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2는 전작보다 더 빠르게 팔려나가겠지만, 2010년처럼 애플 매장 앞에서 긴 줄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진 먼스터(Gene Munster) 파이퍼 제프레이(Piper Jaffray)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2 출시를 3일 앞둔 지난 8일 이렇게 말했다. 2010년에는 애플 매장과 베스트 바이를 합쳐 소매 매장이 1천 200여 개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타겟(Target)과 월마트, 이통사 매장을 합쳐 1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판매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의 예상은 절반만 맞아떨어졌다. 그의 말처럼 출시 후 첫 주말 동안 아이패드2는 전작보다 더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매장 숫자가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 매장 앞에는 아이패드2를 구입하기 위한 행렬이 2010년보다 두세 배 길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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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레스턴 타운 센터를 둘러싼 아이패드2 구입 행렬
(출처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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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맨하탄 5번가에는 수백 명이 인파가 길게 늘어섰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의 닉 빌턴(Nick Bilton)은 십수 대의 카메라가 인파를 찍어대자 지나가던 한 남자가 발길을 멈추고 이렇게 물었다고 전했다.

"무슨 일인가요? 누가 죽었나요?"

그러자 한 젊은이가 이렇게 외쳤다. "몇 시간 후에 아이패드2가 판매를 시작해요!"

포춘은 9백 달러를 내고 아이패드2 구매 행렬의 맨 앞 자리를 구입한 한 남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아이폰 개발자인 하젬 사예드(Hazem Sayed, 53)씨는 무려 41시간 동안 애플 매장을 지켰던 20살 대학생의 자리를 900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아이패드2 판매 개시를 6시간 앞둔 당시 그의 뒤에는 150명이 사람들이 서있었으며, 몇 시간 뒤에는 375명으로 불어났다.

출시 첫날 맨하탄 애플스토어 한 매장에서만 7천2백 대의 아이패드2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대부분의 애플 매장에서 아이패드2가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온라인 애플스토어는 배송 예상일을 처음 2~3일에서, 4~5주로 변경했다.

미국 출장중인 이희욱 블로터닷넷 기자는 출국 전에 아이패드2를 한 대 구입해오는 미션을(?) 부여 받았지만, 그는 "시애틀 매장에서 아이패드2가 품절됐다"라며, "샌디에이고에서 다시 한 번 찬스를 노려보겠다"고 전해 왔다. 블로터닷넷의 아이패드2 개봉기가 위태로워지는 순간이다.

애플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가운데, 애플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출시 첫날 아이패드2의 판매량이 당초 자신의 예상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첫날 판매량을 50만 대 정도로 올려 잡았다. 이어서 로이터 통신은 스캇 선더랜드(Scott Sutherland) 등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을 인용해 출시 후 첫 주말 동안 아이패드2의 판매량이 최대 100만 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패드 출시 첫날, 자정까지 30만 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100만 대를 돌파하기까지는 28일이 걸렸다. 만약 로이터 통신의 예상대로 아이패드2가 출시 첫 주말에만 100만 대를 팔아 치웠다면 그 누구의 예상도 뛰어넘는 일대 사건이다.

물론 애플의 공식 발표 없이 애널리스트들의 말만 듣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2010년처럼 애플이 발 빠르게 아이패드2의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 수상하긴 하다. 그러나 2010년에 일부 매체가 아이패드 품절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애플의 마케팅 전략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달리, 올해에는 그런 의혹이 쏙 들어갔다는 점에서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이패드2를 향한 수백 명의 인파는 태블릿 PC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경쟁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JP모건은 아이패드2 출시를 앞두고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예상되는 태블릿 PC 공급량은 6천 510만 대로, 예상 수요인 4천790만 대를 36% 가량 앞지르고 있다"라며, "애플은 올해 2천 900만 대 이상의 아이패드를 판매하며 2010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경쟁사들이 애플의 화려한 성과를 따라잡으려다가는 올 하반기 거품 붕괴(bubble burst)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 마디로 무턱대고 생산하다가는 창고에 쌓일 재고를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JP모건의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모토로라와 엔비디아, 샌디스크 등 경쟁업체와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경쟁 업체로서는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등 아이패드2와 견줄 만 한 구매 요인를 마련하는 동시에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부터 갤럭시 탭의 출고가를 99만5천500원에서 89만 6천500원으로 10만원 가량 인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와 함께 갤럭시 시리즈의 출고가도 함께 내렸다. 갤럭시S는 94만 9천 300원에서 89만 4천 300원으로, 갤럭시K는 89만 9천 800원에서 79만 9천 700원으로 출고가가 인하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출고가 인하에 대해 “신제품 출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가절감이 가능해 가격이 내려갈 여력이 생긴다”라고 전했지만, 관련 업계는 갤럭시 탭이 최근 판매량이 급감하며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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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가 아니다.” 팔로 알토 애플 매장 앞 풍경
(출처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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