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를 달리고 있던 소프트뱅크모바일의 행보가 무섭다. 아이폰 출시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아이패드와 트위터 특화 단말기를 잇달아 출시하며 일본 통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softbank iphone ipad twitter
▲ softbank iphone ipad twitter
소프트뱅크 반등의 1등 공신은 아이폰이다. 소프트뱅크는 2008년 말부터 일본에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며, 아이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09년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말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외에도 각국에서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이통사들이 가입자 기반 확대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의 사례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아이폰을 가입자 유치의 미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폰을 연계해 서비스 기반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해 아이폰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 고객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자사의 프로야구단인 소프트뱅크 호크스 선수들에게 아이폰을 지급하고, 선수들을 위해 상대팀 경기 내용을 아이폰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2009년 하반기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우수한 성적을 보여 아이폰 마케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출판사와 제휴를 맺어 앱스토어와 아이폰 사용방법을 소개하는 아이폰 전용 잡지도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18억엔을 투자해 미국의 실시간 동영상업체인 유스트림(Ustream)을 인수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 이용률을 높이고, 개인미디어 시대에 대비해 자체 서비스 모델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유스트림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모바일 광고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소프트뱅크는 2009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가입자 순증 점유율에서 2년 연속 1위를 달렸으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상위 3사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회계년도 기준 4분기(2010년 1월~3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데이터 ARPU가 음성 ARPU를 넘어서기도 했다. 1, 2위를 달리고 있는 NTT도 코모와 KDDI의 ARPU가 모두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Softbank ARPU
▲ Softbank ARPU

소프트뱅크의 ARPU는 2008년 4분기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데이터 ARPU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출처 : 소프트뱅크, 애틀러스 ‘Trends in Brief’ 10.03.05 재인용)

소프트뱅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달아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8일 아이패드 판매를 앞두고 있는 것. 특히 아이패드의 경우 NTT도코모도 애플에 구애를 보냈지만 애플은 일본 시장의 파트너였던 소프트뱅크에 우선권을 부여했다. 지난 10일 예약판매가 시작되자 미국에서처럼 물량 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사용자들이 방문 예약을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이 유독 애플 제품의 인기가 높은 나라인 만큼, 아이패드의 성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 번째 카드는 트위터다. 뉴욕타임즈는 소프트뱅크가 트위터에 특화된 14종의 휴대폰을 출시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새롭게 개발한 위젯과 임베디드 애플리케이션을 14종의 휴대폰에 기본으로 탑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의 기자 간담회에는 에반 윌리엄스 트위터 CEO가 화상 연결로 참여해 양사의 긴밀한 협력을 관계를 보여줬다. 그는 휴대폰을 사용해 "일본이 (트위터의) 가장 크고도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는 일본어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트위터의 열기는 매우 가히 폭발적이다. 닐슨 온라인 재팬에 따르면 2009년 4월 52만 수준이었던 트위터 사용자가 올 3월에는 750만 명으로 1년 여 만에 무려 15배나 증가했다. 1천 만 사용자를 거느린 일본 최대 사회관계망(SNS) 서비스 믹시(Mixi)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모바일 인터넷 인구가 8천만 명에 육박할 만큼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대중화돼 있고, 트위터도 휴대폰 환경에 최적화된 SNS여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력으로 일본에서 트위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소프트뱅크의 신규 가입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만년 3위'에 머물렀던 소프트뱅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트위터로 이어지는 '핫 아이템'을 선점하며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프트뱅크의 사례는 50:30:20 구조가 고착화된 국내 이통시장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넘버 3'의 강력한 ‘3단 콤보’가 일본 이통시장을 재편할 수 있을 지 계속해서 지켜보자.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