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간 스마트폰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펨토셀'이라는 기술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KT가 WCDMA와 Wibro(와이브로), WiFi(무선랜)을 결합한 3W 망을 통해 무선 데이터들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SKT는 '펨토셀'을 히든카드로 꺼내들곤 했다. 물론 SK텔레콤도 와이브로와 무선랜에도 투자를 하고 있고, 오는 7월 서울을 중심으로 LTE 서비스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펨토셀은 쉽게 말해서 초소형 이동통신 기지국이다. 해외에서는 이동통신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보완하거나 홈 오토메이션 구축 용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와이파이 구축 경쟁에서 KT에 한 발 뒤쳐진 SKT이 올해까지 1만 국소의 데이터 펨토셀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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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데이터 펨토셀. 커버리지 2백m에 동시접속 8명을 지원하며, 국내 업체 콘델라의 제품이다


아이폰을 가장 먼저 출시했던 AT&T는 지난 3년간 데이터 트래픽이 5천%나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에릭슨과 시스코 등에 따르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매년 두 배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출시 이후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펨토셀을 포함한 스몰셀 인프라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펨토셀은 HSPA나 LTE 등 이동통신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와이파이 옵션을 설정하지 않아도 일반 휴대폰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지국에 연결된 것인지 펨토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연결된 펨토셀의 커버리지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더 신호가 강한 펨토셀이나 기지국을 연결하기 때문에 와이파이의 가장 큰 약점인 핸드오버 문제(A 액세스 포인트에서 B 액세스 포인트로 신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또 공용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간섭 문제가 제기되는 와이파이와 달리, 3G 주파수는 통신사별로 각기 할당된 영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간섭으로 인한 신호 감소 문제도 덜 발생한다.

3G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와이파이와 비교해 속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사용자가 몰리면 자동으로 기존 기지국으로 접속을 돌리기 때문에 접속자가 많아서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와이파이와 3G를 동시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말기의 배터리 소모도 덜하다.

전세계 펨토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영국에 본사를 둔 '피코칩(Picochip)'이다. 펨토셀 장비에 탑재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펨토셀 SoC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피코칩 코리아는 11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 USB형 펨토셀용 SoC(PC3008)과 LTE 펨토셀 솔루션(PC500)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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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칩 PC3008과 USB형 시제품, LTE 펨토셀용 PC500(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USB형 펨토셀은 말 그대로 USB 메모리와 비슷한 크기다. 여기에 탑재된 PC3008 칩셋은 40nm 공정 기술을 이용해 집적도를 높였으며 950MHz의 ARM11 코어를 사용한다. 3G 펨토셀의 주요 부품을 12×12nm에 불과한 QFN패키지에 통합해 장비 개발업체들이 USB형 펨토셀 등 초소형 장비를 만들 수 있다.

USB형 펨토셀은 초소형 기지국 기술이 이미 USB 메모리 수준으로 집적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케이블 사업자나 유선 광대역 사업자 케이블 모뎀과 셋톱박스에 연결해 휴대용 단말기에 3G 주파수를 송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선망으로 가정용 휴대전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3G 주파수를 활용한 사업은 주파수 할당 규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유무선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업체의 경우에는 이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피코칩은 이와 함께 LTE 펨토셀용 PC500을 소개했으며, 3G(HSPA)와 4G(LTE)를 지원하는 칩셋을 각각 탑재한 듀얼모드 제품과 LTE와 와이맥스를 각기 지원하는 듀얼모드 제품도 소개했다. 올 4월 경 별도의 칩셋으로 듀얼모드를 지원하는 완제품이 출시되며, 2012년까지 HSPA+와 LTE를 하나의 칩셋으로 지원하는 듀얼모드 SoC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펨토셀은 초소형과 3G-4G 듀얼모드로 진화하며, 이통사들이 LTE 인프라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무선 데이터 폭증의 우회망으로 활용하고, LTE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는 매크로셀(LTE 기지국)의 커버지리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통신사들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매크로셀(LTE 기지국)과 스몰셀(펨토셀 등)이 혼재하는 다수의 네트워크 레이어를 구축해 사용자의 데이터 속도를 보장하고 주파수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크로셀과 스몰셀을 함께 구축하는 이종(heterogeneous)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혼잡 지역에서 데이터 처리 용량을 확보하고 옥내 커버지리를 제공하는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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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피코칩코리아 지사장(사진)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먼 곳에 있는 기지국이 3G에서 4G로 업그레이드되는 것보다 기지국이 보다 가까이에 위치하는 것이 체감속도 면에서 나을 수 있다"라며 "어떻게 하면 사용자 가까이에 저렴한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을까하는 통신사들의 고민을 펨토셀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SKT가 연내 1만 개의 3G 데이터 펨토셀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제품은 국내 업체 콘델라에서 피코칩 칩셋을 탑재해 공급하고 있으며, 8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고 커버리지는 200m 수준이다. 이와 함께 KT와 LG 유플러스도 펨토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펨토셀 기술이 단기간에 와이파이의 아성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와이파이는 보급률 면에서 펨토셀과 비교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단가도 더 저렴하고 기술 안정성 면에서도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 이론적으로 펨토셀과 기존 3G 망과 비교해 훨씬 빠른 속도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KT가 와이파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와이파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당분간 펨토셀과 와이파이 기술은 서로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DSL과 케이블 등 기존에 함께 사용됐던 기술들처럼 혼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펨토셀 기술이 LTE와 듀얼모드 등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단가가 떨어지면서 일반 소비자와 기업용 FMC 시장 등 고객에게 와이파이 이상의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펨토셀 진영의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17개의 통신사업자들이 130만 대의 상용화 펨토셀을 구축했으며, 2015년까지 154%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하며 7천2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70만 개의 펨토셀이 구축돼 있으며,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해보면 기존에 설치된 전세계 220만 개의 이동통신 기지국 숫자를 따라잡고 있다. 올해 안에 펨토셀의 숫자가 기지국 숫자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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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mtocell shipment forecast


펨토셀 시장 전망(출처 : 각 시장조사기관, 피코칩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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