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찬 한국모질라커뮤니티 리더를 거의 5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신상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 따르면 올해부터 서울 대학로 근처에 있는 서울대 의생명 지식공학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 학생으로 시맨택 웹과 소셜 웹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다음은 휴직상태다.

그는 “석사를 끝내고 10년이 지나서 새롭게 공부하려는 쉽지는 않네요”라고 웃으면서도 “10년간 웹과 관련한 분야에서 일했던 만큼 박사 과정도 웹을 활용하는 분야입니다”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의 신분이지만 그에겐 한국모질라커뮤니티 리더라는 별도의 직함도 있다. 한국모질라커뮤니티는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Firefox)와 메일 프로그램인 ‘썬더버드(Thunderbird)’의 한글 버전을 비롯해 다양한 부가 기능들을 개발, 소개해주는 비영리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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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zilla-summit

파이어폭스는 웹 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대항해 꾸준히 그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넷애플리케이션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월 기준, IE 72.65%, 파이어폭스 19.03%, 사파리 6.39%였던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2009년 5월 기준, IE 66.70%, 파이어폭스 21.98%, 사파리 8.23%로 변동됐다. IE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반면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구글의 크롬 같은 새로운 웹브라우저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웹표준을 따르는 브라우저들이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자, MS도 웹 표준을 적극 지지하면서 새로운 IE 8을 선보였다.

모질라커뮤니티는 이런 시장 변화를 한층 가속화시킬 수 있는 ‘파이어폭스 3.5’ 버전을 올 여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국내는 이런 세계적인 변화의 바람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윤석찬 리더는 “아마 파이어폭스 국내 점유율은 1% 안팎일 겁니다”라고 밝혔다. 7년간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나 힘빠지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윤 리더는 “일본과 중국은 10%와 5% 가량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무려 50%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 다른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브 X 활용 일변도가 가지고 온 폐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거의 모든 영역에 액티브 X를 활용하고 있다보니 표준을 따르는 브라우저를 활용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사방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다른 브라우저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웹 관련한 보안 분야를 비롯해 프린터 활용 정보, 사내 그룹웨어 등 액티브 x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다보니 고객들도 새로운 표준이 나올 때마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제품의 확산이나 업그레이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새로운 운영체제인 비스타를 출시했었도 윈도우 XP로 다운그레이드 하는 고객들의 상당수는 인터넷 서비스를 매끄럽게 사용하는데 불편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리더는 “저도 비스타가 탑재된 노트북을 xp로 내렸는데 바로 웹 사용이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보안을 강화하고 웹표준을 따른 IE7.0이나 IE8.0은 물론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 확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달걀로 바위치기’ 같은 상황이 계속돼 왔지만 한국모질라커뮤니티를 비롯해 다양한 웹표준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도 추경예산 125억원 가량을 책정, 정부 웹사이트를 표준기반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자정부와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들도 웹표준을 적극 수용해 표준을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누리꾼들이 문제없이 서비스를 이용토록 한 것.

이에 대해 윤석찬 팀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정부의 변화를 환영합니다”라고 짧게 밝혔다. 변화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표준을 따르는 다른 제품들이 설자리는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변화는 변화대로 진행되지만 파이어폭스 또한 올 여름 새로운 모습으로 전세계 누리꾼들을 찾아온다. HTML 5.0 표준을 수용한 제품인 파이어폭스 3.5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 파이어폭스 3.5는 Beta 2, Beta 4를 거쳐 RC1 후보판이 선보였고, RC2 빌드의 테스트가 한창이다. 자바 스크립트 엔진을 교체, 성능을 대폭 개선했고, 오픈소스 비디오 코덱 ogg를 기반으로 비디오 기능도 개선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한 것이다.

윤석찬 리더는 “파이어폭스 3.5는 2.0 보다는 10배, 3.0보다는 5배 정도의 속도가 개선됐습니다. 놀라운 경험을 체험하게 될 겁니다”라면서 웃었다.

그렇다면 국내 커뮤니티를 이끄는데 어려움을 없을까? 그는 “2002년 시작할 때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그 이후에는 한글화 문제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움은 별로 없어요”라고 말했다. 품질관리와 조직 관리를 위한 인력들이 6명 정도 있다. 윤석찬 리더는 “앞으로 부가 기능을 개발하는 개발자들과 조금 더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파이어폭스가 MS IE의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말 갈 길이 너무 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성벽이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광야의 목소리가 이제는 제도권 안에서도 크게 울리고 있는 것이다. 표준을 지키자는 너무나 단순한 구호에 많이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7년 여의 노력들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파이어폭스 3.5는 또 어떤 울림을 보여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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