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초동 화이트홀에서 열렸던 오픈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사례 발표의 하나로 소개된 두잉(www.dooing.net)에 대한 청중의 반응은 "비슷한 사이트가 이미 많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누구나 티셔츠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출발한 두잉은 한 마디로 사용자 참여형 티셔츠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티셔츠를 디자인해서 올리면 다른 사용자들이 투표를 하고 득표율 1위의 디자이너에게 30만원의 선인세가 지급된다. 티셔츠가 팔리면 디자이너는 장당 1천원씩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티셔츠는 노무현 추모 티셔츠였는데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고 한다.

www.dooing.net
▲ www.dooing.net

물론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가 많지만 두잉은 CCL(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만약 회원들이 디자인을 올릴 때 CCL을 적용하도록 해서 다른 회원들이 이를 자유롭게 고칠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나은 디자인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를테면 속눈썹을 더 길게 만들어 주거나 선을 약간 굵게 바꿔주거나 배경색을 더 짙은 색으로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창업자인 펭도(@pengdo)는 "CCL이 적용돼 있으면 2차 저작이 늘어나게 되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전혀 그릴 줄 모르는 사람도 기존의 디자인을 가져다가 텍스트를 앉히거나 짜깁기하는 등 입맛대로 고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두잉에서는 이 같은 2차 저작물의 경우 원 저작자와 수익을 3 대 7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학술논문의 피인용지수(SCI) 같은 자체 랭킹을 개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두잉은 단순히 맞춤형 티셔츠 판매를 넘어 티셔츠가 개인의 의사표현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2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주제가 주어지고 회원들의 투표로 당선작을 결정하는데 두잉의 경영진은 여기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창업 초기라서 그렇겠지만 아직까지 참여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 주제별 출품작이 10건 미만이고 당선작의 득표수도 40여건에 그칠 정도다.

두잉에는 10월 말 기준으로 모두 1847개의 디자인이 올라와 있고 이 가운데 811개 디자인이 구매가능하다. 그러나 판매기록이 있는 디자인은 60개에 지나지 않는다. 펭도에 따르면 구매물량이 많지 않은 탓에 생산 단가를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판매 가격은 대부분 9900원. 향후 이 회사의 성공 관건은 어떻게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느냐, 그리고 상품성 있는 제품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서 수익성을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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