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처음 오픈뱅킹을 시작한 것이 2010년 7월이니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올해들어 국민은행IBK기업은행이 오픈뱅킹에 합류하면서 더 많은 은행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 하반기부터는 더 많은 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뱅킹의 기본 취지는 '이용자가 어떤 운영체제(OS)나 웹 브라우저를 쓰든 똑같이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제 와 주목을 받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95% 이상이 웹브라우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도 굳이 다른 브라우저나 OS를 지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오픈뱅킹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투자 대비 수익성(ROI)을 강조하는 은행과 웹 표준을 준수하고 접근성을 보장하라는 이용자의 요구가 부딪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은행들은 인터넷의 문을 좀처럼 '오픈'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서도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2013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 웹 접근성을 고민하기에 앞서 웹 표준을 준수해야 할 처지다. 은행들에게 오픈뱅킹은 더 이상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찌감치 오픈뱅킹 서비스를 출시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담당자들을 [블로터포럼]에 모셨다. 그동안 오픈뱅킹 서비스를 준비하고 운영한 경험과 앞으로의 고민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 일시 : 2011년 3월 16일(수) 오후 4시 반~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규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 이선호 KB 신금융사업부 차장, 블로터닷넷 도안구·주민영·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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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KB 신금융사업부 차장(왼쪽)과 김규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


도안구 :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먼저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고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규태 : 오픈뱅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반응은 반반이었다. 공인인증서와 개인방화벽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오픈 뱅킹이냐, 플러그인 뱅킹이지'라는 지적도 많았다. 반대로 '이게 어디냐, 그동안 국내 은행에서는 이런 움직임 조차 없지 않았나'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엑티브엑스는 배제할 수 있었지만, 결국 개인방화벽과 공인인증서는 고객들이 플러그인 방식으로 설치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저희도 출시를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기술과 제도가 완전히 바뀐 후에 완전한 오픈뱅킹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단 출시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주민영 : 솔직한 말씀이다. 어렵게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판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아쉬움도 있었겠다.

김규태 : 그래서 블로그도 함께 오픈한 것이다. 처음에는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굉장히 많았지만, 인정하고 고객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고객의 의견을 듣고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히니까 고객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지더라. 오픈뱅킹이 처음에 우리은행의 서비스 명이었는데 이제는 고유명사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선호 : 국민은행은 2009년에 오픈뱅킹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KB오픈인터넷뱅킹'이었다. 우리은행이 비슷한 이름을 써서 정보가 유출된줄 알았다.(일동 웃음)

김규태 : 어쨌든 오픈뱅킹이 고유명사가 되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도안구 : 국민은행은 어땠나.

이선호 : 우리도 2009년 초부터 오픈뱅킹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지만 앞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서 실제 출시는 다소 늦어지게 됐다. 출시하고 나니 '오래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하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

김 차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희도 진정한 의미의 오픈뱅킹은 아니다. 오픈뱅킹의 서비스 범위는 기술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의 서비스 범위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오픈뱅킹이 되려면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한다.

주민영 : 제도적으로 인터넷 뱅킹에서 꼭 필요한 보안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규태 : 기본적으로 4종의 보안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처음에 접속하자마자 웹 보안프로그램과 개인방화벽이 설치되고, 키보드 보안과 공인 인증서가 요구된다. 흔히 4종 세트라고 얘기한다.

주민영 : 현재 오픈뱅킹은 4종 세트를 어떻게 해결했나.

김규태 : 웹 보안은 SSL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감독 기관의 승인을 받았고, 키보드 보안은 가상 키보드로 해결했다. 나머지 개인방화벽과 공인인증서에서 엑티브엑스를 제거했지만 결국 플러그인 방식으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도안구 : 현재 오픈뱅킹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김규태 : 일단 윈도우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6 제외)와 파이어폭스, 크롬과 사파리, 오페라를 지원한다. 맥에서는 사파리, 리눅스에서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할 수 있다.

주민영 : 그렇다면 맥에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해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김규태 : 아직은 안 된다. 보안프로그램이 지원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맥에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달 안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선호 :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보안 프로그램이었다. 이제는 감독기관에서도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서 오는 4, 5월에 인증방법 평가위원회를 열어서 공인인증서 외에 다양한 인증방식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공인인증서에 준하는 인증방식이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도안구 : 은행의 입장에서는 인증 방식이 다양해지면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김규태 : 인증방식은 은행이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규제 당국이 보안업체들의 다양한 인증방식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도안구 :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에서 인터넷 뱅킹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내 환경에서 IE의 점유율은 95%를 넘는다. 취지는 좋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투자수익률(ROI)이 안 보이는 사업 아닌가. 처음에 어떤 계기로 오픈뱅킹을 준비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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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 시작은 고객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2008년경에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강하게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IE만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많았다. 우리 스스로가 왜 문제가 되는 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이선호 : 인터넷 뱅킹이 IE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역사적인 맥락도 있다. 국내에 인터넷 뱅킹이 시작된 것이 1999년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전부 IE 환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 마련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 인터넷 뱅킹을 위한 보안 시스템이 전부 IE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김규태 : 그래서 김기창 교수를 모셔 설명을 부탁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 때부터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두 번이나 TFT가 구성됐다가 무산되는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ROI가 문제였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 전체를 오픈뱅킹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이 안 나오더라. 당시 인터넷 뱅킹 사이트는 우리은행의 경우 2만5천 페이지나 된다. 보안 솔루션 업체도 불확실한 오픈뱅킹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지 않았다.

