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드디어 기울어 가는 플랫폼 전략을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빼 들었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또 다른 업계의 공룡과 손을 맞잡았다. 그 대상은 예상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였다.

노키아와 MS는 1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모바일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양사의 강점과 전문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nokia stephen elop ms steve ballmer
▲ nokia stephen elop ms steve ballmer

스티븐 엘롭(Stephen Elop, 사진 왼쪽) 노키아 CEO는 "오늘날 개발자와 통신사, 소비자들은 단말기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과 고객 지원 등 모든 부문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상품을 원하고 있다"라며 "노키아와 MS가 각자의 강점을 하나로 모아 유래 없는 글로벌 규모의 에코시스템을 전달하기 위해 뭉쳤다"라고 전했다.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사진 오른쪽) MS CEO는 "노키아와의 협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양사의 검증된 실행력까지 광대한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놀라운 규모로 진행된다"라며 "에코시스템은 속도와 혁신 규모가 보태어졌을 때 비로소 번영할 수 있으며,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주요 제휴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노키아는 윈도우폰 플랫폼을 주요 스마트폰 전략으로 채택한다.

    • 노키아는 하드웨어 디자인과 다국어 지원, 가격대과 시장 세그먼트의 다변화 등 노키아가 가진 강점을 지원해 윈도우폰 플랫폼의 발전을 돕는다.

    • 노키아와 MS는 모바일 제품의 혁신을 위해 개발 로드맵을 공유하고 조인트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긴밀히 협력한다.

    • 노카아 단말기와 서비스의 검색 엔진으로 MS의 빙을 채택한다. 또한, MS는 광고서비스인 애드센터(adCenter)를 노키아 라인업의 검색 광고 서비스로 제공한다.

    • 노키아의 지도 서비스는 새로운 지역 검색과 광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MS의 빙 검색과 에드센터와 통합한다.

    • 신용카드 사용이 저조한 국가에서도 윈도우폰 서비스의 결제를 용이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키아의 대규모 통신사 지급결제 동의를 활용한다.

    • MS는 개발자들이 글로벌 에코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키아의 윈도우폰 단말기에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도구를 제공한다.

    • 노키아의 콘텐트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보다 경쟁력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MS의 마켓 플레이스에 통합한다.




이번 협력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노키아가 MS의 윈도우폰을 최우선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채택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운영체제 외에도 검색엔진과 광고 플랫폼, 지도와 결제,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개발 도구까지 에코시스템 전반에 걸쳐 폭넓은 협력이 예고됐다.

컴퓨터월드의 보도에 따르면 MS는 노키아가 윈도우폰 플랫폼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수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노키아 임원진 교체와 함께 조직 개편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앞으로 노키아는 스마트 디바이스 부문과 휴대폰 부문 두 개의 사업부로 분리되며, 두 사업부는 실적과 고객 응대,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스마트 디바이스 사업부는 심비안과 미고를 포함한 모바일 솔루션 부분을 통합하고, 윈도우폰 플랫폼을 포함한 스마트폰과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심비안 플랫폼의 위상은 더욱 빠르게 하향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키안은 심비안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돈 내고 갖다 쓰라는 의미로, 사실상 윈도우폰 단말기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심비안 사용자에 대한 기술 지원은 앞으로도 게속된다.

미고(MeeGo)는 기존 방침과 같이 차세대 디바이스를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노키아는 올 하반기에는 미고를 탑재한 제폼도 추가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엘롭 노키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의 플랫폼은 불타고 있다"라는 강력한 발언을 하며 위기 의식을 강조하는 한편, 노키아의 플랫폼 전략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대규모 인적 쇄신과 함께 MS와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소문대로였다. 모바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여느 기업 못지않게 거대한 몸짓과 강력한 기술력을 갖췄으면서도,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위기를 맞은 두 기업이 뭉친 것이다. 오히려 두 회사는 에코시스템 전반에 걸쳐 예상을 뛰어넘는 폭넓은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의 협력은 향후 모바일 산업을 뒤흔들 빅뉴스임에 틀림이 없다.

양사의 협력이 △기울어가는 심비안, △라이징 스타 안드로이드, △단독 플랫폼 전략의 iOS와 블랙베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윈도우폰 순으로 이어지는 스마트폰 시장 구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제휴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MS와 노키아가 언제 어떠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지, 개발자들에게는 어떠한 당근책을 제시하며 풍성한 에코시스템을 꾸려갈 수 있을 지, 세부적인 전략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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