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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화) 인텔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스크톱 칩인 ‘인텔 코어 i7(코드명 네할렘 Nehalem)’을 국내에 소개했다. 대개 이런 신제품 발표회에는 기자들을 가장 먼저 초대해 제품을 소개하곤 한다. 기자들을 통해 제품에 대한 소식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인텔코리아도 이날 '인텔 코어 i7'을 선보이면서 오전에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인텔코리아는 또 저녁에는 블로거들을 초대해 블로거 간담회도 열었다. 이날 저녁 250여명의 블로거들이 서울 강남의 EL타워에 모인 이유다. 기자간담회와 별도로 블로거 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제 생소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모습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텔코리아의 블로거 간담회는 규모면에서도 대규모 행사여서 눈길을 끌었다.

초대 형식도 색달랐다. 인텔코리아는 간담회에 블로거들을 초대하기 위해, 그런 일을 대행해주는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세미나나 이벤트 등의 행사 소식을 올려 자발적으로 참여자들을 모으는 온라인 사이트 '온오프믹스(www.onoffmix.com/e/intel/421)에 블로거 간담회 소식을 알리고 참여자의 신청을 받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249명의 블로거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200명을 훌쩍 넘는 블로거들이 실제 참석했다. 이렇게 해서 국내 IT 업체가 마련한 블로거 간담회 역사상 가장 큰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블로거들의 식비만 1천만원이 넘었다.

인텔코리아 마케팅본부 박성민 상무는 블로거 간담회를 연 배경에 대해 "PC는 무엇입니까? 이제 PC는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블로거들의 세상입니다. 이들이 전문가이면서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블로거를 주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밝혔다.

인텔코리아는 또 이날 블로거 간담회를 인터넷생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의 "지상 최고의 데스크톱 발표를 네티즌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인사말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울려 퍼졌다.

'1인 미디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날 행사에 참여한 블로거들은 온갖 디지털 취재 장비로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뜨거운 취재열기를 뿜었다. 저녁 10시가 넘게 끝난 행사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자신들의 궁금증들을 쏟아냈고,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기자들의 취재열기가 이만할 까 싶을 정도였다.

이날 신제품 시연행사는 기자와 블로거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인텔은 이미지와 동영상 편집, 온라인 게임 구동 등 다양한 시연 행사를 마련했는데, 사진 편집 시연을 위해 무대에 선 소니코리아의 한 담당자가 어도비(adobe) 포토샵 CS4를 클릭하는 순간 간담회장 이곳저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클릭과 함께 그 무거운(?) 소프트웨어가 순식간에 실행됐기 때문이다. 1초도 안걸린 것 같다.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저럴수가"

그 이후에 벌어진 시연도 마찬가지. 이날 인텔이 소개한 데스크톱 칩 기반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들은 정말 빨랐고, 이를 눈으로 본 블로거들은 하나 같이 탄성을 자아냈다. 물론 "저거 정말 갖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아" 등등. 테이블에 앉아있던 블로거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이같은 열띤 반응때문이었을까. 시연자들도 흥이 난 듯 상기된 표정으로 "정말 대단하죠?"라는 말을 연신 쏟아냈다. 이런 모습은 시연 내내 이어졌다.

그럼, 오전에 열렸던 기자간담회는 어땠을까. 인텔코리아 담당자는 "블로거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비교하면 기자간담회때는 고요한 침묵의 행사"였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이런 종류의 행사에 너무도 많이 참석한 탓에 쉽게 감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세계 최고, 최강의 제품들을 어디 한두번 만났겠는가. 객관적 팩트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는 직업정신도 감정 표현을 숨기게 한다. 이런 행사에 익숙치 않은 블로거들의 반응과 직접 비교할 거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봤다. 포토샵 CS4가 클릭과 함께 바로 실행되는 그 속도의 의미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그건 포토샵을 한번이라도 실행시켜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의 반응과 기자들의 반응 차이가 그런 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기자나 블로거나 모두 정보를 생산한다. 히지만 생산하는 정보의 유형이 서로 다르다. 또 그런 것이 서로의 역할이다. 한번의 행사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IT 기기 분야에서만큼은 분명 블로거들이 생산해 내는 정보의 양과 깊이에 '기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기자 간담회라는 행사를 통해 '독점적으로' 정보를 받아 기사를 작성하든 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블로거간담회가 일반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기자간담회와 블로거간담회가 비록 시간차이는 있어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간담회만 놓고 보면 기자와 블로거가 똑같은 소스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취재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내년엔 기자와 블로거들이 모두 함께 참여한 행사가 마련되면 어떨까? 정말 진검승부가 펼쳐질 텐데 말이다. 그러자 절친한 이가 옆에서 웃으며 그런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웃는다.

"기자들은 11시에 모여서 간담회하고 식사하고 가서 기사를 쓰면 되지만 블로거들은 직장인이나 학생인데, 평일 낮엔 오고 싶어도 못오잖아. 오늘 행사도 그래서 저녁에 열린 것 아니겠어. 그렇다고 간담회를 저녁에 하자고 하면 기자들이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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