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구글이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Gingerbread)와 함께 넥서스 S(GT-i9020)을 공개했다.

진저브레드의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정리해보기로 하고, 우선 넥서스 S의 하드웨어 사양에 대해 살펴보자.

nexus S


구글 넥서스 S


당초에 알려진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1GHz 허밍버드(Hummingbird)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 눈에 띈다. ARM Cortex A8 기반의 프로세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칩이다.

넥서스 S에 허밍버드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은 거의 1년 전에 출시된 넥서스 원에 동일한 1GHz 클럭 속도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탑재됐던 것과 비교해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구글의 차기 레퍼런스폰이라는 이유로, 당초에는 적어도 1.2GHz급 프로세서가 탑재되거나 듀얼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넥서스 S가 갤럭시S의 구글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밍버드 프로세서는 물론, 4인치 480 x 800 수퍼 아몰레드, 16GB 내장 메모리에 512MB RAM, 5백만 화소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하드웨어 사양이 갤럭시 S의 사양과 흡사하다. 자이로스코프센서와 NFC(Near Field Communication) 칩이 탑재된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블루투스의 경우 3.0에서 2.1 버전으로 오히려 버전이 내려갔으며 크기와 무게도 소폭 늘었다.

이처럼 넥서스 S가 갤럭시 S와 흡사한 하드웨어 사양을 가지게 된 것은 개발 일정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구글과 삼성이 넥서스 S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이 지난 9월이다.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넥서스 S를 위한 개발팀이 막 조직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넥서스 S는 불과 3개월 만에 모습을 들어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에는 준비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

당시에는 구글이 진저브레드를 안드로이드 3.0 버전으로 선보이며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3.0 타이틀은 태블릿에 최적화된 허니콤(Honeycomb)의 차지가 됐다. 진저브레드는 안드로이드 2.2(프로요)에 마이너 업그레이드인 2.3버전이 된 것이다.

업계에서 아이패드에 대항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의 태블릿 버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구글로서도 이에 앞서 진저브레드를 서둘러 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넥서스 S도 하드웨어 사양을 대폭 향상시킨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하기보다는 갤럭시 S의 스펙에 안드로이드 2.3에 필요한 추가적인 하드웨어를 보강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nexus S_2이로 인해 현존하는 하이엔드 안드로이드폰과 넥서스 S의 차이점은 구글 개발팀이 직접 투입돼 순수한 진저브레드를 입혔다는 것과, 내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NFC 칩을 전격 탑재했다는 점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다만, 넥서스 원의 경우 구글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방식을 실험하면서 판매량에서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것과 달리, 넥서스 S는 처음부터 온라인 뿐만 아니라 베스트 바이 매장과 베스트 바이 모바일 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서도 판매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세계 수많은 통신사들이 내년에 NFC를 통한 모바일 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면에서, 넥서스S는 향후에 NFC 칩을 탑재한 후속 진저브레드폰이 쏟아지기 전까지 통신사들의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넥서스 원의 언락 버전은 529 달러에 판매되며, T-모바일의 2년 약정에 가입할 경우 199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오는 16일 미국에서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출시되며, 20일부터 영국을 시장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구글 코리아는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구글과 함께 레퍼런스폰을 제작하면서 향후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 초 넥서스 원을 개발한 HTC의 경우 이후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쏟아내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을 한 바 있다. 갤럭시 S를 통해 불과 수 개월 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삼성전자는, 넥서스 S 출시와 더불어 내년에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며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레퍼런스 폰에 자사의 허밍버드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도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허밍버드 프로세서는 삼성전자의 제품에만 탑재돼 왔지만, 넥서스 S를 계기로 허밍버드 프로세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후일담 #1.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넥서스 원 출시 이후 기자들에게 “넥서스 투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넥서스 S 출시 계획이 알려지자, 많은 기자들에 이 발언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6일(현지시간) 넥서스 S를 선보인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나는 ‘넥서스 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S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헐.

후일담 #2. 블로그 기반 미디어 테크크런치가 넥서스 원의 후속작이 왜 ‘넥서스 투’가 아닌 ‘넥서스 S’가 됐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테크크런치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구글이 ‘넥서스 투’ 제작을 의뢰하자 삼성전자가 “우리는 넘버 ‘2’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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