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DB 믿고 맡겨 주세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역에 내렸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따로 없을 정도로 옛 구로공단은 그 역 이름이 바뀐 것처럼 그 외투는 물론 속살까지 속속들이 바뀌고 있다. 역에서 내려 십여분 걸어서 국산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알티베이스 김기완 대표이사를 만났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하듯이 알티베이스도 메인메모리 업체에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까지 제공하는 업체로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사이베이스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운영체제도 마찬가지다. 이 인프라 시장은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기업 고객들은 데이터베이스가 기업 IT 정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하다가보니 한번 선택한 제품을 쉽사리 바꾸려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익숙한 것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단 말야. 그러니 고객들은 오죽하겠어? 제대로 만드는 거야 기본이고, 제대로 고객들을 설득해야 되지. 영업을 잘 해 나가야지.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김 사장은 어느 해나 그렇듯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래도 8부 능선까지 올랐다는 소리는 잊지 않는다. 오라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회사로 고객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공공 시장에서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공공 기관 홈페이지용으로 20여곳에서 사용되지만 핵심 업무에 적용돼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그런 소식이 많이 들리도록 힘을 좀 써봐야 하는데"라면서 입을 굳게 다문다. 고객들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인가? 말을 아낀다.
"올해 경기 좀 어떨 것 같나요?"라고 물었더니 "언제 우리나라가 안 어려울 때 있었어? 사업 시작하고 지금까지 경기 좋았다는 사람 본적도 없어. 맨날 어려웠지. 지난해 90억원 정도 매출했는데 올해는 한 120억 원 정도 될 것 같애"라고 말한다.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중요치 않다. 알티베이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고, 그런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고민을 토로한다.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그 고민. 총체적인 국내 IT 문제에서 알티베이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이야 잘 하는 해가 있고, 또 좀 못하는 해가 있을 수 있지. 다시 정비해서 잘 하면 만회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구하기 힘들다"
외산 소프트웨어 벤더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확실한 인재가 꼭 필요한데 그런 인재들이 관련 산업계에 뛰어들지도 않고 있고, 뛰어든 이들도 막상 채용해 현업에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다. 김사장은 내부 교육을 강화해 인재를 키우는 쪽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제대로 투자해서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사장은 자사의 경우 회사에 입사한 인력들이 떠나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도전이 계속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린다. 그렇지만 관련 업계에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문제는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후배들이 근본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을 해줬으면 좋겠어. 깊숙히 파보려는 노력도 해주길 바래.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도 좀 필요하지. 요즘 내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애. 예전 어른들이 젊었을 때 나에게 했듯이 말야. 웃기지. 그 말 하나 안틀리더라구"라고 말하고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수많은 이들이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각 분야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을 꿈꾸고 있다. 알티베이스가 국내 시장에서라도 이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회사에 도착해 메일함을 열었더니 한국오라클에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0g와 통합과 캐싱(caching)기능이 강화된 '오라클 타임스텐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릴리즈 7'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가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