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신문과 잡지 등 종이 기반의 '올드 미디어'도 태블릿이라는 뉴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Wired)를 필두로 많은 신문과 잡지가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론 장미빛 미래를 약속할 만큼 큰 수익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국내 태블릿 시장은 아직 스마트폰 시장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앱스토어에도 속속 아이패드 매거진이 등장하고 있다. 아이패드 앱스토어의 '도서'와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들어가보면 수많은 매거진을 만날 수 있다.

패션지, 여성지 등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잡지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 들어 미술과 사진, 여행, 경제 등 주제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남성지 맥심(MAXIM)이 아이패드에 등장해 '핫'한 내용 만큼 앱스토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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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blet tomorrow


태블릿 투모로우 3월호


'태블릿 투모로우(T@blet Tomorrow)'는 그 중에서도 유별난 잡지다. 오직 아이패드로만 출간되며 매월 5일 앱스토어를 통해 발행된다. 종이 잡지나 별도의 웹사이트는 없다.

주제도 독특하다. '스마트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디지털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는데, 앱스토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잡지가 주로 패션지나 라이프 스타일 잡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속칭 '잘 팔릴' 주제는 아니다. 주요 콘텐트는 유망 비즈니스 모델과 소셜 미디어 동향, 스타트업 소개와 모바일 비즈니스 동향 등이다. 다른 아이패드 잡지처럼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패드 전용 잡지라고 해서 와이어드나 오프라 윈프리가 발간하는 'O, The Oprah Magazine'을 떠올리면 안 된다.

태블릿 투모로우를 발행하는 이승준 탭투미디어 대표는 "화려한 인터페이스나 인터랙티브 요소는 태블릿만이 가진 장점이지만, 잡지의 주제에 따라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해야 한다"라며 "패션지에는 잘 어울릴 지 몰라도 비즈니스 매거진에서는 오히려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승준 대표가 직접 에디터를 맡고 있으며 유망 비즈니스 모델을 연재한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자문위원을 맡았고,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 등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99년 IT 전문 월간지 '인에이블'(enable) 창립멤버로 한국경제신문을 거쳐 10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팀장으로 있었다. 2010년 6월 아이패드를 처음 사용해본 후, 그는 "인에이블을 태블릿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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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blet tomorrow lee


이승준 탭투미디어 대표


멀쩡한 직장을 뿌리치고 창업을 결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회사를 정리하고 11월 말 창간호와 함께 탭투미디어를 창업했다.

"주변에 얘기했더니 다들 '미쳤다', '온실 속에만 있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하시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좀 무모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의미는 있겠다 싶었어요.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일 때에는 기자로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한 번 뛰어들어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태블릿 매거진 시장이 아직은 작아도 가능성은 크게 보고 있습니다."

창간호의 반응은 괜찮았다. 출시 3주 만에 누적 다운로드 2만 건을 달성했다.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내용이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IT 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다. 무엇보다 태블릿 전용 잡지를 위한 광고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다. 광고 단가나 광고주들의 인식도 높지 않으며, 태블릿에 꼭 맞는 광고를 제작해 줄 에이전시도 드물다.

최근에는 애플이 앱스토어에 구독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영세한 독립 매거진들이 기존의 애플리케이션 방식으로 잡지를 발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태블릿 투모로우를 비롯해 많은 아이패드 잡지들이 통합 매거진 앱에 입점하거나 안드로이드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일단은 좋은 콘텐트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좋은 필진들과 함께 더 나은 콘텐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중에 다양한 아이패드 매거진이 있지만, 한국에는 IT 산업 종사자나 아이패드를 일찌감치 구매한 신기술에 민감한 분들이 소비할 만한 전문 매체가 드물어요. 태블릿 투모로우를 IT 블로거나 전문가들이 실제로 참여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특화된 매거진으로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승준 대표는 더 나은 콘텐트를 만들어내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태블릿 투모로우의 콘텐트는 충분히 수준급이다. 이달 초 출시된 3월 호에도 유망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한 '태블릿 투모로우 선정 해외 유망 비즈니스 모델 15', 문규학 대표가 벤처기업가에게 전하는 '실패를 관리하고 정직한 실패로 재기하라' 칼럼, 임정욱 대표가 아이패드용 신문 '더 데일리'를 소개한 '아날로그 미디어 황제의 디지털 대륙 상륙기' 등 읽을 거리가 넘친다.

IT 비즈니스 모델과 업계 동향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태블릿 투모로우를 추천한다. 아이패드가 없으신 분들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조만간 T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용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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