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인 2000년. 당시 인터넷 세계의 제왕은 단연 닷컴신화의 절정에 위치하고 있던 야후였다. 그러나 야후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그 것은 야후닷컴의 경매사이트에 나치 관련 물품이 거래되는 것을 발견한 유태계 프랑스인 마크 노벨이 그의 평소 신나치주의에 대한 반대 신념과 활동에 따라 프랑스 법정에 야후의 해당 서비스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야후는 무명의 시민운동가의 도전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대가, 변화가, 자신들의 편인 데 일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가볍게 넘겼다. 사실 야후의 생각은 존 페리 발로우와 같은 사이버 자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초기 인터넷 활동가들의 이상을 반영한다. 그들에게 인터넷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공간, 플라톤의 이데아가 실현되는 장소였다. 인터넷은 현실의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와 질서를 벗어나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신대륙이었다.

그러나 결국 야후는 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야후가 진 이유 중 큰 부분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었다. 야후가 법정에서 노벨이 주장한 야후의 법적 책임을 부정했던 근거는 '이행불능'이었다. 현실적으로 야후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프랑스 관할권에서 오는 것인지 아닌 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포스플릿을 창업해 활약하고 있던 프랑스계 시릴 하우리가 인터넷 콘텐츠의 발원지를 추적해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알렸다.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를 포함한 3인의 인터넷 전문가는 '야후가 프랑스 이용자의 90%는 검열할 수 있다'고 담당 판사였던 고메즈에게 자문했다. 야후가 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 할 수 있었고, 이행불능은 책임 부정의 타당한 근거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후의 패소와 인터넷 이상가들의 야심의 와해, 그리고 국경없는 인터넷을 국가와 정부가 접수하고 통제할 수도 있다는 이같은 결과는 이후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의 개념을 주창한 콜럼비아 로스쿨의 팀 우, 하버드 로스쿨의 국제법 전문가인 잭 골드스미스가 공저한 <인터넷 권력전쟁>(Who Controls the Internet)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날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은 스마트폰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위치정보 확인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신 기술 및 서비스의 발달로 훨씬 더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 나아가 애플, 구글의 양강 구도, 그리고 페이스북 등의 부상으로 압축되는 현재의 IT삼국지의 부활이 전하는 전략의 핵심은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이다.

이들 IT 전국시대의 패자들은 초기 인터넷 이상가들이 꿈꿨던 사이버 공간의 독립과 주권을 선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침투하고 있는 활동의 무대는 그 동안 IT가 버리고 떠났던 고향 집이라고 생각했던 오프라인이다.

애플은 아이팟 시리즈와 아이튠스를 통해 전통 콘텐츠 제공업체와 제휴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외부 개발자 그룹과 연대하여 이용자들의 일상으로 파고 들었다. 구글은 그들 기업의 비전대로 초기의 인터넷 서치엔진 업체에서 출발해 오프라인의 방대한 콘텐츠를 흡수하는 그리고 그 흡입력을 이제 산업계로 돌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와는 다르게 그 것이 성장하면 할 수록, 더 사이버 공간다워지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에 가까워지는 '소셜 웹 유틸리티'로서의 야망을 완성해가고 있다.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이유는 간명하다. 인간은 결국 현실에서 태어나고 죽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90년대 중반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무리 사이버 공간이 오프라인의 콘텐츠와 영향력을 흡수한다고 할 지라도, 그 존재의 근본이 오프라인에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을 벗어난 IT는 생존할 수 없으며, 다시 오프라인으로 치고 들어가야만, 신화의 골문 앞에 도달해 득점할 수가 있다.

다른 예에서 살펴보자. 10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불었던 바람은, 이제 벤처기업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생각됐던 뉴욕에도 불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밋업, 포스퀘어 같은 스타트업 회사들의 특징은 그 기반이 뉴욕이라는 것이다. 패션과 문화, 금융과 미디어의 도시, 그러나 IT는 예외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의 몰락 이후 막대한 금액이 신흥기업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수의 주력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유독 빛을 보이는 IT에 인재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바로 뉴욕이기 때문이다.뉴욕의 오프라인 중심 문화가 그들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실리적인, 문화와 비즈니스가 맞물린 라이프 스타일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그 경계를 허물고 있는 IT계의 도도한 흐름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시대는 이제 웹과 사회가 융합되는 소셜 웹 시대다. 그리고 그 빅 매치의 승부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다. 현실 공간을 뒤흔들 수 있는 IT 기술, 서비스, 문화의 혁명적 융합에서 갈릴 것이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항해에 성공할 수는 없다. 나침반을 바로 보아야 한다. 사이버 공간의 독립과 그 주권의 확립은 초기 몇몇 이상가들의 환상일 뿐이다. 그 예측 뿐인 신화는 거짓임이 이미 판명이 됐다. 오프라인은 죽지 않았다.

물론, 기존의 현실 세계에서는, IT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조직과 이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클레이 셔키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에서 주장한 것처럼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다. 그 것은 인터넷이란 개방된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가지고 있던 무한한 창의성과 응용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승부는,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다만, 그 꿈에 도달하는 방법이 이제는 오프라인을 통한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조국 플로렌틴이 프랑스 등 신흥 강대국에 의해 침노되는 것을 보면서 조언했던 것처럼, 이상은 말이 아니라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IT 현실주의다. 진정 IT를 통해서 인터넷, 웹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의 이상을 세우고자 한다면, 그 것은 온라인에서 격리된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강호에서 실전을 통해 증명하는 승부여야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미 그 승부수를 띄웠다. 이젠 우리 차례다. 이젠 우리가 현실에서 물러나 사이버 공간으로 후퇴하고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IT를 들고 현실에 도전하고 정복해야 한다. 더 이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는 없다. 웹과 사회는 하나다. 소셜 웹이다.

그리고, 그러므로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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