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SNS 포럼은 소셜게임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4월 그루폰코리아 사무실에서 SNS 포럼을 개최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SNS 포럼은 업체 탐방과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열립니다. 국내 반값할인 공동구매 쿠폰 판매를 서비스하는 그루폰코리아를 방문해 업계의 관심사와 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자리로 마련하는 식이죠.

'탐방'이라는 형식으로 진행한 두 번째 SNS 포럼은 '크레이지피시'에서 열렸습니다. 소셜'웹' 서비스에 치중해 논의했던 이전의 포럼과 달리 일문일답으로 진행됐습니다. '뜬다'고만 알고 있던 소셜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였습니다.



  • 일시 : 2011년 5월27일 금요일 저녁 7시

  • 장소 : 크레이지피시

  • 참석자 : 김범섭 그루폰리아 최고기술책임자, 김범진 시지온 대표, 박세진 크레이지피시 마케팅 실장, 박지선 시지온 전략경영팀 주임, 신동호 링크나우 이사회의장, 이동형 런파이프 대표, 정우열 크레이지피시 최고운영책임자, 허진호 크레이지피시 대표, 블로터닷넷 이희욱/정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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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피시는 2009년 설립된 소셜게임 전문 퍼블리싱 업체입니다. 한국 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주요 공략 플랫폼은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 앱스토어와 페이스북입니다.  사실, 크레이지피시는 게임개발사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게임개발사를 평가할 때 ‘얼마나 좋은 게임을 만들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을 보고 게임 퍼블리셔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기존 온라인 게임처럼 소셜게임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비슷한 비중으로 중요할 것으로 예상한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소셜게임 플랫폼,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구조적 문제

SNS 포럼 참가자들은 소셜게임에 대해 ‘어떤 게임이 재미있는가’보다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과연 적합한 플랫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 싸이월드를 공동 창업한 이동형 런파이프 대표도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이 소셜게임 플랫폼으로써 어떠한지 차이점을 물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62155" align="alignleft" width="250" caption="허진호 크레이지피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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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허진호 크레이지피시 대표는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비해 바이럴(입소문) 구조가 굉장히 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럴 구조라는 건 소셜게임 이용자가 ▲게임을 시작하고 ▲등급을 올리거나 미션을 수행하고 ▲친구 초대나 ▲게임 친구 사귀거나 메시지 보내기 등의 과정을 말합니다.

바이럴 구조가 탄탄하면 특별한 광고 없이도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고 열혈 사용자를 늘릴 수 있겠지요. 그리고 친구 소식을 읽다 ‘이건 무슨 게임이지?‘하고 바로 게임 페이지로 들어가 가입하거나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하는 게 상당히 간편하기도 합니다.

싸이월드의 게임 플랫폼 이름은 ‘앱스토어’로, 이름만으로는 서비스 성격을 알기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은 ‘게임’과 나머지 ‘앱’으로 구분해 부릅니다. 이용자들의 소식을 한 데 모은 뉴스피드와 화면 왼쪽에 항상 보이는 게임 탭으로 게임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싸이월드는 두 단계를 거쳐야 게임을 즐기는 친구 소식이 보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2500만 회원을 둔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동형 대표는 “싸이월드가 피드를 앞세우면 도토리 매출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 피드 위주로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며,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바이럴 구조가 취약한 이유로 ‘도토리’를 꼽았습니다.

미니홈피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게 아직도 싸이월드 이용자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스킨 꾸미기, 미니홈피 배경음악 넣기 등 도토리 수익 사업이 싸이월드 운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처럼 뉴스피드 위주로 서비스를 개편하면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살 이유도 없어지지요.

그래도 국내에서는 싸이월드가 소셜게임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

작물 키우기 게임에서 시작한 소셜게임 개발사 징가의 기업공개 소식을 듣고 국내 상황이 궁금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와 NHN의 소셜앱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요즘 소셜게임 등 소셜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은 다양합니다. 국제적인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있지요.

싸이월드는 소셜게임을 통해 거둔 매출액이 올해 한 달에 8~9억원 수준입니다. NHN의 네이버 소셜앱스는 2~3억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요즘과 카페 등은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추정치에 불과합니다.

박세진 크레이지피시 마케팅 실장은 “소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셜그래프”라며 “블로그 방문자끼리, 카페 회원끼리만 즐기면 소셜게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는 그룹 회원 따로, 페이지 이용자 따로 모여 즐기는 게 아니라 모든 이용자가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구조입니다. 네이버의 게임이용자는 각 블로그 방문자끼리, 각 카페 회원끼리만 즐기기 때문에 아직까지 소셜게임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어보입니다. 싸이월드의 월간 실제 이용자수(MAU)가 2500만명인데 하루 실제 이용자수(DAU)가 42만명에 불과합니다. 허진호 대표는 “싸이월드가 지금보다 5배는 성장해 DAU가 500만명이 되어야 한다”라며 싸이월드는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셜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늘어야 소셜게임에도 발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또 다른 차이

