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습니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 방안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로서 3월 28일부터 nytimes.com에서 월 20건 이상의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한 달에 최소 15달러의 구독료를 내야 합니다. 지난 1월 유료화 재도전을 선언한 지 두 달 만에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한 셈이지만, 실제로 준비는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he new york times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이 3월 28일부터 유료화된다


뉴욕타임즈의 유료화 선언은 경제전문지나 지역신문이 아닌 초대형 종합지가 다시 한 번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5년 전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 발표한 유료화 정책을 보면 재도전을 앞두고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뉴욕타임즈의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독자들은 한 달에 20건의 기사를 무료로 읽을 수 있으며, 21번째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 구독료를 결제해야 한다.

  • 유료 상품은 세 가지다. 한 달에 15달러를 내면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에서 모든 기사를 읽을 수 있으며, 20달러를 내면 웹사이트와 아이패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35달러를 내면 디바이스에 관계없이 모든 콘텐트를 읽을 수 있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의 톱 뉴스 섹션은 앞으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다른 섹션을 보기 위해서는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구독료를 내야 한다.

  • 종이 신문 구독자는 추가적인 비용을 내지 않고 모든 디지털 뉴스를 읽을 수 있다. 단, 아마존 킨들과 반스&노블 누크 등 전자책을 통해 구독하는 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 구글 검색엔진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속하는 경우는 월 20건의 제한에 포함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뉴스는 무제한인 반면, 구글 검색엔진을 통한 접근은 하루에 5건으로 제한된다.


뉴욕타임즈의 유료화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이 일부 콘텐트는 무료로 하고 별도의 유료 콘텐트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즈처럼 무료 구독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metered access)을 선택한 것이 눈에 띕니다. 앞서 유사한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파이낸셜타임즈의 경우 도입 당시 한 이사진이 "약 15%의 충성도 높은 구독자로부터 구독료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많은 기사를 읽지 않는 나머지 85%의 사용자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즈가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월 20건으로 제한한 대신, 구글 검색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경로는 열어둔 것도 유료화로 인한 방문자 수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입니다. 유료화를 하면서도 적절한 광고 수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방문자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유료화 성벽의 높이를 어느 정도로 쌓을 것인가를 치밀하게 고민했을 것입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nytime.com은 한 달에 3천만 명 이상이 방문합니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3.85%의 트래픽 점유율을 기록해,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미국 미디어 가운데 온라인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종이 신문 광고는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데, 2010년 4분기에 7.2%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디지털 매출은 11.1% 증가하며 신문 광고의 매출 감소분을 넘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구글 검색을 통한 접근을 하루 5건으로 제한한 것도 콘텐트 유통 활성화와 유료 가입자 유치를 놓고 절충안을 모색한 것입니다. 검색 가능한 '오픈 웹'의 일환으로 남겠다는 의지도 엿보입니다. 이와 달리 유·무료 콘텐트를 구분하는 전략을 택한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 검색을 통해서 유료 기사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구글과 뉴스코프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구글 검색을 하루 다섯 건으로 제한한 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접근은 무제한으로 풀어준 것도 흥미롭습니다. 뉴욕타임즈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접근이 구글 검색을 통한 방문자와 비교해 의미가 없는 숫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는 6억 명, 트위터 사용자는 1억5천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일찌감치 소셜 미디어가 자리를 잡은 미국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얼리어답터를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 동안 뉴욕타임즈는 독자적인 단축 URL 서비스(nyti.ms)를 선보이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등 소셜 미디어 독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테크크런치의 분석에 공감이 갑니다. 테크크런치는 뉴욕타임즈의 이번 결정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의 바이럴 효과를 구글 트래픽보다 우선시 한 것이며, 이러한 정책으로 온라인에서 목소리가 큰 고객들(vocal people)이 덜 이탈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검색엔진 사용자에 비해 비교적 '젊고', 'IT 기술에 정통'하며, '유료 지불 의사가 낮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온라인 뉴스 콘텐트의 유료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많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공짜 뉴스가 범람하는 가운데 콘텐트 차별화만으로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한 번쯤은 유료화를 고민해보긴 했겠지만, 대부분은 시도조차 꿈꾸지 못합니다. 혹시 뉴욕타임즈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서 슐츠버그(Arthur O. Sulzberger Jr.)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이번 유료화는 뉴스를 비롯해 음악과 게임 등 가치 있는 콘텐트가 미래에 어느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며 "유료화가 저널리즘의 사명과 디지털 혁신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한편으로는 한 달에 20건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구글 검색 하루 5건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접근까지 무제한으로 열어준 것을 보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 저처럼 주로 소셜 네트워크와 구글을 통해 뉴욕타임즈를 방문하는 독자들까지 유료 가입자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즈 같은 대형 미디어가 앞장서서 새로운 실험을 한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몇몇 경제지에 이어 뉴욕타임즈 마저 유료화에 성공한다면 많은 언론사들이 뉴욕타임즈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뉴욕타임즈가 의미있는 수준의 유료 구독자를 모을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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