 웹2.0, 웹2.0 하지만 그런거 신경쓸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평일에 열리는 세미나도 눈치가 보여 오기가 힘들어졌어요. 때문에 '세미나는 주말에 해줄 수 없느냐'란 문의가 많습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개발자를 담당하는 한 마케팅 담당자 A씨의 푸념이다. 개발자들이 처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노가다'와 '삽질'이 개발자를 가리키는 말로 통하는게 지금의 대한민국 개발자 세계다.
그래서일까? 요즘 SW업계에서 쓸만한 개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로 통한다. 사람이 있어야 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갈텐데 그러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개발자 세계로 뛰어드는 신입인력도 크게 줄었단다. 취업대란이 심화돠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역설적인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프로그래머가 '선망의 직종'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근무여건이 좋고 비전이 있는 곳에 좋은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불변의 법칙. 이를 감안하면 SW업계의 개발자 품귀 현상은 직업으로서 개발자가 갖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SW산업 발전을 위해 우수한 개발자 풀(Pool)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인력난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IT산업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소프트웨어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게 정보통신부의 논리가 아니었던가.
이에 블로터닷넷은 앞으로 개발자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볼 계획이다. 한국의 개발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고민을 하고있는 지 더 늦기 전에...
한국자바개발자협의회(JCO, 회장:옥상훈)와 손잡고 '이 동네'에서 고수로 통하는 개발자들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볼 계획이다. 개발자가 되고싶은 이들에게 선배들이 하고싶은 이야기도 글로 담아낼 것이다. 자바와 닷넷 개발자들간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가능하다면 개발자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웹2.0이 '과거와 다른 인터넷'을 의미한다면 디벨로퍼2.0은 보다 미래 지향적인 개발자상을 말하고 있다.
디벨로퍼2.0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일부에게는 듣기 거북한 얘기들도 있을 것이다. 블로터닷넷은 이제 그런것들에 대해 말하려 한다. SW산업 활성화를 위해 디벨로퍼2.0은 갖춰놔야할 '필요조건'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