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야후의 내부 문건이 트위터를 통해 유출되었다. 문건에는 성과가 부진한 서비스들을 폐지하겠다는 야후의 계획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폐지 서비스 목록에 소셜 북마크 서비스 딜리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웹2.0의 아이콘이었고, 아직도 많은 마니아들이 이용하고 있는 딜리셔스였기에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야후는 블로그를 통해, 딜리셔스를 분사 후 매각할 예정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내놓게 된다.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서비스는 유지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소문과 다른 점은 폐지가 아니라는 것일 뿐, 사실상 딜리셔스의 퇴출을 선언한 것이었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딜리셔스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웹2.0의 총아로 2005년 야후에 인수된지 5년만에 이러한 굴욕적인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딜리셔스가 어떤 서비스인가?

‘즐겨찾기’를 PC가 아닌 웹에 저장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 소셜 북마크 서비스의 대표 주자이면서, 동시에 위키피디아, 유튜브, 플리커, 디그닷컴 등과 함께 웹2.0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서비스다.

그런 까닭에, 이번 일을 웹2.0 서비스 몰락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해석도 나왔다. 더넥스트웹는 그 근거로 딜리셔스 외에도 디그닷컴이나 플리커 등과 같은 대표적인 웹2.0 서비스들의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 딜리셔스의 지난 1년간 순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compete.com



▲ 디그닷컴의 지난 1년간 순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compete.com



▲ 플리커의 지난 1년간 순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compete.com


그렇다면 과연, 딜리셔스의 퇴출을 지난 10년을 풍미했던 웹2.0 시대 종언의 서막으로 볼 수 있을까?

적어도,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웹링크를 수집하고, 집단 지성의 힘으로 웹링크의 가치를 평가해서 추천해왔던, 다시 말해 웹2.0 방식으로 웹링크 공유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것들은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딜리셔스는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면 어디서나 자신의 즐겨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사람 추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정확한 웹 문서를 찾아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보통 웹문서를 찾을 때 이용하는 검색엔진은 키워드, 링크 등과 같은 부분적인 정보에만 의지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기계가 문맥이라는 숲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딜리셔스는 사람들이 직접 웹링크에 대해 각주를 달고 ‘태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웹링크를 분류하였다. 숲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직접 웹링크를 인덱싱하였기에 정확도는 ‘봇’ 보다 뛰어났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딜리셔스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재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단, 사람만으로 수집할 수 있는 웹링크의 양은 제한적이었다. 즐겨찾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위젯을 설치해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 굳이 즐겨찾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이타적인 동기도 결여되어 있었다. 딜리셔스가 웹링크 저장을 넘어 공유와 검색 서비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이용자 수와 축적되는 정보의 양이 티핑포인트를 넘겨야 하는데, 딜리셔스는 그렇게 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내재적인 한계 외에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가 딜리셔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의 등장과 급성장이었다.

인맥 간의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된 SNS가 어느 순간 정보 수집과 유통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수억명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사진, 동영상, 뉴스, 웹 문서, 위치정보 등 모든 종류의 정보를 생성하고, 수집하고, 공유하고, 확산시킨다. 인맥 네트워크로 출발한 만큼 인맥 관리라는 강력한 정보공유 동기가 작용한다. 아주 간단히 웹링크를 공유할 수 있는 ‘좋아요’나 ‘Tweet’ 버튼을 적용하는 사이트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 140자라는 글자수의 제한이 오히려 웹링크에 대한 태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정보의 출처에도 얼굴이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이렇듯 SNS라는 경쟁자는 딜리셔스에 비해 웹링크를 수집하는 ‘크라우드’의 크기가 월등히 크고, 그 결과 더욱 정확한 집단지성이 발현되며, 게다가 ‘지인의 추천’이라는 ‘소셜지성’까지고 제공해 준다. 딜리셔스가 경쟁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대인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크라우드 소싱으로 뉴스 링크를 수집하고 집단 지성으로 뉴스 링크를 추천해 주는 디그닷컴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딜리셔스이든 디그닷컴이든 다른 무엇이든간에, 웹 링크 공유에 목적을 두고 있는 웹 2.0 서비스들이라면 SNS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오프라인 장소에 대한 링크를 지인들과 공유시킨다는 위치기반 SNS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웹 링크가 아닌 콘텐츠에 중심을 두고 있는 웹2.0의 서비스들은 어떠한가?

더넥스트웹이 지적했듯 플리커의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줄어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튜브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SNS의 도움으로 유튜브의 동영상 페이지로 연결되는 웹링크가 더욱 많이 공유된다.


▲ 유튜브의 지난 1년간 순 방문자 수 추이, 출처 : compete.com


즉 콘텐츠 중심의 웹2.0 서비스라면 SNS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SNS가 자체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본격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할 것이다.

트위터가 ‘yfrog’ 같은 사진 서비스를 페이스북이 자체적인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면에 내세운다면 기존의 웹2.0 기반의 사진, 동영상 서비스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웹2.0 방식의 웹링크 공유 서비스에는 SNS가 현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웹2.0 방식의 콘텐츠 공유 서비스에는 SNS가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SNS에도 한계가 있다. 그 어떤 웹2.0 서비스들 보다 정보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여러 형태의 정보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뉴스, 동영상, 사진 등을 따로 추리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 중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SNS가 진화하고 있다.

‘소셜필터링’이라는 기술과 서비스로 정보들을 분류해주기 시작했다.

Paper.liPostPost 같은 서비스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 해 보라. 자신이 올린 웹링크나, 구독한 웹링크만을 필터링하여 텍스트, 동영상, 이미지로 구분해서 미리보기까지 해 준다. 아직은 텍스트 정보를 담고 있는 웹링크를 뉴스, 상품 정보, 리뷰 등의 세분화 된 카테고리로까지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고, 각 웹링크의 추천 수를 집계해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 PostPost에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한 화면 일부. 상단에 링크, 비디오, 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정보 수집, 저장, 공유 공간이 되고 있는 SNS가 필터링 기술을 통해 세분화된 카테고리 정보 공유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이 배제된 웹2.0의 정보 공유 서비스의 몰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정보 공유 서비스를 준비했다면, 정보의 수집부터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SNS에 정보들이 넘쳐난다. 필요한 것은 ‘소셜 필터링’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서비스만이 소셜 시대의 정보 공유 사이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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