2009년에 세 번째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생각을 바꾸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을 오픈뱅킹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이트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오픈뱅킹 사이트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오픈뱅킹으로 전면 개편하면 기존에 잘 쓰던 고객들에게는 또 다른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픈뱅킹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고 조회·이체만 가능하게 해도 인터넷 뱅킹 사용 목적의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니 비용이 크게 줄어들더라. 그렇게 일단 조그맣게 시작을 해서 점점 발전시켜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선호 : 오픈뱅킹이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분명히 머지않아 국내에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바일에서는 PC보다 운영체제가 더 다양한데, 다양한 운영체제의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일일이 앱을 개발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웹과 연동한 오픈뱅킹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2010년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치자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2007년에 kbstar.com의 웹표준 작업을 수행한 바 있어 수월한 점이 있었다.

김규태 : 저희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모바일에 주목했던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때마침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오픈뱅킹도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주로 IE만 사용하시던 고객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사파리 등 새로운 브라우저를 이용해보게 된 것이다.

특히, 태블릿 PC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에서는 앱이 많이 나와 있고, 웹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한 부분도 있는데, 태블릿에서는 10인치 이상의 큰 화면이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기는 것은 어렵다. 설령 운영체제별로 앱을 만들 수 있다 해도 운영이 쉽지 않다.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예전에는 PC 사이트만 건드리면 됐는데, 작은 부분 한 가지만 바꾸려 해도 수많은 앱을 일일이 다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PC와 태블릿을 아우를 수 있는 오픈뱅킹의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이선호 :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이 블랙베리나 심비안 등 사용자가 많지 않은 플랫폼은 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웹 표준으로 뱅킹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등장할 더 다양한 플랫폼의 개발 비용을 고려하면 오픈뱅킹은 충분히 ROI가 나올 수 있다. 말씀하신 대로 관리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주민영 : 오픈뱅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는 없나.

김규태 : 직접적으로 손익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7월에 오픈한 이후 목표를 6개월 안에 이용고객 5천 명을 확보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런데 지난 6개월 동안 기존 인터넷 뱅킹 회원이 아니었던 분들이 추가적으로 10만 명이나 오픈뱅킹에 가입했다. 이 중에는 우리은행 계좌 자체가 없었던 신규 고객도 2천500명이나 됐다. 이 분들의 여수신 잔액이 1백억 원 가량 된다.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선점 효과와 선도적인 이미지도 많이 챙길 수 있었다.

도안구 : 앞에서 좀 더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도록 확장해나가겠다고 했는데, 이외에 오픈뱅킹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거나 앞으로 개선하고 싶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이선호 : 저희는 오픈뱅킹 사이트를 별도로 구축하면서 기존 사이트와 가급적 동일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X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은행 사이트에서 많이 사용하는 좌측 메뉴바를 모두 없애고 상단 메뉴만으로 쉽게 서비스에 접근하실 수 있다. 화면이 넓어져서 시원시원하다.

하단에는 사용자가 직접 자주 사용하는 아이콘을 배치해서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주려고 시도해봤으며, 전체적으로 최대한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김규태 : 저희는 최대한 초기화면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포털 사이트를 보며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초기화면 자체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보통 2~3년에 한 번씩 리뉴얼을 해서 싹 바꾸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픈뱅킹을 책임지는 한 '우리은행의 오픈뱅킹 첫 화면은 이거야'하는 인식을 최대한 유지해보고 싶다.

최대한 겉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많은 개선을 해나갈 것이다. 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초기화면 개편보다는 사이트에 버전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이선호 : 국민은행의 경우 하반기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은행 오픈뱅킹은 OTP고객만 이용가능한 반면 국민은행 오픈뱅킹은 보안카드 고객도 이용가능하다. 기존 인터넷뱅킹 고객의 90%이상이 보안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김규태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이 다르다. 최근에는 어느 은행이든 보안카드 유출로 인한 부정이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은행의 보안 사고는 100만 명 중에 1명만 발생해도 위험 부담이 크다. 현재 법규는 은행의 보안시스템에 문제가 없고 고객이 보안카드를 분실했을 지라도, 은행에서 입증하도록 돼 있다. 보안카드라는 수단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알아서 관리를 잘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에서는 보안카드 고객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에게 OTP를 강제할 수 없지만, 오픈뱅킹은 신규 고객이 사용하는 새로운 사이트라는 면에서 보다 안전하게 인터넷 뱅킹을 쓰실 수 있도록 OTP를 의무화했다. 지금 나와있는 보안 수단 가운데 가장 안전한 방식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선호 :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보안카드는 그에 맞는 이체한도가 있어  특정한 보안수단을 제한하기보다는 보안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근 보안 추세도 제한보다는 관리와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성 위에 편의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면 서비스를 알아서 제한할 필요는 없지 않나.

