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오라클에 인수됐지만 18년 전 '네트워크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그들의 바람이 현실화 되고 있음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단독 제품이었던 PC들과 수많은 휴대용 장비들이 네트워크와 인터넷에 '접속'되면서 상상했던 네트워크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구글이다.

구글은 부팅 시간 '7초'가 걸리는 넷북 전용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크롬'을 선보였다. 정식 출시는 2010년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운영체제 경쟁에서 구글은 싸움의 장소를 자신이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웹으로 설정했다. 윈도우 7이 장악한 PC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선다 피차이 구글 제품 관리 담당 부회장은 "크롬OS를 탑재하는 디바이스에서 웹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메인 PC나 노트북이 있고, 웹 업무에 최적화된 제품이 있는데 자신들은 후자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크롬OS는 일반 PC나 노트북에 장착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지원하지 않고, 오직 SSD(Solid state drive)만 지원한다. 구글은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없이도 웹 전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 맞도록 제품을 포지셔닝 시키고 있다. 크롬OS 기반 넷북은 x86프로세서와 ARM칩을 모두 지원한다.

구글은 자사의 수많은 웹 서비스와 스마트폰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와 '크롬OS'라는 운영체제를 밀도있게 결합시키려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지난 2007년 말 출시 후 2년이 지난 현재 아이폰을 잡을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권토중래를 꿈꾸는 모토로라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HTC, 소니에릭슨, 심지어 PC 제조 업체인 델까지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시장도 내년 SK텔레콤이나 KT, LG텔레콤 등 국내 통신 3사도 스마트폰 시장 키우기 전략의 하나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단말기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그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자바 개발자들도 속속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어 분위기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넷북 OS라는 틈새 시장 공략을 통해 우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넷북 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노트북에 비해 가벼운 무게 등으로 인해 전세계 노트북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P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구글은 웹 서비스에 최적화된 OS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에 유리한 시장을 기반으로 조금씩 입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많은 이용자들이 컴퓨터나 노트북을 켜고 바로 웹브라우저를 열고 인터넷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발 업체,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한판 대결이 가능하다는 것.

물론 이런 전략이 현실화되기 까지는 아직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어 그 성패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또 스마트폰과 넷북을 통한 시장 접근이 구글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인지도 미지수다. 시장조사 업체인 이노사이트그룹 최미옥 선임컨설턴트는 "넷북과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모두 웹에 쉽게 접속해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하고 "스마트폰과 넷북 구매 비용 차이가 크지 않아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 넷북 판매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크기도 훨씬 작고 인터넷 서핑은 물론, 음악과 사진 촬영, 통화가 결합된 스마트폰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 넷북의 재구매율이 노트북에 비해 떨어지고 있고, 넷북을 구입하는 비용에 조금 더 지갑을 열면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진영이 공존은 하지만 궁극적으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과 넷북 OS를 모두 장악하고 싶어하지만 1년간 스마트폰 진영이 빠른 혁신을 단행해 내면 넷북 OS가 자리잡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거대한 생태계 안에 모든 서비스와 데이터를 담아내려는 구글의 원대한 꿈. 이 꿈이 IT 업계의 생태계를 어떤 형태도 변모시킬 수 있을지, 구글의 이런 변화에 선발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과연 어떤 카드로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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