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credit

지난주 '블로터닷넷'에 올라온 색다른 서비스 소개 기사에 대한 뒷말이 많다. '하하야'. 외상으로 책을 사도록 돕는 서비스다. 헌데 덧글 반응이 나뉜다. 기발하고 색다른 서비스란 칭찬부터 사채나 다름없는 서비스란 비난까지.

반응이 나뉘는 건 이해할 만 하다. 허나 아쉽다. 이런 엇갈린 반응, 특히 부정적 시선을 내비치기 전에 이른바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게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무담보 소액대출 서비스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금융 소외층을 위해 상대적으로 싼 이율로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우리 사회엔 목돈이 필요하지만 은행 대출은 엄두도 못내는 813만 금융소외층이 존재한다. 이들에겐 은행 대출이자조차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먼나라 이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고리대금업에 손을 내밀어야 할까. 살인금리 악순환에 짓눌려 끝내 파국으로 치달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마이크로크레딧은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 대출은 엄두도 못 낼 신용불량자, 파산이나 극심한 생활고 등으로 제도권 금융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신용이나 담보 없이도 사금융보다 싼 이율에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를 '사회적 금융'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국내에선 미소금융중앙재단이 24곳 후원기관과 손잡고 '미소금융'이란 이름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소득자에게 보증이나 담보 없이도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팝펀딩은 좀 더 색다른 마이크로크레딧 사례다. 팝펀딩은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를 개인간 거래로 확장시킨 사례다. 뼈대는 '경매' 방식에 있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대출자)은 자금이 필요한 이유, 원하는 금액, 이자율 등을 웹사이트에 올린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투자자)은 이를 보고 입찰에 참가해 대출 금액과 희망 이자율을 제시한다. 대출자는 이들 가운데 좋은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를 결정해 십시일반 대출을 받으면 된다.

이같은 개인간(P2P) 금융 거래 역시 시중은행보다 금리는 높은 편이다. 그러니 제도권 금융 거래가 가능한 사람에겐 팝펀딩같은 서비스가 남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허나 금융소외층에겐 고마운 서비스다. 사금융 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대안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매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붙으면서 대출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어, 대출자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하하야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달리 보게 된다. 하하야는 이를테면 마이크로크레딧을 책 구매에 적용한 사례다. 책 살 돈이 없는 사람에게 외상으로 책을 사도록 돕고,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책값에 이자를 얹어 돌려받는 후불제 도서 e쇼핑몰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책은 읽고픈 사람들을 위한 틈새 서비스다.

책 살 돈이 없어 외상으로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의문을 품는 것도 당연하다. 기대만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해 하하야 서비스가 연착륙하지 못할 수도 있다. 허나 생각해볼 일이다. 어느 사회든 소외층을 위한 '대안'은 존재해야 마땅하다. 나는 읽고픈 책을 구매하고자 언제든 부담없이 지갑을 열 수 있지만, 우리네 이웃 가운데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하하야는 그런 이들을 위한 서비스다. 굳이 살인금리까지 감수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책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대안금융 서비스다. 하하야 이율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단언컨대, 하하야는 이런 분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굳이 하하야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하하야같은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의 존재 가치를 부정할 순 없는 일이다. 내가 아쉬울 게 없다고 남들도 똑같으리라 생각할 바는 아니니까.

팝펀딩은 지난해 12월 학자금을 구할 방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대학생들을 위한 무이자 학자금 대출 서비스를 내놓았다. 투자자들이 이윤에 얽매이지 않고 품앗이로 학자금을 빌려주도록 장터를 마련한 것이다. 2월9일부터는 KTH와 손잡고 포털 파란에 '착한 재테크'란 이름으로 개인간 무담보 소액대출 서비스를 열었다. 금융소외층을 보듬는 사회적 금융의 가치는 이처럼 손잡고 나누면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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