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경쟁 위주로 오픈소스를 대했다면 이제는 함께 성장하고, 협력하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오픈소스와 같이 성장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큰 목표입니다.”

김성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전략 담당 부장의 말을 듣고,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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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웬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독자들도 낯설지 모를 일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입에서 오픈소스를 적극 지원하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뭔가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독자라면 그간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놓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기자도 제대로 그 변화를 못봤다는 것을 함께 밝히면서.

물론 독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부지런히 소식을 못 전한 게으른 기자에게 있고, 본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의 상황을 제대로 국내 고객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그래도 MS 책임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

리눅스 등장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의 총소유비용(TCO)에 대해 맹공을 가했다. ‘Get the Facts’라는 캠페인을 전세계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고객들이 오픈소스 시스템 활용을 막거나 혹은 더디게 시장이 열리도록 힘을 썼다. 그렇지만 리눅스는 계속 성장했다. 물론 리눅스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서버도 그 못지 않게 성장했다.

x86과 x86-64 중앙처리장치(CPU)의 혁신을 이끈 인텔과 AMD의 노력 덕분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더욱 풍부한 기능과 빠른 처리를 소프트웨어에 담을 수 있었다. 두 진영은 서로 성장하면서 서로를 맹공했지만 이제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생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화해의 중재자는 양 진영이 하늘처럼 떠받들고 있는 ‘고객’들이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환경으로 개방화된 IT 시스템은 그 후 x86과 x86-64 CPU 지원 운영체제의 성장으로 또 다른 변화에 직면했다. 고객들은 더욱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의 인프라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자 했고, 이런 요구는 x86과 x86-64 기반 윈도우와 리눅스 시스템의 성장으로 가시화됐다. 양 진영 모두 서로 다른 장단점을 보유했지만 고객들의 핵심 업무용 처리 인프라로 자리를 확실히 잡았고, 그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세계 어느 고객을 보더라도 특정 플랫폼만 사용하는 고객들은 흔치 않다. 유닉스도 버전도 서로 다르고 리눅스와 윈도우 시스템을 필요한 영역에 도입해 사용한다. 고객들은 유닉스와 리눅스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해 윈도우 시스템을 관리하고 싶어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양 진영이 으르렁 거리면 거릴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 최근 IT 업계에 상호운용성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레드햇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가상화(Virtualization)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했다. 윈도우 서버를 도입해 가상화를 하고 그 위에 리눅스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고, 그 반대도 지원한다.

이들의 협력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이점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성호 부장은 “본사에 오픈소스랩이 있고, 윈도우 서버 기반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아파치재단을 후원하고 있고, MySQL과 PHP도 윈도우 서버 환경에서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연동을 합니다”라고 밝혔다.

리눅스와 아파치, MySQL과 PHP로 대변되는 LAMP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 윈도우 서버, IIS, MS SQL 서버, ASP의 조합인 WIMA가 있지만 이런 전략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윈도우 서버와 IIS, MySQL과 PHP를 지원하는 WIMP의 조합을 강조한다. 물론 IIS 대신 아파치를 탑재해 WAMP 조합도 가능하다.

또 2007년 12월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비주얼스튜디오 2008도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VS2008에서 오픈 소스 기반 개발 툴인 SVN(형상관리)와 NUnit(단위테스트) 등을 연동해 해당 툴들의 결과를 VS2008 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며 "CruiseControl.net이나 log4net, spring.net 등은 VS2008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으나 이런 것들을 VS2008과 연동해 아무 무리없이 프로젝트 관리를 포함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스피링닷넷과 스프링닷자바 기반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이랜드 중앙지원본부 애플리케이션아키텍처 황용호 팀장은 “생산성이 높은 개발도구가 이제 오픈소스 진영까지 지원하면서 시스템 개발과 운영, 고객요구 사항 대응에서 많은 이점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다양한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김성호 부장은 “최근 국내 모 고객이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5, 아파치 2.1, MySQL4.2, PHP 4.4.9버전으로 조합돼 제공하던 웹사이트를 윈도우서버 2008, IIS7, MySQL 5.1, PHP 5.2.8로 교체했습니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극 지원토록 준비가 된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눈여겨 볼 제품도 이미 시장에 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3월 윈도우 서버 2008을 발표했다. 이 제품군은 윈도우 서버 2008 스텐다드 에디션(x86과 x64), 윈도우 서버 2008 엔터프라이즈 에디션(x86과 x64), 윈도우 서버 2008 데이터센터 에디션 (x86과 x64)과 함께 웹서비스에 최적화된 윈도우 웹 서버 2008 (x86과 x64)이 포함돼 있다.

특히 윈도우 웹 서버 2008은 기업 고객들이 CAL(Client Access License) 없이도 구매할 수 있다. 한글화도 지원되기 때문에 앞서 든 예로 고객들의 웹서비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조합들은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MS SQL 서버를 판매하고, 타 서버를 판매하는 것보다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그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바뀌었습니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제품의 준비는 본사에서 담당한다. 그렇다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진영과의 꾸준한 협력과 대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대표주자인 KLDP(www.kldp.org)와 또 다른 커뮤니티인 PHP코리아의 오프라인 행사 장소를 지원하고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자바 개발자들의 최대연합체인 JCO(www.jco.or.kr)가 2월 28일(토) 개최하는 제 10회 한국자바개발자 컨퍼런스에 골드스폰서로 참여한다. JCO 컨퍼런스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동안 JCO 행사의 플랫티넘 스폰서였던 한국IBM과 지난해 골드스폰서였던 티맥스소프트와 한국오라클도 빠졌다는 것.

NHN에서 소스를 오픈한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인 제로보드XE(www.zeroboard.com)를 윈도우 서버 2008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PHP 사용을 위한 윈도우 2008 서버 구성과 XE 설치 절차, 윈도우 2008에 PHP 구성과 XE 이용 방안 기술 문서를 제공한 것도 커뮤니티 진영과의 협력을 이뤄내기 위한 작은 행보 중 하나다.

김성호 부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더 오픈소스 진영과 대화하고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서로 협력해 고객들의 문제 해결에 같이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오픈소스 진영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면서 손을 내밀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올해 국내 오픈소스 소식을 전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거인의 행보가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와 어떻게 공생 관계를 맺고 말 그대로 상생의 전략을 펼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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