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상통화 자주 사용하시나요? 돌이켜보니 저는 초기에 호기심에 몇 번 영상통화를 걸어본 것 말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PC에서 화상채팅 기능은 종종 이용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영상통화를 사용하는 고객은 전체 가입자의 10% 수준에 불과합니다. KT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올 초 와우넷의 보도에 따르면 10% 미만이라고 하네요.

3G 이동통신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영상통화 기능은, 3G의 킬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영상통화 완전정복' 시리즈와 '쇼를 하라' 시리즈 광고를 연이어 방영하며 영상통화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죠. 대대적인 시리즈 광고는 영상통화에 대한 이통사들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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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flickr, kalleboo)

그 후로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영상통화는 우리 생활 속으로 침투하지 못했습니다.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전세계 100여 개 국가 가운데 영상통화가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은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영상통화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조악한 화질에도 불구하고 요금이 비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싼 통화 요금에 걸맞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주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통사들이 영상통화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요금이 10초당 120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적인 통신수단이라는 이동전화의 특성상 본인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통화하는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라며 영상통화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통사들이 2007년 초부터 10초당 30원 수준으로 요금을 인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상통화의 품질에 비해 비싸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기능 이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부가기능도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영상 채팅이나 영상사서함, 장애인을 위한 영상 고객센터 등 몇 가지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어느 것도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지 않다 보니 이통사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부가 기능이나 가격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한물간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영상통화 기능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이폰4에 탑재된 '페이스타임(FaceTime)' 기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7일(현지시간)에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기조연설 직후 페이스타임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역시 스티브 잡스라는 평가가 있던 반면, 혹자는 "아이폰에 뒤늦게 영상통화 기능을 집어넣고 마치 대단한 기술인 양 소개하다니, 역시 스티브 잡스는 포장하기의 달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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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며칠이 흐르자 "페이스타임이 영상통화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통화의 발목을 잡았던 요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4를 통해 와이파이에서 무료로 영상통화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3G 망에서도 영상통화 수요가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부분은 애플이 페이스타임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공개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점입니다.

앞으로 페이스타임을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입니다.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만큼 페이스타임 기술이 휴대폰을 넘어 다양한 단말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이 서드파티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면서 휴대폰에 새로운 활용성을 열어줬듯이, 앞으로 영상통화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능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표적인 VoIP 업체 스카이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스카이프 관계자는 애플이 페이스타임을 공개하자마자 "아이폰 스카이프앱 뿐만 데스크톱과 TV 등 수많은 커넥티드 디바이스에서 이루어지는 셀 수 없는 영상통화에서 페이스타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반색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페이스타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의 한 포털 업체는 페이스타임 소스를 활용한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PC와 TV, PMP와 게임기 등 카메라가 달린 다양한 커넥티드 디바이스에서 페이스타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이폰으로 PC나 TV에 전화를 걸어 영상통화를 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듯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구현하는 것도 한 결 수월해 질 것입니다.

이쯤 되면 영상통화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페이스타임의 소스 공개를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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