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을 대표하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철학을 어떻게 하면 기업 내부에 적용할 수 있을까? 정제된 정보를 사내 포털에 일괄적으로 배포해 왔던 기업들은 웹 2.0 정신을 기업 내부로 적용하기 위해 고민해 왔다. 이런 고민은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말로 대표됐고, 다양한 솔루션 회사들이 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나 위키, RSS 같은 단순한 기술들을 도입해 정작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기업포털(EP), 지식관리시스템(KMS)와 같은 기존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기업들은 정보가 수평적으로 기업 내부에서 흐르면서도 동시에 구성원들이 중심이 되는 소통 채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시스템이 중심이 아닌 구성원 중심의 소통 채널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yammer
▲ yammer

이런 가운데 야머(Yammer)라는 인터넷 서비스가 엔터프라이즈 2.0 환경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머는 업무용 트위터 격으로 동료들과 어떤 업무를 진행중인지에 대한 간단한 메시지들을 주고받고, 질문에 대답하고,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사적인 통신 채널이다. 한국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글로벌로는 제록스와 시스코를 포함한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야머를 활용해 협력 작업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야머는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의 기업용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야머는 가입도 아주 간단하다. 기업 이메일 주소로 가입을 하고 설정을 하면 특정 기업의 소속된 사람들끼리 트위터의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회원에 가입할 때 기업 이메일 주소로 회원을 등록받고, 이렇게 기업 이메일 회원끼리만 소통이 가능하다. 자신이 보고할 라인을 등록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사내 그룹별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표 인터넷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야머 도입기는 많은 기업들에게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정욱 현 라이코스 대표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근무할 당시 도입된 야머를 통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물꼬가 트였다"고 밝혔다. 정지은 다음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임직원들간에 격의 없이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내 소통을 위해 사내 게시판과 메신저 그리고 메일을 활용해 왔따. 하지만 기업형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뭔가 답답함을 느꼈던 다음 임직원들은 좀 더 격이 없는 대화 채널, 그리고 익명이 아닌(사내 메일 아이디 사용) 트워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안했다.

2009년 1월 도입 당시 25명 정도 가입되었는데 입소문과 사내 게시판을 타고 열흘만에 374명으로, 도입 한달만에 540여명이 가입을 하고 3천 900개의 메시지를 주고 받을 만큼 괄목한 성장을 거두었다는 것이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의 설명이다. 다음 전체 직원수가 약 1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야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것이다.

다음의 야머 방식은 회사 전체의 커뮤니케이션과 48개의 사내 그룹이 만들어져 있는데, 주로 팀, 서비스, 관심사, 동호회 등으로 구성돼 있고 각자 관심 있는 그룹에 들어가 현재 진행중인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도 듣고 의견도 말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렇다면 야머는 기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들과 무엇이 다를까?

야머,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는 동기적 통신을 비동기적으로 만들고 이를 온라인에서 누구나 공유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기존 메신저 등 채팅 기록이 비공개로 돼 있다면 SNS는 채팅 기록이 공개돼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잡담 수준의 채팅에 그치지 않고 정보에 대한 링크를 공유하고 그것의 전파 속도가 정적 웹 페이지나 블로그보다 훨씬 빠르게 되고, 이용자들은 이를 ‘리얼 타임 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빠른 정보 전파력과 실시간 다자 토론 그리고 기록에 남는 정보라는 장점은 말 없는 회사에서 소통이라는 하나의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2.0 구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트위터의 열풍 속에서 기존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방식의 SNS를 경험한 회사 경영진들이 내부 소통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보라는 지시들이 잇달아 내려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렇지만 전문 컨설팅 업체들 또한 이런 소통을 경험하지 못해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엔터프라이즈 2.0 구현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나 기능 몇가지를 도입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야머라는 기업용 SNS를 통해 일부 부서에서 시범 적용해보고 관련 서비스를 도입할지, 아니면 직접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도입해 구축할지 검토하는 것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관련 서비스를 먼저 이용해보면 향후 내부 시스템들을 어떻게 구성해 나가고, 소통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웹 2.0의 바람이 약간 시들해 지는 듯한 양상이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이제 서서히 웹 2.0의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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