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아시겠지만,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보도자료를 받는다. 보도자료는 이를테면 기사를 쓰는 '소스'다. 기업들은 새로운 소식들을 기사 형식에 맞게 정리해 '보도자료'란 이름으로 기자에게 뿌린다. 보도자료를 조금만 손질해도 기사 하나쯤은 앉은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진다. 여러 언론사에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동시에 쏟아지는 것도 대개 보도자료 덕분이다.

그런데 요즘 보도자료를 받아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정보들은 빛의 속도로 확산되는데 아직도 보도자료는 '1.0' 시대의 걸음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요즘엔 종이 신문이나 TV방송이 아니라도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다. 그게 포털이든 언론사닷컴이든. 블로그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도 전통 미디어와 어깨를 겨루며 새소식들을 쏟아낸다. 뉴스를 보는 'e창문'이 다양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정보들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핵심은 '하이퍼링크'다. 웹에 산재한 모든 정보들을 일일이 텍스트 형태로 한 곳에 모아 보여주기란 불가능하다. 관련 정보들을 하이퍼링크 형태로 연결해주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링크를 넘나들며 부족한 정보를 채울 수 있다. 링크에서 링크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동안 정보 목마름도 해갈되는 식이다.

웹사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링크는 계속 남는다. 글로 모든 정보를 오롯이 담을 순 없는 노릇이다. 자세한 정보가 담긴 원본 사이트 링크를 달아주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검색황제 구글을 보라. '페이지랭크'는 해당 웹사이트가 얼마나 많은 외부 사이트와 링크로 연결돼 있는지를 순위를 매기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링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시대는 이런데, 보도자료는 어떤가. 아직도 딱딱한 신문기사 방식의 텍스트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사체 형식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관련 정보가 올라온 웹사이트 주소(링크) 정도는 첨부하는 것이 현명한 보도자료 작성법 아닐까.

<블로터닷넷>은 인터넷신문이다. 모든 기사는 온라인에 게재되고, 주요 포털 뉴스사이트로도 전송된다.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란 CCL 조건만 지키면 누구나 자유롭게 블로그나 웹사이트로 기사를 퍼가도 된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가 게재된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큰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이맘때면 쏟아지는 주요 포털사이트 '올해의 10대 뉴스' 관련 보도자료가 그렇다. 이 분야 전문가인 홍보담당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식의 자료를 기사로 상세히 적는 기자는 많지 않다. 대개는 단신 형태로 상위권 뉴스나 키워드 몇 개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사실 이런 기사라면 <표> 하나로 보여주는 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란 건 기자도, 홍보담당자도 다 안다. 그렇지만 어쩌나. 현실이 그렇지 않은 걸. 많은 국내 언론사들이 아직은 형식 파괴엔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해당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걸어주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구글코리아와 파란, 야후코리아 등이 이미 올해의 10대 뉴스나 이슈 키워드 등을 발표했지만, 이를 웹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곳은 야후코리아 뿐이다. 야후 검색창에 '2008 인기검색어'를 입력하면 된단다. 물론 웹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간단한 웹페이지 하나를 만들어두고 독자들이 해당 정보로 이동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자고 나면 쏟아지는 각종 이벤트 관련 보도자료라면 더욱 그렇다. 주요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많은 웹사이트들이 온라인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벤트 내용을 이따금 기사로 소개하곤 하는데, 이 경우 해당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주소를 알려주면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관련 동영상 주소까지 첨부하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보도자료들은 참고 주소를 첨부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직접 찾아보려고 해당 웹사이트를 뒤지곤 하는데, 뜻밖에도 찾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작심하고 뒤져도 찾기가 만만찮은데, 기사만 보고 애써 찾아들어가려는 독자가 얼마나 많을 지는 의문이다. 한동안 일일이 해당 주소를 찾아 링크를 걸어주곤 했는데, 요즘은 나도 귀찮아서 찾지 않는다. 당사자가 온라인으로 제대로 홍보할 성의가 없는데, 굳이 나 또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오해는 마시길. 감탄스러우리만치 자세하고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주는 보도자료도 많다. 이런 보도자료를 보면 나도 모르게 보내준 분의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기사로 고쳐 써도 그보다 더 깔끔하고 풍성하게 정리하기 어려우니,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눈 딱 감고 베껴 올린다. 그게 독자분들에게도 더 나을 테니.

보도자료를 보고 똑같이 쓰는 기사들이 매일 인터넷 뉴스 지면을 채운다. 뉴스와이어만 가더라도 웬만한 보도자료는 원본 그대로 마음껏 볼 수 있다. 똑같은 단신을 하나 더 보태는 대신, 이 블로그에선 매주 '주간 포털 브리핑'이란 이름으로 포털이 내놓는 보도자료를 모아 소개한다. 수십 줄의 보도자료가 명함 크기 만 한 공간에 압축된다. 그래서일까. 링크의 중요성을 더 실감한다. 내가 토해낸 건 두세 줄이지만, 링크를 타고 넘어간 곳에는 정보의 젖줄이 흐르는 가나안이 있을 테니까.

<덧>

1. 이 글은 일종의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보도자료'를 '기사'로 대체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니까.

2. 이 글을 쓰는 도중 우연찮게도 구글로부터 새로운 보도자료가 왔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이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구글 미국 사이트의 올 한 해 급상승어와 경제관련 최다 검색어를 소개했다는 내용인데, 해당 동영상이 올라온 웹사이트 주소가 첨부돼 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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