김규태 : 편의성과 보안 수준은 상충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많은 고객들이 서너 개의 은행을 함께 이용하는데 보안카드를 쓰면 지갑이 두꺼워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스캔을 해서 PC에 보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유출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OTP는 한 번만 발급하면 여러 은행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OTP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3천원의 비용이 들지만, 3천원에 내 금융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가치 있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보안카드를 허용하면 이용 고객이 분명 크게 늘어날 테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도안구 : 보안카드에 대한 두 분의 입장 차이가 흥미롭지만, 다른 주제로 넘어가보겠다. 2013년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서 은행서비스도 장애인에게 차별없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김규태 : 장애인에게 차별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오픈뱅킹을 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웹 접근성은 웹 표준을 준수하는 것보다 더 넓고 큰 범위의 논의이지만 웹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웹 표준을 따라야 한다.

주민영 : 뱅킹에서의 웹 접근성. 좋은 얘기이긴 한데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인터넷 뱅킹이 어떻게 바뀌어야 장애인도 차별없이 쓸 수 있는 것인가.

김규태 : 예를 들어서 이미지 하나하나의 뒷 단에 태그를 달아놓아서 시각 장애인이 리더기를 갖다 대면 화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색약이나 약시가 있는 분들을 감안해 화면 디자인을 할 때 채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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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 웹 표준을 넘어 웹 접근성으로 논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안 패러다임이 달리지고 제도상 보완이 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일반고객과 전문가와 감독기관과 은행이 다함께 힘을 합쳐 준비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을 비롯해 오래 전부터 단계별로 준비를 해가고 있다.

도안구 : 앞으로 더 큰 고민을 하셔야겠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오픈뱅킹을 출시하면서 공식블로그도 개설하셨는데 은행이 고객 게시판을 외부에 개설한 것은 독특한 경우다.

김규태 : 오픈뱅킹을 하면서 고객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오픈뱅킹 사이트 내에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사이트 내부에 게시판이 들어가면 생생한 얘기를 듣기 어렵고 답변도 딱딱하게 드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했다. 고객들이 블로그에 굉장히 많은 글을 올려주셨다. 지금까지 2천 5백여 건 정도 된다. 고객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파이어폭스 베타 버전이 새로 배포되면  '파이어폭스 베타 나왔는데 준비하고 계시나요?'하는 문의가 고객만족센터보다 블로그에 가장 먼저 올라온다.

작년에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가 '2010 웹어워드 코리아'에서 웹접근성 부문 '이노베이션 대상'을 수상했는데,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분이 블로그를 통해 '차라리 수상을 거부하는 것이 더 멋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의견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어떤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 공감이 가기도 했다.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만큼 과격한 의견을 올리시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너희들 때문에 모든 은행이 오픈뱅킹이 아니라 플러그인 뱅킹이 됐잖아' 이런 식이다. 그럴 때에는 은행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오픈뱅킹의 지원 범위가 기술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의 지원 범위를 벗어날 수 없고,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안 수단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선호 : 국민은행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에서 SNS로 고객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역기능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제는 자정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비판을 받고 수용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김규태 : 지금까지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았지만, 이제부터는 여러 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고객들이 오픈뱅킹을 시작한 것만으로 고마워하는 단계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선호 : 지금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이 시작했지만 올 하반기쯤에는 더 많은 은행이 오픈뱅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간에 서로 경쟁을 하면서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안구 : 포럼을 마치기 전에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오픈뱅킹으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설명해달라.

김규태 : 최종적으로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더 풍부한 기능을 갖춰 기존의 인터넷 뱅킹 자체를 대체하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채널을 지원하는 것이다. 법률적인 문제와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당장은 어려운 얘기다.

인터넷 뱅킹이 처음 등장한 이후 오픈뱅킹이 탄생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이제 와서 보면 너무 급격한 변화보다도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발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앞으로 환경이 개선되면서 진정한 오픈뱅킹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선호 : 지금의 오픈뱅킹이 진정한 의미의 오픈뱅킹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묵은 인터넷 뱅킹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정한 오픈뱅킹이란 말씀하신 대로 고객이 언제 어느 기기에서나 은행 서비스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은행도 마찬가지지만 보안 패러다임도 좀 더 유연하게 발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인터넷 뱅킹 민원의 20%가 인증서와 관련된 문의다. 스마트폰에서는 인증서를 앱 형태로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조금 더 편리한 방식이 나오면 스마트폰에서나 맥이나 리눅스에서나 더 많은 분들이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계당국도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하고 있다.

도안구 : 블로터닷넷 기자들도 금융 서비스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새로운 보안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있는데, 두 분은 오픈뱅킹을 담당하시면서 맥이나 리눅스, 파이어폭스나 크롬 브라우저는 많이 써보셨나.

김규태 : 맥은 많이 써봤지만 리눅스는 아직 생소하다.

이선호 : 저도 그렇다.

김규태 : 저는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롬 브라우저를 쓰게 된 것이 소득이다. IE말고도 좋은 브라우저가 많이 있더라.(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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