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iPhone)이 출시되자마자 국내 휴대폰 판매량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폰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기록은 더욱 의미가 있다. 그동안 관련 업계나 언론들은 아이폰이 소수의 얼리어댑터 층을 대상으로 한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런데 이번 수치로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

통신방송 전문 조사 업체인 애틀러스가 그간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을 모니터링 해 온 정기 조사 ‘모바일 인덱스’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모바일 인덱스의 2009년 12월 첫주(11월30일~12월6일) 자료를 분석해 보면, 아이폰의 실제 판매량은 총 4만 3천 200대로 전체 단말유통에서 10.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수치에 KT가 본사차원에서 직접 개통한 단말과 법인 물량은 제외됐다는 것. 만약 집계에서 제외된 수치까지 합쳐지면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더 올라간다.

[표1] 12월 첫째주 국내시장의 휴대폰 판매량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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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인 매장개통 기준, 법인물량은 제외


자료: ATLAS Mobile Index

최근 수년 간 외산폰이 국내 판매량 1위에 올라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반 고가폰을 젖히고 1위에 오른 것이라 이번 판매량 1위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 ‘T옴니아’를 출시했을 때도 이런 기록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도 빼앗겨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안방 사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고가단말 점유율은 무려 25.4%p나 감소했다. 아이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폰 구입 직전에 이용했던 단말기의 제조사 현황을 살펴봐도 삼성전자가 43.5%로 가장 높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 이에 따라 고가폰 전략을 구사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밖에 애틀러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T의 T옴니아2는 12월 첫주에 총 2만 9천 100대 판매에 그쳐, 보조금의 대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대항마로서는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다. 아이폰 효과로 KT가 번호이동 시장에서 점유율 급증을 보인 가운데, 특히 SKT에서 KT로의 번호이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를 국내 제공하려는 SKT의 반격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윤상욱 애틀러스 조사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아이폰이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1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폐쇄적이었던 모바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KT는 물론, 아이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SKT와 LGT, 그리고 국내 단말업체들은 바로 이 점을 인식해 단기적인 대응 전술이 아닌 진정으로 개방형 환경을 포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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