[caption id="attachment_62156" align="alignright" width="250" caption="정우열 크레이지피시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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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앱스토어는 게임 개발사가 퍼블리셔에 기댈 이유가 크진 않습니다. 새로운 게임과 게임 순위 등을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가 게임을 고르기 쉽게 합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개발사가 맨땅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페이스북에서는 신규 게임을 공지하는 페이지나 순위 공개 페이지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처음으로 진출한 게임 개발사는 광고를 하거나 다른 게임과 제휴해 이용자를 끌어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광고 단가가 요사이 클릭당 0.70달러에서 1.5달러로 올랐습니다. 국내 이용자가 늘면 광고 단가는 더 높아질 겁니다. 하지만 퍼블리셔를 통하거나 유명한 게임과 제휴하면 광고비보다 적은 돈으로 이용자를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박세진 실장은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초대하면 게임머니를 50만원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광고보다 효과가 좋았다”라며 “광고로 이용자가 2배 늘었다면, 친구 추천 시스템으로는 5배가 늘었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크레이지피시는 게임 개발사에 친구 추천 시스템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페이스북 뿐 아니라 싸이월드에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싸이월드가 페이스북보다 게임 개발사에 친절하지만, 이용자의 게임 문화를 만드는 데는 아직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진 않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게임 때문에 사귄 친구라도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있지만, 싸이월드는 철저히 게임만을 위해 관심일촌으로 등록하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정우열 크레이지피시 최고운영책임자(COO) 말도 들어볼까요. "페이스북에서는 게임 이용자끼리 모이고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기도 하는데 싸이월드에서는 관심일촌이라고 해서 미니홈피에 방문하는 문화는 없습니다." ‘게임 일촌 구함’이라는 글은 올리지만, 게임 일촌을 돌보진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런 문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싸이월드 앱스토어는 기존 게이머만 있는 곳이 되어 소셜게임의 모습은 잃어갈 수도 있습니다.

소셜게임의 트래픽은 근무시간에 나온다

[caption id="attachment_62157" align="alignright" width="250" caption="박세진 크레이지피시 마케팅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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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게임’은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정우열 COO는 “페이스북의 소셜게임 이용자는 게이머라고 불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라며 “평균적으로 35살 백인 여성이며, 미국에서는 소셜게이머 이용자 중 여성이 60%”라고 합니다. ‘주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요일별 트래픽을 보면 조금 달라보입니다.

소셜게임 트래픽은 월요일부터 시작해 금요일에 정점을 찍고 일요일까지 다시 떨어집니다. 하루 중 가장 트래픽이 높은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입니다. 이렇게 보면 직장인이 주 이용자인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직장인이 주요 이용자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정우열 COO는 “소셜게임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가볍고 몇 시간씩 컴퓨터를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라며 “출근하고 잠깐, 점심먹고 나서나 퇴근하기 전 잠깐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게임 페이지 트래픽은 오전 11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직장인도 업무 시간 중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소셜게임은 5~10분 짧은 시간만 들여다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는 “시뮬레이션 게임에만 해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허진호 대표는 “전략 게임도 시뮬레이션 게임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처지의 최고 책임자와 대표들이 모인 자리라, 업무 시간 중에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범섭 그루폰 COO가 “소셜게임은 기호품”, 허진호 대표는 “열심히 일한 당신, 잠시 쉬어라”와 같은 콘셉트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커피를 하루 종일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출근하고, 점심먹고 나서, 손님이 왔을 때 잠깐 마시는 것처럼 소셜게임도 하루 중 잠깐씩 들여다보는 일과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소셜게임은 미션을 4시간, 6시간, 8시간 등 하루 일과에 따라 도전하고 설정할 수 있어 직장인도 일과 중에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보입니다.

국내에도 페이스북은 가능성 있는 플랫폼

신동호 링크나우 이사회의장은 "페이스북이 세계적으로 가능성있는 플랫폼이라지만, 과연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박세진 실장은 "페이스북의 트래픽 중 20%는 앱 페이지에서 나온다"라며 "페이스북의 앱 서비스는 주로 게임 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실제 페이스북 트래픽의 20%는 게임에 집중됐다"라고 말하면서도 "문제는, 지금의 정체된 이용자 수가 늘어날지 여부"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단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 가늠하는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페이스북을 주된 플랫폼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현재 크레이지피시는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에 각각 2개의 게임을 출시했고, 올해 15개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이번 포럼은 크레이지피시가 SNS 포럼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답변도 해야 했습니다. 정우열 COO와 박세진 실장은 "게임으로 인한 폐해보다 술로 인한 폐해가 더 크다"라고 대답했는데요. SNS 포럼 참가자들은 여기에 저마다의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이동형 대표가 여기에 "사람에게 필요 없는 건 존재하진 않는다", 박지선 시지온 전략경영팀 주임은 "소셜게임으로 SNS가 강화되고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게임과 소셜게임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온라인 생활을 하는 사람 모두가 소셜게임과 게임, SNS를 즐겨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즐거움을 주고 생활에 활력을 더하는 서비스라면 누구에게든 이로운 서비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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