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C 오픈소스소프트웨어 담당 이덕재 차장은 "초기엔 비용 절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지만 오픈소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입니다"라고 오픈소스에 주목하는 이유를 밝혔다.

기술의 내재화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픈소스 사업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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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C는 국내 IT 서비스 업체 중 가장 선두적으로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11월 1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개발한 국내 리눅스 표준 플랫폼인 부요를 기반으로 서버용 리눅스 배포판인 지눅스(Ginux)를 선보였다.

GINUX는 그리드(Grid)와 리눅스(Linux)의 합성어로 실시간  IT 환경에서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SK C&C의 의지를 반영한 제품이다.

제품 출시 후 2007년 1월 2일, SKC&C는 지눅스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획득했고, 2007년 7월 25일, 우정사업본부 우편업무용 단말 장비 도입과 설치 사업에 지눅스를 보급했다.

2007년 12월 27일 HP와 전략적 협력 체제 구축하면서 지눅스에 대한 HP 서버 인증 추진과 기술 협력에도 힘을 썼다. 지난해 3월 31일에는 레드햇과 리눅스 시장 공동 개발에 나서기 위해 협력했다.

올해는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해 인프라 사업본부의 한 파트에서 오픈소스소프트웨어 부서로 독립했다. 그만큼 관련 사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국내 리눅스 표준 플랫폼을 표방한 부요 기반의 지눅스를 굳이 개발할 필요가 있었을까? 전세계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에 국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비판이 있을 수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이덕재 차장은 "초기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을 하면서 국내 표준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제품을 바탕으로 국내 고객들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추가 기능 개발과 다양한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험에서 배운 것이죠"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엔 오픈소스 전문 인력과 기반 기술 습득이 안돼 있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채택했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도 습득했고, 기술 지원 체계도 만드는 등 접근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초기 도입을 꺼려하던 고객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기술 지원 인력과 체계가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지만 고객들도 오픈소스에 대한 이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SK텔레콤을 들 수 있다. SKT는 유닉스 기반으로 운영하던 웹 서버와 애플리케이션 서버 등을 리눅스 서버로 교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SKT는 플랫폼 리노베이션(Platform Renovatio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버 교체 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지난 2007년부터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 솔라리스를 비롯 AIX, HP-UX, Tru64 등의 노후화 된 유닉스 서버를 리눅스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150여대의 서버를 리눅스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레드햇코리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윤종필 SK텔레콤 플랫폼본부 팀장은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마이그레이션을 함으로써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오픈 플랫폼의 유연성은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라고 교체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이나 기상청도 오픈소스를 활용해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오픈소스에 주목하고 있다. SKC&C가 제공한 사례는 아니지만 KT도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조나 금융권 보다 통신 분야에서 오픈소스를 가장 활발히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이덕재 차장은 "리눅스가 통신 인프라 분야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통신사들의 서비스가 포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음성 서비스 위주에서 다양한 데이터 사업을 전개하면서 통신사의 서비스 사이트들이나 인프라가 대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포털들의 스케일 아웃 방식의 인프라와 유사해 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소비자들이 요구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서비스 업계의 특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SKC&C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SKC&C는 2008년부터 운영체제 중심에서 오픈소스 스택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눅스에 MySQL이나 포스트레큐엘(PostgrSQL), 큐브리드 같은 다양한 오픈소스DBMS나 상용 DBMS와의 연동, 제이보스(JBoss)와 같은 미들웨어를 결합해 고객에 다가서고 있다. 운영체제 중심의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선 고객들의 사례도 이런 전략을 취한 결과물들이다.

레드햇코리아와의 협력도 이같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방안이다. 큐브리드라는 오픈소스DBMS의 등장도 환영하고 있다.

이덕재 차장은 "다양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 할수록 협력과 사업 기회는 그만큼 늘어납니다. 큐브리드와는 예년부터 접촉을 해 왔는데 지난해 완전 오픈소스DBMS로 거듭난 만큼 그에 따른 협력도 강화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SKC&C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 담당 조직 뿐 아니라 넷스코어(NexCore)라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는 IT공학센터와의 협력도 긴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최근 IT 서비스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스프링(Spring)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런 상황은 SKC&C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내부 인력들이 오픈소스에 주목하면서 관련 사업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IT공학센터와 함께 SKC&C 내부 확산 과제로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고객사에 적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표준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빠른 시간안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IT 서비스 업체의 경쟁력이 올라가는데 주목한 것. 이 대목에서 이덕재 차장은 서두에서 말한 IT 기술의 내재화에 대해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오픈소스를 검토하고 다양한 곳에 적용하면서 내부 기술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최고의 기술을 흡득할 수 있고,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자사의 시스템은 물론 고객들의 시스템을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구축,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도 이 부분에 대해 주목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 차장은 "고객들은 항상 특정 벤더나 기술에 종속되는 걸 두려워합니다. 그만큼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죠. 한꺼번에 오픈소스가 미션크리티컬한 영역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내부의 기술력을 향상, 축적시키면서도 외부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오픈소스는 최고의 대안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오픈소스 도입시 지불하는 가격 방식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오픈소스의 경우 초기 도입비용을 안받는 대신 기술지원 형태로 매년 일정액을 분할해서 받는다. 저렴해서 오픈소스를 찾았다가 초기 투자 비용이 절약될 뿐 4년 정도 활용하면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과 유사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덕재 차장은 "웹과 전화를 통해 기술 지원을 하고 매년 비용을 내라는 방식은 국내에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정서에 안맞는 것이죠. SKC&C는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지원을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습니다. 상용 소프트웨어처럼 연간 유지보수료도 받지만 기술 지원을 강화하면서 국내 고객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든 것들이 순탄해 보이지만 SKC&C도 개발자들과의 '소통'에 고민하고 있다. '소통'은 쉽지 않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IT 서비스 업체들이 개발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오픈소스는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분야다.

이덕재 차장은 "오는 5월 개발자들과 조금 더 소통할 수 있는 장(사이트)을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대화가 오픈소스의 성공에 중요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어린 비판도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떤 모습으로 '소통'을 시작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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