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창업해 아직 제품도 출시하지 않은 신생 앱 개발업체가 기술력과 인력 구성, 사업 비전만으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앱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겠다는 '포도트리(podotree)'가 주인공이다.

podotree
▲ podotree


김범수 포도트리 이사회 의장(왼쪽) 과 이진수 대표


포도트리는 16일 MVP창업투자의 2개 조합으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MVP창업투자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와 정책금융공사, 문화체육관광부와 모태펀드 등에서 출자받은 창투사다.

신생 앱 개발업체로서 앱을 출시하기도 전에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경우다. 국내 벤처 캐피털들이 주로 수익모델이 뚜렷하고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출 한푼 없는 신생기업이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비결은 뭘까. 네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첫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이름값이다. 김범수 의장은 NHN 공동창업자이자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을 맏고 있다. 그가 투자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무료 메시징 시장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국민 메시징 앱'으로 떠올랐다. 포도트리는 그가 카카오톡에 이어 두번째로 투자한 기업으로, 포도트리는 그가 합류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범수 의장의 이름을 먼저 거론하기는 했지만, 그에 앞서 포도트리의 인력 구성도 탄탄하다는 게 두번째 이유다. NHN 마케팅센터장 출신인 이진수 대표를 포함해 NHN과 프리챌 등 국내 유명 IT 기업 출신 인력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개발자 뿐만 아니라 UX/UI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등 디자이너의 비중을 높여 UX와 캐릭터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30여 명 수준인 인력을 연말까지 45명 정도로 확충할 계획이다.

세번째 이유는 제품이다. 이달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세계인물학습만화 'Who?' 시리즈와 단어학습 앱 'super 0.99'는 현재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MVP 창업투자도 투자에 앞서 제품 포트폴리오 검토를 마쳤다. 제품의 완성도가 투자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3D 인터렉티브 토이, '큐브 독(Cube DOG)'과 고전인 오즈의 마법사를 아이패드에 맞춰 재해석한 'Wizard of OZ'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상훈 포도트리 이사는 "해외 벤처캐피털과도 여러 번 미팅을 가졌는데, 당시 만난 애플의 한 관계자는 'Wizard of OZ'를 두고 '아이패드2' 출시에 맞춰 나왔다면 CF에 넣고 싶은 앱'이라며 호평을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받기 전부터 내부 자본이 탄탄했다는 것이다. 올 초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지인과 임직원이 출자해 자본금을 17억 원으로 증자한 바 있다. 김범수 의장의 이름값과 쟁쟁한 인력 구성, 탄탄한 초기 자본을 감안하면 벤처캐피털로서는 투자의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이번 투자에 앞서 공식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은 적은 없지만, 투자의 규모나 증자 과정, 지분 구조를 볼 대 사실상 '시리즈B' 투자와 다름이 없다는 평가다.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이번 투자액을 인력 확충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높은 퀄리티로 승부해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 앱 시장에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도트리의 첫 작품인 세계인물학습만화 'Who?' 시리즈와 어휘학습 애플리케이션 'super 0.99'는 이 달말 한국 앱스토어를 시작으로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큐브 독(CUBE DOG)'과 'Wizard of OZ' 등 후속작도 상반기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포도트리는 이달 말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전했다. 신생벤처답지 않은 탄탄한 인력 구성에 총알까지 장전한 포도트리의 데뷰작이 과연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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