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싱귤러의 아이폰 협상 테이블 엿보기

2007-02-20     황치규



애플 아이폰이 공개된 것은 지난 1월10일입니다. 나오자마자 언론과 블로고스피어를 뒤흔들어놨죠. 



미국내 공식 판매는 6월부터라고 합니다. 독점 공급 업체는 싱귤러와이어리스입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아이폰을 둘러싼 애플과 싱귤러의 협상 내막에 대한 내용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참고한 것입니다.



How Steve Jobs Played Hardball In iPhone Birth



지난해 12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라스베이거스 포시즌 호텔에 머물고 있던 스탠 시그먼 싱귤러 CEO를 찾아갑니다. 아이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시그먼 CEO는 아이폰이 공개되기 한달전에야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두눈으로 본 셈입니다.  2년간 애플과 협력을 진행해왔다고 하는데, 이럴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관련 내용을 막판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군요. 애플, 비밀을 어떻게 유지했을까?  참고로 아이폰이 공개되기전에 그것을 본 싱귤러 경영진들은 고작 3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얘기가 좀 길어졌군요. 다시 잡스와 시그먼 CEO간 만남으로 필름을 돌려보겠습니다. 시그먼 CEO를 만난 잡스는 3시간에 걸쳐 아이폰을 시연해줬다고 합니다. 둘의 만남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그먼 CEO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폰을 지켜봤다고 하는군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아이폰을 둘러싼 싱귤러와 애플간 협력에는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에서 벗어난 점들이 좀 있습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휴대폰 업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통상 우위를 점하기 마련한데, 애플과 싱귤러간 협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WSJ에 따르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휴대폰 개발과 판매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능에까지 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싱귤러는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가 되기위해 애플에 많은 양보를 해줬습니다.



웹서핑, 벨소리, 기타 서비스도 애플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물론 월매출의 일부를 애플과 공유까지 한다고 합니다. 파격적인 양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폰이 배타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된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알다시피 아이폰은 싱귤러와 애플 스토어 그리고 양사 웹사이트에서만 구입이 가능합니다. 싱귤러가 이렇게까지 해준 것은 아이폰을 경쟁 이통업체들이 판매하는 것을 막기위해서였습니다. 



싱귤러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좀 있었던것 같지만 경영진 차원에서 애플과 손을 잡는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싱귤러의 라이벌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애플간 협상이 실패로 끝난 것과는 완전이 다른 모습입니다.



WSJ의 이번 기사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같은 방식의 기사는 WSJ의 주특기중 하나인데, 상당부분 사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정보를 흘려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애플쪽일까요 아니면 싱귤러쪽일까요? 익명의 소식통에 기반한 애플 관련 뉴스를 많이 접하다보니 정보 자체보다 그것을 전해준 소식통이 누구인지가 더욱 궁금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