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소셜 쇼핑몰로 '유리벽' 깨보고파"

발행일 2010-11-11 11:53:24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돈으로 지속가능함을 지지하는 것은 세계 평화와 깨끗한 환경, 건강한 삶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 블리스모, '왜 지속가능함을 사는가?'에 대한 대답



소셜 쇼핑 서비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국내에 등장한 지는 6개월여 밖에 안 됐지만, 이미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다. 대개 음식점이나 놀이공원, 공연이나 여행상품을 정가의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판다. 공동구매와 비슷하지만, 홍보·마케팅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점에서 다르다. 지역 상권을 주로 공략하는 점도 색다르다. 초기 진입 장벽이 대체로 낮고 현금 수익이 곧바로 생기는 까닭에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실정이다. 국내만도 이런 곳이 벌써 15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쇼핑몰마다 차이란 딱히 없다.

그래서 '팝쇼핑'(@popshopping)은 눈에 띈다. 서비스만 놓고 보면 여느 소셜 쇼핑몰과 다를 바 없다. 파는 상품이 색다르다. 이른바 '착한 상품'들만 진열해뒀다. 사회적기업이나 지역 소기업 상품들, 공정무역 상품과 친환경 제품들이 주된 판매 대상이다.

팝쇼핑엔 차상민(29) 대표 꿈이 담겨 있다. 차상민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비영리단체 활동이나 사회운동에서 미래를 찾았다. 대학 졸업 무렵에는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에서 두 달 동안 인턴사원으로 일했고,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도 과정도 거쳤다.

졸업 뒤 첫 직장을 '팝펀딩'으로 선택한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팝펀딩은 금융소외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이 사금융보다 싼 이자로 십시일반 대출을 해주는 역경매 방식 소액대출 서비스다. 이른바 '품앗이 마이크로크레딧'인 셈이다.

"팝펀딩 운영팀에서 일하다보니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더러 있더군요. 그래서 이 분들이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서비스를 덧붙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팝펀딩 내부 프로젝트로 진행했는데, 5월부터 소셜 쇼핑 서비스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소셜 쇼핑으로 사회적으로 이로운 상품들을 직접 팔아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에도 블리스모란 웹사이트가 지속가능한 소비를 기치로 내걸고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요."



올해 8월 팝펀딩을 나와 두 달여 준비 끝에 10월18일 팝쇼핑을 열었다. 준비 단계부터 알음알음으로 상품들을 하나둘 발굴했다. 비영리단체나 NGO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반색하는 이들도 있었고,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곳도 더러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상품들을 주로 찾았는데요. 그러다보니 팔 수 있는 상품 종류가 아무래도 다른 쇼핑몰들보다는 좁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나름 원칙을 세웠다. 한 번에 딱 한 가지 상품만 팔기로 했다. 상품당 판매 기간도 일주일로, 다른 소셜 쇼핑몰보다는 좀 더 길게 잡았다. 10월18일 첫 상품인 공정무역커피 음료 이용권을 절반가에 내놓았다. 첫 상품인 만큼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뒤이어 내놓은 사회적기업 재무특강 상품권도 판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셜 쇼핑이 상품만 좋으면 사람들이 SNS로 알아서 홍보해주고, 단기 매출도 잘 나온다고들 하잖아요. 헌데 실제로는 구매자들이 필요한 양만큼만 살 뿐, SNS로 입소문을 내는 일은 거의 없더군요. 더구나 저희와 거래하는 곳들이 대개 영세한 탓에, 큰 폭의 할인가에 상품을 내놓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에 미처 몰랐던 점들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소셜 쇼핑몰에 상품을 내놓는 곳은 대개 이윤보다는 상품과 브랜드 홍보를 더 염두에 둔다. 음식점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를 채우고자 반값 쿠폰을 내놓기도 한다. 헌데 사회적기업이나 지역 소상공인들은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상품 수도 적은 편이고, 유기농 식자재를 쓰는 음식점은 재료 단가가 높은 편이다. 여러모로 팝쇼핑 입장에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

"대개 소셜 쇼핑들은 보증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거래가 무산되는 방식을 쓰는데요. 사회적기업 상품들은 이런 식으로는 접근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많더군요. 초기 판매량이 적으니, 거래 무산에 대한 걱정으로 추가 주문이 줄어들고, 그래서 전체 판매량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한정판매 형식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팝쇼핑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700만원 남짓을 들였다. 10월에는 팝펀딩에 사연을 올려 300만원을 소액대출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빌렸다. 이른바 '영업'도 혼자 뛴다. 비슷한 꿈을 꾸는 지인들이 아이디어도 주고, 일부 재능도 기부해줘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아직은 제대로 날갯짓도 못해봤지만, 차상민 대표는 선한 상품들을 파는 꿈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을 모양이다. "팝쇼핑을 비즈니스 모델로 보고 시작했다면 지금이라도 굳이 계속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운영비만 맞추면서 좋은 상품과 그에 담긴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하루하루 긴장감이 넘치지만, 지금 제 일이 보람 있고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사회적기업 상품에 대한 편견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창업을 결정하고 친구에게 얘길 했더니, 그러더군요. 사회적기업 상품이라면 일반 상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데, 잘 되겠냐고요. 그게 사회적기업 상품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입니다. 우선은 그 '유리벽'부터 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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